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70일 동안 홀로 남극 대륙 1786㎞를 걸은 산악인 김영미가 극한의 환경에서 깨달은 것은 누군가 건네는 응원 한마디의 소중함이었다. 누구보다 외로운 도전을 마친 그가 전한 메시지는 세상에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의 오프닝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고상지의 아름다운 반도네온 선율이 행사장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 가운데, 이어진 ‘WAY 길이 되는 이야기’의 두 번째 순서인 강연 ‘남극 1786㎞, 무엇이 나를 걷게 했나’에는 산악인 김영미가 연사로 나섰다.
이날 김영미는 남극 단독 횡단을 준비하고 완주하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했다. 남극의 여름에도 기온이 영하 35도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환경이었다. 그는 10년에 걸쳐 체력을 기르고 장비와 식량을 줄이는 준비를 거쳐 70일간의 대장정에 나섰다.
김영미는 “70일 동안 마라톤을 42번 뛰는 거리였다. 100㎏에 가까운 썰매를 끌고 하루하루 걸어야 했다”며 “아침에 출발하면 한 번도 앉지 않았다. 간식도 서서 먹었다. 10분씩 다섯 번만 쉬어도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2㎞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서운 추위와 거센 바람도 견뎌야 했다. 하루는 바람이 너무 강해 텐트조차 칠 수 없었다. 그는 “10시간 넘게 걸은 뒤에도 두 시간 동안 눈으로 벽을 쌓아야 겨우 텐트를 칠 수 있었다”며 “70일 동안 딱 하루 쉬었는데 바로 그날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육체적인 고통만이 아니었다. 끝없는 설원에서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외로움이었다. 김영미는 “단독 원정에서 어려운 것은 짐을 나눠 끌 사람이 없다는 게 아니다. 아침에 힘들 때 ‘어제도 잘했으니 오늘도 힘내보자’고 말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었다”며 “그런 위로와 응원이 얼마나 그리운지 남극에서 절실히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극 횡단에 성공하기까지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사람들의 힘이 컸다고 강조했다. 준비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무너질 뻔한 순간도 있었지만, 주변의 지지와 응원 덕분에 다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영미는 “혼자 먹고 혼자 자고 걸었지만 세상에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꼈다”며 “탐험을 할수록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알게 된다. 하지만 막상 해내고 나니 사람은 생각보다 약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극은 아무리 힘들어도 길의 끝이 있었다. 하지만 인생에는 끝이 없다. 오히려 남극보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일이 훨씬 더 힘든 것 같다”며 “여러분의 오늘 하루를 응원한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휴먼스토리: 우리를 잇는 당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열렸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삶에서 겪은 도전과 선택, 실패와 성취의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