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별(사진=본인 제공) 가수 박새별은 지난해 AI와 함께 앨범 ‘숨: Still’을 만들며 1000곡이 넘는 결과물을 받아봤다고 전했습니다. 보컬 멜로디와 피아노 반주는 직접 만들되, AI가 붙인 악기 편곡을 수없이 듣고 버리며 다시 생성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음악에서 인간의 창작은 어디까지일까요. 처음 만든 멜로디와 피아노 영역뿐일까요, 아니면 수많은 결과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방향을 바꿔 다시 생성하게 한 판단과 디렉션까지 포함될까요?
AI 활용 창작물의 저작권 논의는 결국 이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통제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 인간의 관여 정도와 표현의 존재 등을 판단 요소로 제시하지만 일정 비율 이상의 정량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도 AI 탐지 기술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작품을 선별하되, 인간의 창작적 기여는 제작 기록 등을 토대로 전문가가 최종 검증하는 방식이 제시됐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사람이 최종 판단한다면, 과연 무엇을 근거로 ‘창작적 기여가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곡가이며 KAIST에서 문화기술 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박새별의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창작 현장과 학술 연구 양쪽에서 탄탄한 전문성을 쌓아온 그를 만나 AI 시대의 창작성에 대해 물었습니다.
박새별 박사는 지난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AI 활용 음악의 신탁 등록 기준 마련을 추진했을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자신의 창작적 기여를 어떤 자료로 입증해야 하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결국 이에 대해 다시 AI와 상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프롬프트’처럼 단일한 자료를 모든 창작자에게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박 박사처럼 텍스트 프롬프트가 아닌 ‘직접 만든 음악’ 자체가 AI의 입력물인 경우, 공개적으로 제출하기 어려운 자료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창작 방식에 맞춰 제출 가능한 증빙 항목을 다각화하고, 그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도록 하는 유연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기여를 설명하는 연구 아이디어도 밝혔습니다. ‘AI가 만들었느냐 아니냐’를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대신, 반복적인 생성과 선택, 수정과 디렉션을 거친 결과물이 AI의 일반적인 생성 영역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그 거리가 인간의 취향과 안목, 방향 설정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데이터로 분석해 볼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 정량적 자동 판정 대신, ‘인간 지각의 데이터화’를 묻다
사실 박 박사는 그동안 사람들이 ‘비슷하다’, ‘표절 같다’, ‘독창적이다’라고 직관적으로 내리는 판단은 무엇을 근거로 형성되는지, 그 평가 구조를 데이터와 계산을 통해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지에 깊은 문제의식을 가져왔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2024년에는 멜로디를 일종의 ‘음악 단어’ 단위로 나눠, 두 곡이 공유하는 특징적 패턴의 중요도를 계산해 왜 비슷하게 들리는지를 설명하는 연구를 발표했고, 2026년에는 시각예술의 창의성을 대규모 데이터와 AI 모델을 통해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박새별 박사는 이 두 연구를 별개가 아닌, ‘인간이 정성적으로 평가해 온 영역을 어디까지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를 묻는 연장선상의 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는 인간의 창작성이나 저작권 인정 여부를 ‘AI 몇 %, 인간 몇 %’처럼 단일 숫자로 환산해 자동 판정하자는 의미와는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2026년 연구에서 산출된 창의성 점수조차 객관적 정답이 아닌 해당 AI 모델의 학습 기준에 따른 평가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현재는 여러 AI 모델의 분석 결과를 비교하고, 이를 실제 인간의 지각·평가와 대조하는 후속 연구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습니다.
◇ 그 사람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차이’는 무엇인가
박새별 박사는 무엇보다 ‘창작성’과 ‘저작권’을 곧바로 등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과거에는 창작적 아이디어를 표현으로 옮기는 단계(Creativity), 그 표현을 누구의 창작으로 볼 것인가(Authorship), 무엇을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Copyrightability), 그리고 보호되는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Copyright Ownership)라는 일련의 과정이 한 인간 창작자의 흐름 안에서 훨씬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최종 표현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과 창작적 기여의 주체가 다각화되면서, 이 단계들이 더 이상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인간의 창작적 기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박 박사는 마거릿 보든(Margaret Boden)의 창의성 이론을 들어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창의성을 기존 요소를 재조합하는 ‘조합적 창의성’, 기존 규칙 안에서 가능성을 확장하는 ‘탐색적 창의성’, 기존의 규칙과 공간 자체를 탈바꿈하는 ‘변형적 창의성’으로 나눌 때, 생성형 AI는 이미 조합과 탐색의 영역에서 상당한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간 창작자의 역할 역시 음표와 코드를 직접 만들어내는 데만 머물지 않고, AI가 제시하는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버릴지 결정하며, 그 결과물에 의미와 맥락을 부여하는 ‘방향 설정과 디렉션’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기존 전제에 질문을 던지고 음악의 개념과 규칙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변형적 창의성’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간이 어떤 의도로 방향을 잡았으며,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버렸는지, 그 판단과 디렉션이 최종 결과물에 어떤 실질적 차이를 만들어냈는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AI 시대의 저작권 논의는 결국 “이 사람의 이 디렉션이 없었다면, 과연 이 곡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 사람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차이’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차이가 만들어진 과정을 증빙 자료와 데이터로 얼마나 설명 가능하게 입증할 수 있는가”를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음 주 이어지는 2편에서는 박새별 박사가 제안하는 AI 시대 창작자성의 재정의 및 디렉션과 안목 등 인간의 핵심 역할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룹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