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흑백요리사’, 무너지는 공교육과 교권 문제를 다뤄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던진 ‘참교육’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비롯해 ‘단종’ 박지훈 배우의 열연이 돋보인 ‘취사병 전설이 되다’, 연애 프로그램 ‘환승연애’ 등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플랫폼을 막론하고 이들 콘텐츠는 공개 직후 외국어 자막이 입혀진 채 해외 불법 사이트에 유통되는 피해를 겪었습니다.
연속 칼럼 2부에서는 해외 불법 유통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K콘텐츠의 현주소와 실질적인 대응책을 짚어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강권수 서기관은 지난달 8일 한국저작권보호원 주최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2026 저작권 보호 국제 포럼’(ICPF 2026) 발제를 통해 이러한 실태를 짚었습니다. 그는 ‘오징어 게임’, ‘폭싹 속았수다’ 등 글로벌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불법유통 지역이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권 및 러시아어권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2025년 기준 약 4억9400만 건의 한류 콘텐츠가 해외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 규모가 연간 5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충격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이에 대응해 단속과 처벌 강화, 국내외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 등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의미 있는 결실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법유통의 근본적인 근절을 위해서는 제도적 단속을 넘어 합법 콘텐츠 시장의 이용 환경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 부담과 접근성, 이용 편의성, 플랫폼 분절화 등 이용자가 느끼는 장벽을 낮추고 저작권 인식 개선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저작권 보호 정책 방향을 이끌고 있는 문체부 강권수 서기관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 접근성 격차가 불법 콘텐츠 이용 합리화로 이어져선 안 돼
과거 지상파 방송 시절에는 TV 수상기 등 최소한의 환경만 갖추면 추가 비용 없이 국민 대다수가 동일한 프로그램을 향유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선택지는 적었지만 소득이나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른 경험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고, 사회 구성원이 같은 시간대에 동일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공유하는 ‘공통의 방송 경험’도 강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시대에는 선택권이 크게 늘어난 반면, 경제력과 디지털 역량, 세대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 경험이 달라지는 분절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장년 세대의 경우 화제가 된 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접하지 못하거나 이용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MBN ‘현역가왕’ 시리즈의 우승자인 가수 전유진, 박서진, 홍지윤을 중심으로 다수의 트롯 가수가 출연한 티빙 오리지널 ‘가왕쇼’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상파 또는 종편 시청에 익숙한 중장년층을 위해 출연자인 박서진이 티빙 앱 설치 및 결제 방법을 설명하고, 전유진이 스마트TV 시청법을 안내하는 공식 유튜브 영상까지 공개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가왕쇼’ 공개 직후 “어디서 보나요?”, ‘재방송 언제 하나요?’, “TV에서는 안 나오나요?” 같은 문의 댓글이 잇따랐습니다.
강 서기관은 디지털 활용 능력과 소비 방식, 지불 능력의 차이가 콘텐츠 소외와 세대 간 문화적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복지나 별도의 정책적 지원수단 등을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접근성의 격차나 경제적 사정이 불법 저작물 이용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이 같은 사정이 불법 이용의 핑계로 받아들여지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장기적으로 콘텐츠 산업 생태계 전반에 ‘틈새’와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어 고의적인 저작권 침해에 대한 한층 강화된 사법 조치와 관련해서는, 영리 목적이 없는 일반 이용자의 단순 침해까지 처벌하는 문제는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용 행위의 의도성과 지속성이 확인될 경우에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저작권 보호의 궁극적 목표는?
강 서기관은 ‘콘텐츠 합법유통 시장 활성화를 통해 건전하고 공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저작권 보호정책의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창작자가 투입한 노력과 비용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여 우수한 창작물이 지속해서 생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며, 이러한 선순환을 통해 창작자의 권리가 보장될 때 그에 따른 문화적 편익 역시 결국 이용자에게 돌아간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저작권 보호 정책은 이용자 스스로 불법 복제물을 찾지 않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법으로 ‘이용자의 인식 변화’를 꼽았습니다.
결국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기술적 차단과 단속의 고도화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정당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용 환경의 구축, 그리고 불법 복제를 외면하는 성숙한 이용자 인식이라는 두 바퀴가 맞물릴 때 비로소 50조 원의 누수를 막는 진정한 저작권 보호의 방패가 세워질 수 있습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