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큰 성공을 거둔 장항준 감독이 앞으로의 성과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의 오프닝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고상지의 아름다운 반도네온 선율이 행사장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 가운데, 이어진 ‘WAY 길이 되는 이야기’의 첫 순서인 기조대담 ‘어쩌다보니, 여기까지’에는 장항준 감독과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가 참석했다.
이날 장 감독은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을 떠올리며 자신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투자를 받기 정말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폐위된 왕의 이야기가 과연 투자받을 만한 소재일까 싶었다”며 “그런데 기적적으로 투자를 받았고 영화도 잘됐다”고 말했다.
장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기꺼이 행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는 “요즘은 친구들과 밥을 먹어도 더치페이를 하고, 서로 얼마나 해줬는지 따지기도 하지 않나. 이런 시대에 사람들이 오히려 ‘의’를 중요하게 여기던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행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계산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작품에 담은 생각을 전했다.
장 감독은 그동안 영화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영화 ‘리바운드’에서는 패배를 경험하면서도 농구를 포기하지 않는 청춘들을 그렸고, ‘왕과 사는 남자’에서는 역사 속 비극적인 운명을 맞은 왕과 그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이러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 예능을 보면서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며 “어쩌면 루저라고 볼 수도 있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왕과 사는 남자’의 성공 이후 장 감독의 다음 작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장 감독은 이번 흥행이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부담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평생 영화를 만들어도 경험하기 어려운 성취를 이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인생에서 어떤 감독도 이루기 어려운 성취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어서 전혀 부담이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한번 높은 곳에 올라가 봤으니 이제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듯 천천히 구경하면서 내려오면 될 것 같다”며 “그래도 나는 저 위에 한번 올라갔다 와봤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지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장 감독은 최근 딸과 산책하며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딸이 “요즘 우리 세대는 스무 살에 번아웃이 오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그는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이 무언가에 계속 쫓기면서 살아가다 보니 일찍 지치는 것 같다”며 “기성세대는 젊은 사람들이 왜 패기도 없고 도전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휴먼스토리: 우리를 잇는 당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열렸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삶에서 겪은 도전과 선택, 실패와 성취의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