지난 20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가 끝난 뒤 양현종이 마운드의 흙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새 야구장이 완성됐을 때는 아무래도 저는 이제...."
양현종(38·KIA 타이거즈)에게 서울 잠실야구장은 프로 생활의 시작과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특별한 무대다. 20년 가까이 쌓아온 추억을 뒤로하고, 양현종은 마운드의 흙을 한 줌 담으며 자신의 청춘이 깃든 야구장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KIA는 지난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13-1로 승리했다. 광주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잡은 KIA는 3차전까지 승리하며 시리즈를 3연승으로 마무리했다. 이로써 이날 경기는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경기이자 양현종이 선수로서 잠실을 찾는 마지막 경기가 됐다.
3차전 경기 전부터 양현종은 잠실과의 작별을 실감하고 있었다. 경기 전 만난 양현종은 "어찌 됐건 오늘(20일) 아니면 내일(21일)이 잠실에서 선수로 뛰는 마지막 경기이지 않나. 오늘 워밍업하면서 몸을 푸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말했다.
잠실야구장 마운드의 흙을 담아 간직하는 양현종. 연합뉴스 양현종에게 잠실은 프로 생활의 시작을 함께한 곳이다. 2007년 4월 7일 잠실 LG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10년 뒤인 2017년에는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마지막 투수로 나서 1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KIA의 통합 우승을 확정했다.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린 순간이었다.
양현종은 "첫 등판도 잠실이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것도 잠실이다. 커리어에서 첫 세이브를 올린 곳도 잠실"이라며 "20년 전 일인데도 생각이 새록새록 나더라"고 돌아봤다.
익숙한 야구장을 떠나는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양현종은 "물론 임시 야구장도 있고 내년에도 잠실이라는 이름의 야구장에서 경기를 하겠지만 감회가 새롭고 아쉽기도 하다"며 "새로운 야구장이 지어지면 나는 이제 관중석에서 보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호투한 선발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를 안아주는 양현종. 연합뉴스 잠실야구장은 2026시즌을 끝으로 철거될 예정이다. 공사 기간인 2027년부터 2031년까지 LG와 두산은 인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개조한 대체 야구장을 사용하며, 새 야구장은 2032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양현종이 새 야구장을 마주할 2032년이면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다. 그가 던진 농담에 KIA 팬들의 웃음 속 아쉬움이 겹치는 이유다.
당초 양현종은 4차전 선발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나도 당연히 투수니까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던지고 싶다. 하지만 시리즈는 오늘 끝내는 게 팀을 위해 가장 좋다"며 "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3차전으로 시리즈를 매듭짓고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 선수들도 체력적·정신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현종의 바람대로 KIA는 3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냈다. 끝내 잠실 마운드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과 함께 잠실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