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IS 인터뷰] 카우보이 정장만큼 멋진 페덱의 진심 "나도 정답은 모르지만, 모두와 나누고 싶다"
"대구, 이 도시에 우승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보다 강렬한 포부가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이 남긴 말이다. 후반기에 접어들며 다소 늦게 합류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소속 팀에 진심이다. 뛰어난 워크에식과 성숙한 인터뷰, 동료들을 향한 긍정적인 영향력까지. 페덱은 합류한 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팀에 우승이라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페덱은 맷 매닝과 잭 오러클린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국 무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132경기 출장, 32승을 거둔 화려한 경력은 KBO리그에서도 빛나고 있다. 6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ERA) 2.61을 기록하며 빅리거 출신다운 위용을 과시 중이다.마운드 위 성적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은 그의 철저한 워크에식이다. 우천이나 폭염 등 외부 변수에도 흔들림 없이 루틴을 유지하며 몸을 고르게 다지는 모습은 동료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특히 홈 경기 등판일 출근길마다 카우보이 모자와 정장을 착용하는 루틴은 단순한 멋이 아닌,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는 고유의 의식이다. 경기에 임하는 그의 비장한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적이 다른 동료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메이저리거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한다. 선발 등판 전날 피자를 먹는 루틴이 대표적이다. 그는 호기심을 보인 토종 에이스 원태인에게 자신의 루틴을 공유해 반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페덱은 "선발 등판일에는 너무 흥분하고 긴장해 식욕이 떨어진다. 그래서 다음 날 마운드에서 에너지를 낼 수 있도록 탄수화물이 풍부한 피자를 섭취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원태인 역시 "피자도 맛있었고 다음 날 경기 결과도 좋았다"라며 크게 만족했다.피자뿐만이 아니다. 페덱은 자신의 루틴을 비롯해 다양한 구종과 경기 운영 노하우 등을 동료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다. 그는 "나는 완벽하지 않으며 모든 정답을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과거의 내게도 길잡이가 돼준 팀 동료들과 멘토들이 있었다"라며 "KBO 소속이든 마이너리거이든 내 경험담과 효과를 본 방법론을 관심 있는 동료들과 공유하며 팀에 조금이나마 환원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동료를 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에서 확고한 프로 의식이 드러난다.페덱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일방향이 아니다. 그는 동료들은 물론, 구단과 대구 팬들에게 자신 역시 많은 것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야구장 관중석과 덕아웃에는 텍사스 출신인 그를 응원하기 위해 카우보이 모자를 쓴 팬과 동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페덱은 "내게는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벅찬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완전히 다른 문화라 낯설었지만, 팬들이 뿜어내는 분위기와 문화, 사람들, 음식 등 이곳의 모든 것이 완벽하다"라며 "내가 누군가에게 작은 영향이라도 주고,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롤모델이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뜻깊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내가 자라온 환경의 라이프스타일이나 미국 서부 문화를 한국 팬들에게 소개하고, 나 역시 한국 문화에 적응하며 이 순간을 함께 즐기고 있다"라며 "무엇보다 나를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는 어린 팬들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내 야구 인생에 큰 의미"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그의 가족이 직접 한국을 찾았다. 타지에서 역투하는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일주일이라는 짧은 일정에도 기꺼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페덱은 "며칠 전 입국한 가족에게도 카우보이 모자를 쓴 팬들의 열띤 응원은 아주 각별하게 다가갈 것"이라며 "이런 감동적인 장면을 가족과 공유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라고 활짝 웃었다.페덱의 최종 지향점은 명확하다. 팀의 승리, 나아가 정상 탈환이다. 입단 직후부터 그는 줄곧 "대구에 우승을 안기겠다"라고 공언해 왔다. 최근 경기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팬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당부는 '우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며 우승을 향한 강렬한 집념을 재차 각인시켰다.한편, 페덱은 오는 29일 대구 KT 위즈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공교롭게도 1·2위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중요한 분수령에서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페덱은 "중요한 경기라는 걸 잘 안다. 앞선 6번의 경기처럼 상대를 공격하고 상황을 통제하면서 미친 듯이 경쟁하겠다"라며 "포수와 전력분석팀, 내 공을 믿으면서 대구 홈팬들 앞에서 엄청난 시리즈를 선보이고 싶다"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고척=윤승재 기자 yogiyoon@edaily.co.kr
2026.08.27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