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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56) 안무 저작권 잔혹사

최근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안무 창작자의 권리를 알리고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고자 ‘보이는 건 동작, 담긴 건 창작’을 주제로 ‘안무도 저작권’ 챌린지를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안무가 리아킴, 아이키 등 대표 안무가들이 참여한 캠페인 영상이 공개되며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안무 저작권에 대한 논의는 2021년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흥행과 함께 본격화됐습니다. 이어 2024년 한국안무저작권협회(KCCA)가 출범하고 초대 회장에 김혜랑(리아킴)이 취임하면서, 표준계약서 도입 추진 등 음악 분야 수준의 저작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그러나 현장에서는 안무 저작권이 ‘있다’ ‘없다’를 둘러싸고 여전히 혼선이 큽니다. 실제 2023년 안무가 리아킴은 경제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의 ‘B주류 경제학’에 출연해 ‘안무 저작권이 없다’며, 자신이 대표로 있는 ‘원밀리언’ 채널의 구독자가 2000만 명이 넘지만 수익 정산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Mnet ‘월드 파이터 디렉터스 워(스디파)’에 출연 중인 안무가 레난 역시 2025년 유튜브 채널 ‘웍크샵’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 나와 안무 저작권료의 유무를 묻는 질문에 “안무는 저작권이 없다”고 답하며 “무에서 유를 창작해야 하고 타인의 기호와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거치는 직업인 만큼, 안무에도 반드시 저작권이 있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이들이 말한 ‘안무 저작권이 없다’는 표현은 법적 권리의 부재라기보다 크레딧 표기와 추가 보상·정산 시스템의 부재를 포괄적으로 지칭한 것에 가깝습니다. 현행 저작권법상 안무는 엄연한 저작물에 해당하지만, 현장의 유명 안무가들조차 저작권의 법적 존재 유무를 오인할 만큼 안무 저작권을 둘러싼 법리와 현실의 갭은 상당합니다.이러한 현장의 혼선을 바로잡고 법적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2025년 ’K팝 안무의 저작권 보호와 법적 과제’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해 온 디지털지식재산연구소 소장 김현숙 박사(법학)에게 안무 저작권의 현주소를 물었습니다. ◇ 안무저작권은 존재하는가?김현숙 박사는 필자와 인터뷰에서 ‘안무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는 대상인 것은 맞다’며 ‘이미 안무는 (저작권법의)보호를 받고 있으며, 연극 저작물 안에 들어가있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다양한 춤 동작을 창의적으로 변형·배열하여 창작성을 인정한 ‘샤이보이’ 사건(서울고등법원 판례)을 언급하며, K팝 안무가 저작물이 될 수 있다는 점 자체는 법리상 다툼이 없음에도, 현장에서 “안무 저작권이 없어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오해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다만 김 박사는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 저작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전제를 덧붙였습니다. 즉 널리 알려진 포인트 동작 하나를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것은 아니며, 일정 수준 이상의 길이와 독창적인 창작성이 결합해 하나의 완성된 흐름을 이룰 때 비로소 저작권 보호의 대상으로 검토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안무가 리아킴은 앞서 언급한 유튜브 채널에서 “어떤 안무 몇초 이상, (혹은) 30초 이상 등 일정 길이 이상의 안무 배열을 기준으로 고유의 창작권을 인정해 주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단순한 시간 기준 적용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일정 수준의 길이와 창작성이 가미돼야 보호받는 것은 맞지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 분량을 ‘음악은 몇 초 이상이어야 한다’ 등의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고, 결국 개별 사건에 대한 법원의 구체적 판단을 거쳐야 할 영역이라는 지적입니다. ◇ ‘성명표시권’과 그 너머의 과제 강석원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안무를 즐기는 과정에서 창작자의 이름과 저작권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과 함께 ‘안무도 저작권’ 챌린지를 통해 안무를 만든 창작자가 존중받는 문화 조성을 당부했습니다. 실제로 현장 안무가들이 가장 시급하게 요구하는 것 역시 저작자의 이름이 명시되는 ‘성명표시권’(크레딧)입니다. 리아킴은 과거 MBN과 인터뷰에서 ‘내가 짠 안무임을 명시해달라는 당연한 권리를 요청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고, 최근 Mnet ‘스디파’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안무가들 역시 이 ‘크레딧’의 중요성을 입을 모아 강조했습니다. 안무가 인규는 ‘역할 분담과 크레딧이 명확해진다면 저작권 인식도 높아질 것’이라 전했고, 안무가 백구영 또한 ‘(안무가들이) 크레딧을 얼마나 원하고 소중히 여기는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며 관심을 호소했습니다.이에 대해 김 박사는 ‘누구를 크레딧에 올릴 것인지는 안무가들 스스로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름 오기재 역시 성명표시권 침해가 될 수 있으며, 제3자의 권리 주장이나 누락 위험은 방송사 입장에서 실질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객관적 현실을 짚은 것입니다. 이는 매주 방송 프로그램의 음악 저작물 크레딧을 직접 검수하는 필자의 실무 경험과도 일치합니다. 현장에서는 크레딧을 예명으로 표기할지 본명으로 표기할지부터 민감하게 검토합니다. 오래된 음원은 수십 년 전 LP의 표기까지 일일이 대조하고, K팝의 경우 예명 속 알파벳 대소문자나 숫자, 특수기호 하나까지 엄격하게 구분합니다. 결국 안무가들 역시 스스로 기준을 확립하고 명확한 권리관계를 공표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안무가의 성명표시 호소가 창작자 존중의 출발점이라면, 안무 영상에 사용되는 ‘음악’의 창작자는 어떻게 표시되고 있을까요? 구독자 2600만 명을 보유한 원밀리언 유튜브 채널의 경우, 공개된 다수의 영상에서 안무가의 이름은 분명히 명시돼 있지만, 사용된 음악의 작사·작곡자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안무 창작자의 성명표시를 강조하는 만큼, 타 저작물 창작자에 대한 표시 역시 같은 기준에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나아가 안무 저작권을 다룰 때 그보다 앞선 단계, 즉 안무가 어떤 선행 저작물을 이용해 만들어지는지는 충분히 검토돼 왔을까요? 안무는 일반적으로 음악의 흐름, 가사, 리듬 등 음악적 표현과 어울리는지를 중심으로 대중에게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는 K팝 안무가 어떠한 선행 저작물을 이용하여 창작되는가에 대한 검토 없이 안무를 독립 저작물로 전제하는 데서 생기는 논리적 공백을 우선적으로 짚어보고자 합니다.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6.08.2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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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용의 뮤직인사이트]② AI는 오래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처음 듣는 노래인 데도 이상하리만큼 낯설지 않다. 잔잔한 피아노 위로 목소리가 스며들고, 후렴에 이르면 편곡의 층이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멜로디의 흐름은 매끄럽고, 보컬의 호흡은 자연스러우며, 사운드의 질감도 충분히 정교하다. 어느 순간 낯선 곡이라는 사실조차 잊을 만큼 익숙하게 다가온다. 생성형 AI가 만든 음악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잘 다듬어진 신곡 한 곡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그런데 노래가 끝난 뒤에도 무언가 남을까. 다시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시간이 지난 뒤에도 한 소절이나 한 장면이 문득 떠오를까.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에도 다시 이 노래를 찾아 듣게 될까.잘 만든 음악과 오래 사랑받는 음악은 과연 같은 것일까.이제 AI 음악을 단순히 ‘기계적이다’거나 ‘티가 난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졌다. 2025년 디저(Deezer)와 입소스(Ipsos)가 8개국 9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AI가 만든 곡 두 곡과 인간이 만든 곡 한 곡을 들려준 블라인드 테스트 참가자의 97%는 세 곡을 모두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했다. 단 세 곡을 사용한 제한된 테스트이므로 인간과 AI 음악 전반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다만 소리의 외형만으로 제작 방식을 가려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기술도 빠르게 정교해지고 있다. 수노(Suno) 같은 생성형 음악 서비스는 멜로디와 화성, 리듬과 편곡, 보컬과 사운드를 하나의 완결된 트랙으로 구현한다. 이전에는 어색하던 보컬의 연결이나 악기의 질감도 빠르게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기술적 완성도라는 첫 번째 기준에서 AI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그러나 제작 현장에서 ‘잘 만든 곡’이 언제나 최종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데모를 듣다 보면 음정이나 연주가 조금 거칠어도 특정 목소리의 질감, 예상하지 못한 호흡, 한 문장의 가사가 곡 전체의 인상을 바꾸는 순간이 있다. 중요한 것은 불완전함 그 자체가 아니다.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렸는가이다. 그 선택이 반복되면 하나의 관점이 생기고, 그 관점이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연결된다.음악 레이블에서 싱글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판단 구조가 작동한다. 기술적으로 가장 잘 정돈된 곡보다 지금 이 아티스트가 왜 이 곡을 불러야 하는지, 이전 음악과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다음 활동의 방향을 어떻게 전개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본다. 결국 한 곡의 가치는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음악이 누구의 언어가 될 수 있는가까지 보게 된다.이 차이는 ‘창작적 가치’라는 두 번째 층위와 연결된다. 생성형 AI는 수많은 음악적 가능성을 빠르게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선택과 의도, 개성, 예상 밖의 표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관점은 결과물의 수가 많다고 자동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창작은 답을 많이 만드는 일인 동시에 어떤 답을 끝까지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다.이 지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비틀스의 ‘Now And Then’을 떠올릴 수 있다. 2023년 공개된 이 곡은 머신러닝 기반 오디오 분리 기술을 활용해 오래된 데모에서 존 레넌의 목소리를 분리하고,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새로운 연주를 더해 완성됐다. 기술이 없었다면 끝내기 어려웠던 곡이다. 하지만 이 노래의 의미를 기술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1970년대의 데모, 1990년대 멤버들의 시도, 그리고 수십 년 뒤 다시 이어진 작업의 시간이 한 곡 안에 겹쳐 있기 때문이다. 같은 소리라도 어떤 역사와 관계 속에서 들리는가에 따라 음악의 무게는 달라진다.기술적 완성과 문화적 지속성 사이에는 또 하나의 과정이 놓여 있다. 반복 청취를 다룬 음악심리 연구에서는 익숙함이 높아질수록 음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자전적 기억을 다룬 연구에서도 음악은 과거의 경험을 불러내는 강력한 단서로 작동한다. 처음에는 멜로디와 목소리를 듣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노래를 듣던 장소와 사람, 사랑과 이별, 지나온 한 시절까지 함께 떠올리게 된다.공연과 팬덤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음원으로 처음 들었던 노래가 콘서트에서 수천 명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고,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과 만나거나 특정 시대의 사건과 연결되면서 처음과 다른 의미를 얻는다. 음악의 문화적·정서적 지속성은 음원이 완성되는 순간 모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사람들과 맺는 관계 속에서 축적된다.음악산업에서는 이 차이가 곧 카탈로그의 가치로 이어진다. 발표 당시 큰 주목을 받은 곡이 몇 달 뒤 빠르게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 반면, 발매 초기에는 주목도가 낮았던 곡이 공연과 입소문, 새로운 세대의 재발견을 거치며 오래 살아남기도 한다. 단기적인 주목과 장기적인 음악 자산은 같은 기준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레이블의 관점에서 오래 남는 곡은 단순히 스트리밍이 오래 유지되는 곡만을 뜻하지 않는다. 공연 레퍼토리로 반복되고, 재발매와 리이슈, 영화·광고의 싱크, 새로운 세대의 커버와 재해석을 거치며 다시 가치를 만든다. 그래서 ‘지속성’은 감성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음악 자산의 문제이기도 하다.그러나 이러한 관계가 반드시 인간이 만든 음악을 통해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음악인지 연구에서는 AI 생성 음악도 청취자에게 분명한 정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AI가 인간처럼 감정을 경험해서가 아니다. 음악의 구조와 소리가 사람의 지각과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I로 만든 곡 역시 누군가의 기억과 연결되고, 공연이나 영상, 특정 사건과 만나면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다.따라서 AI 시대의 질문을 ‘AI가 인간만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가’에만 묶어둘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음악의 가치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이다. 기술적 완성도는 음악의 출발점을 높여주지만, 그것만으로 한 곡의 지속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누가 왜 그 표현을 선택했는지, 어떤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연결되는지, 어떤 시대적 맥락과 청취자의 경험 속에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어떤 의미가 더해졌는지가 음악의 가치를 다시 만든다.잘 만든 음악은 기술로 빠르게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오래 사랑받는 음악이 되는 과정은 그 곡이 완성된 뒤부터 시작된다.박태용 서경대학교 문화예술학과 교수 ▶저자소개=일본 메이저 음악기업 포니캐년(Pony Canyon) 한국지사 A&R 총괄 팀장과 소노르뮤직그룹 대표, 서울시립청소년음악센터 음악사업 총괄을 거치며 지난 20여 년간 음악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왔다. 현재 대학에서 음악산업의 구조와 비즈니스, 창작과 유통 환경의 변화 등을 교육·연구하며 다음 세대 음악 예술가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2026.08.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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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집착..스토킹범죄, 왜 우리는 여전히 방관하는가 [노종언 엔터법정]

스토킹은 칼을 드는 순간 시작되는 범죄가 아니다. 메시지 한 통, 우연을 가장한 기다림, 답을 강요하는 연락에서 시작된다. 이를 “팬심”이나 “남녀 사이의 다툼”으로 치부하는 동안 이는 잔혹한 폭력으로 자란다.최근 배우 황정민 사건도 이를 보여준다. 피고인은 특별한 관계라며 자료와 음성을 공개했고, 검찰은 장기간 연락과 가족을 향한 위협성 게시물 등을 이유로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다. 유무죄는 법원의 몫이다. 그러나 사생활 주장이 온라인에 퍼지는 순간 유명인은 재판보다 먼저 사회적 심판을 받는다.‘사생팬’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볼 단어이다. BTS 정국의 자택 침입 시도, 엔하이픈의 숙소 불법 촬영, 코르티스 차량 위치추적장치 사건은 팬심의 일탈이 아니다. 주소를 사고 동선을 추적해 집과 숙소에 침입하는 행위를 팬심으로 부르는 순간 범죄는 낭만화된다. 사생팬은 행위에 따라 스토킹·주거침입·개인정보 침해의 가해자가 될 뿐이다.스토커의 위험성은 피해자의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 있다. 자신을 시험하거나 주변 사람이 관계를 방해한다고 왜곡한다. 경찰의 경고와 법원의 접근금지조차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해석한다. 그러다 자신의 망상이 부정되는 순간 애착은 증오와 보복으로 변한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너를 무너뜨리겠다”는 통제욕이 폭로와 가족 협박, 사회적 매장으로 이어진다.문제의 본질은 진단명이 아니라 피해자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사랑은 상대방의 거절을 존중하지만 스토킹은 거절을 무시하고 상대방의 삶을 점령한다.스토킹 피해자는 집과 직장, 전화번호와 인간관계를 모두 바꾸고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가해자가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스토킹은 피해자를 죽이기 전에 그 사람의 일상과 영혼부터 조금씩 살해한다.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고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됐지만 고위험 스토커를 신속히 격리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반복적 접근, 접근금지 위반, 주거침입, 위치추적, 가족 협박, 개인정보 유포가 중첩된 사건은 처음부터 고위험군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단순 경고나 벌금형에 머물지 말고 구속과 전자장치 부착, 실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우리는 피해자에게 왜 더 단호하게 거절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제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왜 명백한 거절 이후에도 가해자는 계속 접근할 수 있었는가. 왜 국가의 경고와 법원의 명령조차 집착을 멈추게 하지 못했는가.스토킹은 애정의 변질이 아니다. 타인의 자유와 존엄을 빼앗는 지독한 폭력이다. 피해자가 죽거나 사라져야 끝나는 범죄여서는 안 된다. 국가가 가해자를 격리하고 멈추게 하는 순간 끝나는 범죄가 되어야 한다. 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2026.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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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 (55) ‘놀면 뭐하니?’의 ‘유플래쉬’와 ‘뽕포유’로 본 AI 시대 창작과 크레딧

트랙 기반으로 여러 창작 참여자들의 아이디어가 실시간으로 겹쳐지는 현대 대중음악에서 전통적인 관점의 ‘작곡’과 ‘편곡’의 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2019년 MBC ‘놀면 뭐하니?’의 ‘유플래쉬’와 ‘뽕포유’ 프로젝트는 이 창작 방식의 패러다임 변화를 직관적으로 비교해 준 사례입니다.‘유플래쉬’ 프로젝트가 보여준 창작 모델은 ‘협업 창작’이었습니다. 유재석이 연주한 기초 8비트 드럼 비트를 출발점으로, 유희열·이적·선우정아·뮤지 등이 중심이 돼 박자와 구간을 편집하고 화성(코드)을 얹어 곡의 기본 구조(Song Form)를 만든 후 윤상, 이상순, 기타리스트 한상원, 적재 등 세대를 아우르는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합류해 베이스, 기타 등 각종 악기 연주와 멜로디, 보컬을 순차적으로 쌓아 올렸습니다. ‘드럼 비트’라는 하나의 씨앗이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다섯 곡으로 피어난 것입니다.반면 ‘뽕포유’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분업 창작’의 정석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재석이 구상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이건우 작사가가 가사를 써내려갔고, 박현우 작곡가가 건반으로 코드와 주선율(톱라인)을 붙여 악보를 제작했습니다. 이어 정경천 편곡가가 그 악보를 전달받아 전주·간주가 포함된 편곡을 더해 완성형 총보(Score)를 제작했고, 녹음실에서는 총보에 기반해 윤영인 밴드의 연주와 김효수의 코러스, 현악 스트링 세션, 유재석의 보컬을 순차적으로 녹음해 곡을 완성했습니다.◇ 크레딧 표기와 실질적 ‘창작성’, 과연 일치하는가?작업 방식의 극명한 차이는 저작자 크레딧 표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유플래쉬’의 다섯 곡은 드럼을 친 유재석을 비롯해 창작에 참여한 모든 뮤지션이 작사 또는 작곡자로 표기된 반면, ‘뽕포유’의 ‘합정역 5번 출구’는 작사 이건우·유산슬(유재석), 작곡 박현우, 편곡 정경천으로 역할이 명확히 구별돼 표기됐습니다. ‘유플래쉬’는 8비트 드럼 비트에서 출발해 후속 참여자들이 화성, 구조, 대선율, 리듬, 음색, 멜로디를 유기적으로 레이어링해 나간 구조였습니다. 즉 ‘원곡’이 먼저 존재하고 이를 ‘편곡’했다는 식의 이분법이 성립할 수 없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작곡’을 단순히 주선율 작성에 국한하지 않고, 최종 곡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창작적으로 기여한 모든 이들을 작사·작곡자로 등재한 것입니다.이와 달리 ‘뽕포유’ 프로젝트의 ‘합정역 5번 출구’는 철저한 분업 체계와 명확한 영역 구분을 보여줍니다. 방송 당시 편곡 회의 상황을 살펴보면, 작사가 이건우와 작곡가 박현우, 편곡가 정경천이 모여 전주 구성부터 함께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작곡가 박현우는 본인이 직접 악보에 적어온 전주 멜로디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해 선보였지만, 실제로 발매된 음원의 전주는 박현우가 연주했던 멜로디와는 다릅니다. 그것은 회의 과정에서 편곡가 정경천이 전주·간주 멜로디와 코러스를 자신이 수정하겠다고 밝혔고, 박현우가 이를 수긍했기 때문입니다.이들의 확실한 역할 구분은 녹음 현장에서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반주 녹음 당일, 작곡가 박현우는 전주 마지막에 자신이 구상한 ‘빰빰’ 소리를 넣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는 편곡가 정경천의 최종 결정에 따라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유재석의 보컬 녹음날에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유재석이 특정 멜로디에서 계속 실수를 하자, 이번에는 편곡가 정경천이 작곡가 박현우에게 멜로디 수정을 제안했고, 박현우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최종 수정이 이뤄졌습니다.편곡에 대한 결정권은 편곡가에게, 멜로디에 대한 결정권은 작곡가에게 있다는 선이 명확했던 셈입니다.결국 ‘유플래쉬’는 참여자들의 실질적인 창작 기여를 폭넓게 인정해 모두를 작사·작곡자로 등재한 사례인 반면, ‘뽕포유’는 편곡자가 전주·간주 멜로디를 새로 만드는 실질적 창작을 했음에도 사전에 약속된 역할에 따라 작사·작곡·편곡의 경계를 구별해 크레딧에 표기한 사례입니다.문제는 음악 산업 내 관행과 사전 합의에 따라 부여돼 온 크레딧 표기 방식이, 저작권법이 판단하는 실질적 ‘창작성’의 기준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 ‘인간의 창작적 기여’의 실제적 기준은?이 두 방식의 차이는 AI 음악의 저작권을 논할 때,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인간의 창작적 기여’는 실제로 무엇을 기준으로 구분해야 할까요?‘합정역 5번 출구’ 녹음 당시, 정경천 편곡가가 새로 만든 전주의 톱라인은 드라마 ‘전원일기’ 주제가로 유명한 김원용의 색소폰 연주와 김효수의 코러스로 완성됐지만, 세 사람은 작곡자로 등재되지 않았습니다. 필자 역시 2020년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OST인 크러쉬의 ‘둘만의 세상으로 가’에서 오케스트레이션(현악) 편곡을 담당했으나, 작곡이나 편곡 크레딧에 등재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인간 중심의 음악 작업에서는 모든 창작적 기여를 일일이 저작자 크레딧 표기로 환산하지 않고 관행과 역할 구분에 따라 크레딧을 정리했지만, 이제 AI시대에는 완성된 음악 속에서 ‘인간이 실제로 무엇을 창작했는가’를 구체적으로 추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전통적 ‘분업 창작’ 관점에서 볼 때, AI가 전주와 간주 선율, 화성 진행, 베이스라인, 리듬, 오케스트레이션까지 생성할 경우 AI는 편곡자의 역할을 수행한 것입니다. 반면 ‘협업 창작’ 관점에서 보면, AI가 생성한 요소들 역시 곡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핵심 창작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기존의 작·편곡가가 맡던 영역 상당 부분에 AI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셈입니다.그렇다면 사람이 멜로디를 만들고 AI가 반주와 코드 구성을 제안하거나, 반대로 AI가 만든 곡을 사람이 재구조화하고 멜로디를 수정했다면 어디까지를 인간의 창작적 기여로 봐야 할까요? AI가 생성한 수많은 멜로디와 리듬 조각을 인간이 선택·조합하고 실제 악기로 재녹음했다면, 이를 인간의 창작물로 보아야 할까요, 아니면 AI의 생성물로 보아야 할까요?AI가 창작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AI를 얼마나 활용했는가”, “인간의 기여도가 몇 %인가”라는 단편적·수치적 질문이 아닙니다. 최종 작품에 존재하는 각 표현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AI가 제시한 수많은 가능성 중 인간이 무엇을 선택·변형·제거했는지, 그 선택을 통해 인간의 창작적 개성이 얼마나 투영됐는지, 결과적으로 인간이 작품 전체를 어디까지 ‘창작적으로 통제’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6.08.1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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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용의 뮤직인사이트]① 누구나 음악을 만드는 시대, 무엇이 달라지는가

‘딸깍.’ 장르와 분위기, 목소리의 결을 몇 줄로 입력하고 생성 버튼을 누르자 잠시 뒤 가사와 보컬, 드럼과 기타, 코러스까지 갖춘 두 곡이 재생된다. 수노(Suno)나 유디오(Udio) 같은 생성형 음악 서비스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다. 음악 제작에 필요했던 여러 기술과 공정이 하나의 화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번 연재는 이 장면에서 출발해 생성형 AI가 음악의 창작과 A&R, 소비, 권리, 직무, 그리고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지 총 7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생성형 AI가 먼저 낮춘 것은 음악적 재능의 문턱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소리로 구현하는 기술적 문턱이다. 예전에는 머릿속에 멜로디가 떠올라도 악기를 연주하거나 악보를 쓰고, DAW(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를 다룰 줄 알아야 했다. 편곡을 붙이고 가이드 보컬을 녹음하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과 비용도 필요했다. 이제는 “새벽 도시를 걷는 30대 남성의 쓸쓸한 인디 팝”처럼 원하는 장면과 정서를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만으로 노래의 윤곽을 들을 수 있다. 그 곡의 특정 구간을 바꾸거나 가사를 수정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창작의 출발점이 ‘연주할 수 있는가’에서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로 이동한 셈이다.이 변화는 비전문가에게만 열린 기회가 아니다. 독립 창작자는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전 여러 방향의 데모를 시험할 수 있고, 중소규모 제작사는 외부 인력을 모두 투입하기 전 시장성과 콘셉트를 가늠할 수 있다. 전문 작곡가도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리듬과 악기 조합을 빠르게 탐색한다. 과거에는 비용 때문에 포기했을 아이디어를 여러 버전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성형 AI는 창작의 실패 비용을 낮춘다.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더 많이 시도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그 대신 대중음악 제작의 오랜 분업 구조는 압축되고 재배열된다. 하나의 완성된 곡은 작곡가와 작사가, 편곡가, 연주자와 가수가 소리를 쌓아 올린 뒤 프로듀서와 엔지니어가 녹음과 믹싱을 완성하는 협업의 결과였다. 생성형 AI는 이 가운데 초안 작곡, 편곡 제안, 가이드 보컬, 사운드 디자인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수행한다. 한 사람이 과거 여러 인력이 나누어 맡던 초기 제작 단계를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이 변화는 협업의 종말이라기보다 협업이 시작되는 시점을 뒤로 미룬다. 아이디어를 확인하는 데도 작곡·편곡·연주·녹음 인력이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 사람이 데모를 만든 뒤 필요한 전문가를 선택해 투입할 수 있다. 제작비도 초기 탐색보다 최종 녹음, 보컬 디렉팅, 사운드의 차별화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누가 참여하느냐 만큼 언제 참여하느냐가 중요해지는 것이다.업계의 대응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스포티파이는 2026년 4월 보컬과 연주, 후반 작업 가운데 어디에 AI가 쓰였는지를 곡 크레딧에 표시하는 ‘AI 크레딧’을 음악 메타데이터 국제표준기구 DDEX 방식으로 시범 도입했다. 애플뮤직도 같은 해 3월부터 독자적인 ‘트랜스페어런시 태그’(Transparency Tags)로 유통 단계에서 AI 사용 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두 회사의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AI 생성’과 ‘AI 보조’를 가르는 이분법이 아니라, 어느 창작 요소에 AI가 쓰였는지를 특정하는 방식이다.그렇다고 제작의 전문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성이 작동하는 위치가 달라진다. AI가 제시하는 첫 결과는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 선택 가능한 데모에 가깝다. 멜로디는 자연스럽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고, 보컬은 매끄럽지만 가사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노래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생성 버튼은 곡을 내놓지만 그 곡이 왜 필요한지까지 판단하지는 않는다.바로 이 지점에서 ‘딸깍’이라는 표현의 한계가 드러난다. 음악은 딸깍 한 번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수많은 결정이 남는다. 두 개의 결과 가운데 어느 쪽을 남길 것인가. AI 보컬을 가이드로만 쓰고 실제 가수의 목소리로 다시 녹음할 것인가. 이 선택들이 쌓여야 익명의 결과물이 특정 아티스트의 음악으로 바뀐다.콘텐츠 생산이 늘수록 이 판단은 더욱 중요해진다. 디저(Deezer)는 2026년 7월, 그해 6월 정점 기준으로 하루 약 9만 곡의 완전 AI 생성 음악이 유입돼 신규 업로드의 절반을 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곡들이 차지한 실제 스트리밍 비중은 1~3%에 머물렀고, 그마저도 상당 부분이 부정 스트리밍으로 걸러져 정산에서 제외됐다. 한 플랫폼의 집계지만, 생산량의 폭증이 곧 청취와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음악이 부족한 시대의 문제는 만드는 것이었지만, 음악이 넘치는 시대의 문제는 무엇을 들어야 하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일이다.전문 음악인의 역할도 여기에 맞춰 변한다. 작곡가는 처음부터 모든 음을 직접 만드는 사람을 넘어 생성된 소재를 자신의 언어로 다시 쓰는 사람이 된다. 보컬 디렉터는 정확한 음정뿐 아니라 발음과 호흡, 감정의 방향이 곡의 인물과 맞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프로듀서는 더 많은 버전을 더 빨리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흩어진 가능성을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시키는 최종 결정자가 된다.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5년 6월 펴낸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안내서’도 같은 맥락이다. 안내서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인정되는 결과물만 등록 대상으로 보며, 창작자가 표현의 방법과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가(통제가능성), 의도한 바를 의도한 대로 나타낼 수 있는가(예측가능성)를 그 기준으로 삼는다. 이번 글의 초점은 권리 인정의 기준 자체가 아니라, 프롬프트 이후 인간이 결과를 얼마나 통제하고 변형했는가를 제도 역시 묻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생성형 AI는 제작 도구를 넓혔지만, 완성도와 방향에 대한 책임까지 대신 맡지는 않는다.누구나 음악을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곧 누구나 음악가가 되는 시대는 아니다. 앞으로 전문성을 가르는 기준은 첫 음을 만드는 속도보다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살릴지 결정하는 안목이다. 생성형 AI가 제작의 손을 늘려 놓았다면, 인간에게 남는 일은 그 손들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정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음악은 ‘딸깍’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곡을 작품으로 완성하는 일은 결코 ‘딸깍’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 회차에서는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이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지, 기술적 완성도와 인간 창작의 가치 사이에 놓인 간극을 살펴본다.박태용 서경대학교 문화예술학과 교수 ▶저자소개=일본 메이저 음악기업 포니캐년(Pony Canyon) 한국지사 A&R 총괄 팀장과 소노르뮤직그룹 대표, 서울시립청소년음악센터 음악사업 총괄을 거치며 지난 20여 년간 음악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왔다. 현재 대학에서 음악산업의 구조와 비즈니스, 창작과 유통 환경의 변화 등을 교육·연구하며 다음 세대 음악 예술가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2026.08.14 07:00
연예일반

유명세는 방탄복이 아니다…황정민 사안이 보여준 ‘폭로의 비대칭’ [노종언 엔터법정]

폭로가 올라오는 순간, 법정은 SNS로 옮겨진다. 몇 장의 대화 캡처와 짧게 편집된 녹취가 증거처럼 퍼지고, 진실이 가려지기도 전에 댓글창에서 대중의 판결이 내려진다.최근 배우 황정민을 둘러싼 사안도 같은 질문을 남긴다. 한 여성이 황정민과 사적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며 메시지 등을 공개했고, 황정민 측은 해당 여성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괴롭혀 온 스토킹 사건의 피고인이며 자료도 악의적으로 편집됐다고 반박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어느 한쪽의 주장을 확정된 사실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황정민의 처신이 적절했다고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팬과의 사적 연락이나 만남에서 경계를 엄격히 관리하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설명과 책임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 있었다는 것과 집요한 연락, 사생활 공개, 사회적 공격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사람은 잘못을 할 수 있고,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잘못이 있었다는 이유로 보호받을 권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우리 사회는 일반인과 연예인의 갈등을 쉽게 약자와 강자의 구도로 바라본다. 그러나 폭로가 시작되는 순간 힘의 방향은 뒤집힐 수 있다. 폭로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와 공개 시점을 선택하지만, 연예인은 이름과 얼굴, 가족과 작품, 광고계약과 수많은 관계자의 생계를 걸고 대응해야 한다.침묵하면 인정했다고 하고, 해명하면 말을 맞춘다고 한다. 고소하면 일반인을 압박한다고 하고, 고소하지 않으면 사실이어서 대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어느 길을 택해도 사회적인 유죄가 예정된 구조다. 연예인의 유명세는 오히려 상대의 공격 효과를 키우는 확성기가 된다.연예인에게 의혹은 단순한 평판 문제가 아니다.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전에도 광고가 내려가고 작품과 편성이 흔들린다. 폭로는 몇 분 만에 퍼지지만 법원의 판단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훗날 주장이 허위나 과장으로 밝혀져도 첫 번째 헤드라인이 남긴 피해는 되돌리기 어렵다.물론 유명인은 더 큰 영향력을 가진 만큼 더 많은 검증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 피해자의 용기 있는 폭로가 거대한 권력을 무너뜨린 사례도 많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폭로를 막는 일이 아니라 폭로와 판결을 구분하는 일이다. 피해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최초 폭로자의 말을 곧바로 진실로 확정하는 것은 다르다.언론은 폭로가 있었다는 사실과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는 판단 사이에 선을 그어야 한다. 잘린 녹취보다 전체 맥락을 확인하고, 반론도 폭로와 같은 무게로 다뤄야 한다. 대중 역시 누군가의 몰락을 실시간 콘텐츠처럼 소비하는 태도에서 한 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다.스타의 이름은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삶 전체가 대중의 소유물은 아니다. 잘못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책임을 물으면 된다. 다만 확인되기 전에 한 사람을 파괴하지 않는 것, 잘못한 사람에게도 피해자로서 보호받을 권리를 남겨두는 것.그것이 폭로의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정의다.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2026.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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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54) 음실련 회원 된 버추얼 아이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는 지난달 “버추얼 콘텐츠가 성장할수록 그 뒤에서 음악을 구현하는 실연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세계아이돌을 비롯해 플레이브, 비던(B:DAWN) 등 버추얼 아이돌의 실제 가창 실연자들이 회원으로 등록됐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음실련의 이러한 결정은 이미 폭발적으로 성장한 버추얼 아이돌 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작년 5월, K팝 아이돌의 성지로 불리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이세계 페스티벌 2025’가 열렸습니다. ‘이세계아이돌’은 실제 사람이 전면에서 활동하는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과 다르게 인간 가수의 모습 대신 디지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버추얼(Virtual) 아이돌’입니다. 국내 버추얼 아티스트 최초로 헤드라이너 무대에 올라 태양, 선미, 보이넥스트도어 등 정상급 K팝 아티스트들과 공연하는 모습은 버추얼 아이돌이 이미 일부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브컬처가 아닌 콘텐츠 산업과 K팝의 거대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메타버스나 NFT(대체 불가능 토큰)처럼 ‘한때 유행으로 지나가는 기술 시범용 콘텐츠’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깬 사건이었습니다. 다양한 아티스트의 저작권 업무를 담당해온 필자에게 유독 ‘이세계아이돌’이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팬덤의 ‘저작권’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소비하는 콘텐츠에 사용된 음악의 저작권이 정당하게 해결되었는지 직접 확인하고 토론할 만큼 높은 저작권 의식을 보여줍니다. 저작권 담당자로서 긴장감과 함께 산업의 변화를 체감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버추얼 아이돌의 음악적 실체는 무엇일까요? 많은 이들이 과거 애니메이션이나 외화처럼 제작된 화면에 목소리를 입히는 사후 ‘더빙’ 방식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버추얼 아이돌의 메커니즘은 전혀 다릅니다. 화면 속 캐릭터는 가상이지만, 그 캐릭터를 움직이는 동력은 실제 인간의 실시간 퍼포먼스입니다.이 같은 방식은 필자가 운영하는 (주)메이저세븐이엔엠에서 음악저작권 업무를 맡았던 2022년 MBN ‘아바타싱어’나 2023년 카카오페이지 ‘소녀 리버스’(RE:VERSE) 등에서 소개된 바 있습니다. 당시 테이, 손승연, HYNN(박혜원)과 권은비, 오하영(에이핑크), 루다·수빈(우주소녀) 등 여러 실력파 가수들은 모션캡처와 트래킹 장비 등을 착용하고 직접 노래하며 춤을 췄습니다. 이들의 동작과 미세한 표정 변화는 실시간 데이터로 변환되어 화면 속 캐릭터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즉 관객이 보고 듣는 라이브 퍼포먼스는 단순한 디지털 그래픽이 아니라, 캐릭터 뒤에 숨은 실제 인간의 즉각적이고 생생한 표현 행위입니다.따라서 버추얼 아이돌을 바라볼 때 화면 속 ‘캐릭터’라는 외형만 보아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고 듣는 하나의 버추얼 캐릭터 뒤에는 실제로 노래하고 연기하고 춤추는 인간 퍼포머의 실제적 표현 행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그 내용과 방식에 따라 저작권법상 명백히 보호받아야 할 ‘실연’(Performance)에 해당합니다. 저작권법은 실연자에게 복제권, 배포권, 공연권, 방송권, 전송권 등 저작인접권상 실연자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며 방송사업자, 디지털음성송신사업자, 상업용 음반을 사용하여 공연하는 자들이 실연자에 대한 보상을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작자들과 마찬가지로 실연자들의 인격권, 즉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보호합니다. ◇ 내가 하지 않은 행동을 ‘내 캐릭터’가 한다면?그렇다면 버추얼 아이돌 환경에서 실연자의 인격권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실연자의 인격권’은 모든 종류의 인격적 피해를 포괄하는 일반적 인격권이 아니라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 두 가지입니다.대중에게 ‘A’라는 이름으로 공개되는 버추얼 아이돌과 그 캐릭터 뒤에 존재하는 인간 실연자 ‘B’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캐릭터를 제작·편집하는 과정에서 ‘A’의 머리색이나 의상 등 외형적 설정을 변경하는 것은 ‘B’의 구체적인 실연과 무관한 캐릭터 자체의 변형이므로, 원칙적으로 실연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 문제로 볼 수 없습니다. 반면 ‘A’라는 캐릭터를 매개로 표현된 ‘B’의 가창, 무용, 연기 등 구체적인 실연이 편집을 거쳐 내용이나 형식이 변경되었다면, 변경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실연자의 인격권, 즉 동일성유지권 침해 여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변경되거나 훼손된 대상이 단순한 시각적 캐릭터 ‘A’가 아니라, 그 캐릭터 뒤에 숨은 실연자 ‘B’의 ‘실체적 표현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 캐릭터명을 인간 실연자의 ‘예명(이명)’으로 볼 수 있을까? 실연의 내용(동일성)뿐 아니라, 그 실연이 누구의 것인지 표시하는 ‘성명표시권’ 역시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서는 복잡한 양상을 띱니다. 버추얼 아이돌의 실연자 권리는 캐릭터 자체가 아니라, 캐릭터 뒤에 있는 인간의 구체적인 가창과 연주 등 실연 행위에서 비롯됩니다. 즉 일반적인 가수의 경우 자연인과 그가 사용하는 성명 또는 예명이 일대일로 매칭되지만, 버추얼가수들은 특성상 하나의 캐릭터를 시기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자연인이 실연할 가능성(1캐릭터-다수 실연자의 경우의 수)을 고려한다면, 버추얼 캐릭터의 이름과 특정 인간 실연자의 성명(또는 예명)이 꼭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믈론 현실의 성명이나 예명을 버추얼 캐릭터명과 결합시킨 다소 독특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앞서 언급한 ‘소녀 리버스’에서 버추얼 캐릭터 ‘도화’를 맡았던 찬미(AOA)의 경우, 프로그램 이후 본명을 ‘임도화’로 개명하고 활동 예명 역시 캐릭터명과 동일한 ‘도화’로 변경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버추얼 아이돌 팬덤에서는 실제 인간 실연자를 추적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영화 ‘매트릭스’에서 유래한 ‘빨간약’이라 부르며, 일종의 ‘불편한 진실’로 간주해 금기시하는 문화가 존재합니다. 이렇듯 캐릭터명과 실제 실연자가 분리되는 특성상, 권리관계 역시 캐릭터 단위가 아닌, 개별 음원이나 공연 등 ‘실체적 실연 단위’와 이를 수행한 ‘실제 인간 실연자’를 연결해 식별해야 합니다.버추얼 아이돌의 실연자 인격권은 당연히 인간 실연자에게 귀속됩니다. 하지만 그 실연이 캐릭터의 이름과 외형을 통해 공표되는 특성상,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 행사에서 캐릭터와 실제 실연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전통적인 실명·예명 기반의 가수 활동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문 버추얼 아티스트 특유의 이슈입니다.앞으로 버추얼 아이돌의 실연자 권리 보호에서는 ‘어떤 캐릭터의 실연인가’보다 ‘어느 자연인이 행한 어떤 구체적 실연인가’를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높은 저작권 의식을 보여주는 팬덤과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음실련의 이번 행보를 시작으로 법과 제도 역시 버추얼 아티스트 뒤에 숨은 실연자의 정당한 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더욱 촘촘하고 세심한 논의를 이어가야 할 때입니다.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6.08.10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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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53) 펜타포트의 매시브 어택, ‘시대유감’의 엇나간 해석

지난주 막을 내린 인천 펜타포트는 올해로 21년째를 맞이한 국내 대표 록 페스티벌입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국내외 정상급 뮤지션이 이곳 무대를 거쳐 갔습니다. 올해 둘째 날 헤드라이너로 나선 영국의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선곡하며 관객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영국의 유명 밴드가 한국 뮤지션의 곡을 선곡해 공연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끌기 충분합니다. 더구나 이 무대는 인천 펜타포트와 한국 관객만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앞서 핀란드 등 해외 공연에서도 선보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영어권 뮤지션에게 한국어 가사는 발음부터 의미 전달까지 결코 쉽지 않은 장벽임에도 한 곡의 상당 부분을 한국어로 소화하고 이를 해외 투어의 정식 레퍼토리로 선택했다는 점은 특별하게 받아들일 만합니다.매시브 어택은 ‘시대유감’의 화제성에 기대야 할 만큼 인지도가 낮은 팀이 아닙니다. 1988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결성된 이들은 ‘Teardrop’, ‘Unfinished Sympathy’ 등 여러 대표곡을 통해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팀입니다. 심지어 ‘시대유감’의 원작자이자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는 서태지보다도 데뷔가 앞섭니다.이러한 점에서 매시브 어택이 ‘시대유감’을 선곡해 해외와 한국 무대에서 선보인 사실은 글로벌 음악 교류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반갑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공연의 구체적인 연출과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마냥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습니다. ◇ 원작의 창작 의도와 역사적 의미, 왜곡된 재해석공개된 공연장 스크린에는 “K팝은 독재와 부패에 맞선 저항의 시기에 태동했다”는 문구와 함께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영상과 장면들이 연출되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6월 SNS를 통해 ‘시대유감’을 언급하며 현대의 아이돌 중심 K팝을 “철저한 경영 통제 아래 움직이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었습니다. 과연 ‘시대유감’에 5·18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이미지를 결합하고, 이를 다시 현대 K팝 산업 비판으로 끌어다 쓴 해석이 원작이 담고 있던 본래의 의미일까요? 타인의 작품을 공연할 권리와 그 창작 의도 및 역사적 맥락을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에 맞춰 재규정할 권리는 같은 것일까요?원작자인 서태지는 1995년 인터뷰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무책임한 사람들로 인해 벌어진 비극’으로 규정하며, ‘시대유감’은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압박받는 인간의 심리를 그린 곡이라 밝혔습니다. 이어 무책임한 어른들과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사회에서, 차라리 세상이 완전히 뒤집히기를 바라는 파괴적인 심리까지 담아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이 노래는 당시 존재하던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공연윤리위원회는 일부 가사가 과격하고 현실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는 이유로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서태지는 가사를 고치는 대신 보컬을 모두 뺀 연주곡 형태로 음반에 수록하여, 창작 의도를 훼손하면서까지 심의 기준에 맞추지 않겠다는 저항의 의사를 표명했습니다.이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인터넷과 유사한 여론 공간이었던) PC통신을 중심으로 공연윤리위원회와 가요 사전심의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등을 거쳐 사전심의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시대유감’은 대중문화사에서 표현의 자유와 검열 저항을 상징하는 곡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렇듯 당시 인터뷰와 곡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을 돌이켜 보면, 심의 제도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비판을 ‘시대유감’의 직접적인 창작 의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서태지가 노래를 통해 전달하려 한 핵심은 대형 참사를 낳은 무책임한 사회,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변명과 책임 회피에 급급했던 기성세대, 그리고 그로 인해 사회 전체가 뒤집히기를 바랄 만큼 극단으로 내몰린 분노의 감정이었습니다. 이후 사전심의 과정에서 가사 수정 요구를 거부한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비로소 검열 저항의 상징이라는 사회적 의미가 후행적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물론 한국의 대중음악이 해외 뮤지션에게 단순한 이국적 소재나 이슈몰이용 도구를 넘어, 비평하고 재창작할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다가갔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매시브 어택이 ‘시대유감’을 통해 만들어낸 새로운 서사는 원작자의 창작 의도와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이들이 재구성한 한국 현대사의 맥락 역시 실제 역사적 계보와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깊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 과잉전유와 맥락의 재식민화특히 ‘시대유감’이 5·18을 직접 다룬 노래가 아니고 원작자인 서태지가 두 사건의 연관성을 밝힌 적이 없기에, 공연에 5·18 민주화운동의 사진을 결합한 사회정치적 연출은 더욱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시브 어택이 ‘시대유감’을 5·18과 현대 K팝 산업 비판으로 연결한 것은 원작의 창작 의도를 충실히 복원한 결과라기보다, 사후에 형성된 검열 저항의 상징성을 빌려 자신들의 메시지를 구성한 재해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비평적으로 원작의 의미를 필요 이상으로 점유한 ‘과잉 전유’, 그리고 한국의 작품과 역사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재배열한 ‘맥락의 재식민화’라는 문제를 남깁니다. 작품을 공연할 권리를 얻었다고 해서, 그 작품의 역사와 창작자의 의도까지 자유롭게 재규정할 권한까지 얻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매시브 어택의 연출이 법적으로 저작인격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한 별도의 판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저작인격권의 본질이 창작자의 인격적 이익과 작품의 정체성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 공연이 원작자의 창작 의도를 충분히 존중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작품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는 것은 노래를 기술적으로 정확히 연주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작품이 어떤 시대적 문제의식 속에서 태어났으며, 이후 어떠한 수용 과정을 거쳐 새로운 사회적 의미를 획득했는지를 구분하고 성찰하는 태도까지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6.08.03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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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탕진된 수십억, ‘철구’에게 빌려준 돈은 돌아올 수 있는가 [노종언의 엔터법정]

유명 인터넷 방송인 BJ 철구의 도박 고백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인터넷 방송계 전체에 거대한 충격을 안겨줬다. 일주일 도박 자금으로만 10억 원 이상을 탕진하고, 60억 원대에 달하는 부가가치세 체납과 계좌 압류 속에서 동료 BJ들과 지인들에게 수십억 원의 돈을 빌렸다는 그의 고백은 단순한 일탈을 넘어선 대형 사건이다. 주변 방송인들이 증언하는 전체 채무 규모가 100억 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수많은 대중과 피해자들이 품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과연 그를 믿고 거액의 돈을 내어준 채권자들은 자신의 피 같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이다. 우리 민법 제103조 및 제746조(불법원인급여)에 따르면 도박 자금으로 쓰일 것을 알면서 돈을 빌려주는 행위는 원천 무효이며 법적 반환 청구가 불가능하다. 도박 채무자들이 재판에서 돈을 안 갚으려고 불법원인급여를 자주 주장하는 만큼, 민사소송의 핵심 분수령은 채권자가 이를 '알았는가(악의)' 아니면 '몰랐는가(선의)'의 입증 싸움이 된다.고리 사채업자나 해외 카지노 방문 사실을 알면서 돈을 대어준 악의의 채권자는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는다. 또한 돈을 못 받을 뿐만 아니라 이자제한법 위반, 도박방조죄 등으로 형사 처벌이나 세무조사 같은 더 큰 법적 위험까지 떠안게 된다.반면 “세금이나 사업 자금이 급히 필요하다”는 철구의 거짓말에 속아 돈을 빌려준 동료 BJ나 지인 등 선의의 채권자는 법적 지위가 완전히 다르다. 이 금전소비대차계약은 정상적인 유효 계약으로 인정되며, 상대방도 도박용인 줄 알고 있었다는 입증 책임이 채무자에게 있으므로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 나아가 용도를 속여 돈을 빌린 채무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죄에 해당하여 엄중한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들이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그 돈을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거대한 벽에 부딪히게 된다. 철구 스스로 고백했듯 이미 60억 원대의 부가가치세 체납으로 금융 계좌가 압류된 상태라면, 국세기본법에 따라 국가의 조세 채권이 일반 개인 채권보다 무조건 우선하게 된다.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나 재산이 공매나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국가가 체납된 세금을 먼저 거두어 가고 나면, 더욱이 수십억에서 백억 원대의 빚을 지고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채무초과 상태에 빠져 있다면, 채권자들이 쥔 승소 판결문은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크다.화려한 조명 뒤에 숨은 도박의 그림자가 얼마나 참혹한 법적, 현실적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이번 사건이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체에 깊은 경종을 울리기를 바란다.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 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2026.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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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 (52) ‘비슷하다’는 발견과 ‘표절’이라는 결론 사이에 필요한 것은?

최근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표절’이라는 단어가 연일 뜨겁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을 이야기할 때 표절은 늘 바늘과 실처럼 따라오는 주제입니다. 지난주에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를 상대로 제기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가요계 역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유명 아이돌 그룹의 곡들이 표절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중 한 사례로, 국내 유명 아이돌 그룹의 곡에 대해 한 작곡가가 자신의 선행곡을 표절했다며 소속사에 발송한 내용증명과 회사 측으로부터 받은 답변서 등을 온라인에 공개하였고, 이후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분쟁조정에 회부되었으나 ‘조정불성립’으로 종결됐다고 밝혔습니다.이 일련의 사건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선행 작품의 창작자(또는 유족) 측이 유사성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입니다. ◆‘왕사남’: 같은 역사, 비슷한 장면 그리고 표절 의혹‘왕사남’의 표절 의혹은 극 중 유해진 배우가 연기한 ‘엄흥도’의 31대손이자, 지난 2019년 별세한 연극배우 고(故) 엄모 씨의 유족에 의해 제기되었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엄흥도’ 이야기의 드라마화를 위해 작성하여 방송사 등에 제출했던 시나리오 초고와 영화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유족 측은 유배 중인 단종(박지훈)이 엄흥도(유해진)의 권유로 음식을 먹고 마음을 여는 장면, 낭떠러지에서 투신하려는 단종을 엄흥도가 구하는 설정, 그리고 여러 궁녀를 매화(전미도)로 합치는 등의 전개와 구체적 각색이 고인의 시나리오와 유사하다고 주장했습니다.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왕사남’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독자적 창작물임을 강조했습니다. 기획 및 개발 등 제작 전 과정이 모두 기록되어 있으며, 엄 씨의 시나리오를 접한 경로나 접점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후 유족 측은 영화 상영 및 OTT 제공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일부 소재와 설정이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고인의 시나리오는 엄흥도의 충성과 헌신을 다룬 ‘유교적 충의 서사’인 반면 영화는 단종과 엄흥도, 마을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함께 변화하는 서사에 가깝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두 작품의 주제와 서사 구조, 인물 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K팝 아이돌 음악의 표절 의혹 제기 사례K팝 아이돌 그룹 음악에 대한 표절 의혹은 종종 제기되지만, 실제로 법적 표절로 인정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의혹이 제기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저작권 침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최근 국내의 한 작곡가는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K팝 아이돌 그룹의 곡이 자신이 이전에 발표한 곡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음악 전문 사이트 등에 게재했습니다. 해당 작곡가는 자신의 곡에 사용된 ‘네 음으로 구성된 선율’이 핵심 구간에서 반복되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소속사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이후 소속사로부터 받은 답신 내용까지 외부에 공개했습니다.공개된 소속사 측 답변서에는 문제가 된 구간이 한 마디 분량의 짧고 기초적인 음 배열이며 멜로디와 화성·리듬·장르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르다는 구체적 반박이 담겼습니다. 이어 저작권 분쟁조정 과정에서는 문제를 제기한 작곡가의 곡보다 먼저 발표된 팝송과 국내 가요의 선율 사례를 추가로 제시했습니다. 이후 사건은 조정 불성립으로 최종 종료되었습니다.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느낌만으로 끝나지 않는 표절 판단표절 의혹은 대개 작품을 접했을 때 직관적으로 드는 ‘비슷하다’는 느낌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유사함을 느끼는 것과 표절로 평가하는 것, 나아가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우선 비슷한 지점이 작품의 소재나 아이디어인지, 장르나 스타일인지, 아니면 작가가 창작한 구체적인 표현인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그다음, 유사하다고 지목된 부분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만한 창작성을 지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보호 대상이 되는 표현이라면, 후발 창작자가 선행 작품을 실제로 접하거나 참고했는지(의거성), 그리고 두 작품의 표현이 실질적으로 유사한지(실질적 유사성)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음악 작품의 경우 단순히 같은 음의 개수를 세는 방식을 넘어 가락과 리듬, 화성, 박자와 템포는 물론, 해당 부분이 곡 전체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비중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작품 역시, 역사적 사실이나 ‘위험에 빠진 인물을 구하는 장면’처럼 추상적인 소재와 관습적 아이디어만으로는 표절을 논하기 어렵습니다. 사건이 어떠한 순서로 배열되고, 인물 간의 관계와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키며, 이를 어떤 구체적인 연출과 대사로 전달하는지를 유기적으로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특히 ‘왕사남’ 사건에서 법원은, 장항준 감독이 선행 창작자의 시나리오에 접근할 수 있었던 가능성까지 면밀히 따져보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K팝 표절 분쟁 사례에서도 소속사 측이 선행 작품의 온라인 노출 정도와 검색 가능성, 재생 지표 등을 근거로 “우연으로라도 해당 곡을 접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라며 의거성을 반박한 바 있습니다. 자신의 창작물을 빼앗기지 않을 권리만큼이나, 하지도 않은 표절 누명을 쓰지 않을 권리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표절’이라는 단어는 법적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타인의 작품을 훔쳤다’라는 인상을 남기므로 공개적으로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표절’이라는 사회적 낙인과 ‘저작권 침해’라는 법적 결론 사이에는 보호받는 창작적 표현인지, 실제로 의거했는지, 실질적으로 유사한지를 증명하는 촘촘한 단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직관적인 느낌을 넘어 감정적 비난을 거두고, 객관적 증거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삼을 때 비로소 타당한 판단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6.07.2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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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희생을 예우하지 않는 국가는 반드시 망한다 [노종언 컬처인컬처]

넷플릭스 시리즈 ‘D.P’는 군대 내 가혹행위를 고발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이 작품이 군필자뿐 아니라 수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단순히 군 내부의 부조리를 폭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가장 빛나는 청춘을 바친 평범한 청년들이 조직과 사회로부터 어떻게 소모되고 방치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작품이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국가는 자신의 의무를 다한 청년들에게 무엇을 돌려주었는가였다.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군인을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희화화와 조롱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군 복무는 자랑이 아니라 손해가 됐고, 군인은 국가를 지키는 시민이라기보다 불편한 존재처럼 취급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군 내부의 잘못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군 조직을 비판하는 것과 군인의 희생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사회학은 공동체가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를 ‘희생에 대한 존중’이라고 설명한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려 하지 않는다. 희생이 손해가 되고 헌신이 조롱받는 순간 사회는 신뢰를 잃고, 공동체는 조금씩 해체되기 시작한다.심리학도 같은 결론을 내린다. 사람은 자신의 희생이 인정받을 때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반면 희생이 무시되면 냉소와 무관심이 자리 잡는다. 국방은 총과 전투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가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겠다는 사람들의 자긍심이 있어야 비로소 안보도 유지된다.역사는 이를 수없이 증명해 왔다.고대 로마는 시민의 군 복무를 최고의 명예로 여겼던 시절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다. 그러다 군인이 존중받지 못하고 용병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국가에 대한 충성은 돈에 대한 충성으로 바뀌었고, 제국은 내부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오늘의 대한민국 역시 이 질문 앞에 서 있다.수많은 청년들이 학업과 직장, 가족을 잠시 뒤로한 채 국가를 위해 복무한다. 그렇다면 국가는 그 희생에 합당한 예우를 해야 하고, 사회는 감사와 존경으로 응답해야 한다. 군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다.군인의 인권과 군인의 명예는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군인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인권이다. 그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하는 순간, 평화 역시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다.국가는 군인에게 총을 맡기기 전에 먼저 존엄을 보장해야 한다. 희생이 조롱받는 공동체에서 헌신은 사라진다. 국방은 무기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믿고 자신의 청춘을 기꺼이 맡길 수 있다는 신뢰 위에서 완성된다.군인의 희생을 예우하지 않는 국가는 언젠가 그 국기를 지켜줄 사람도 잃게 된다. 그런 국가는 역사 속에서 한 번도 살아남은 적이 없었다.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 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2026.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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