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에 등판해 승리를 지킨 원태인. 삼성 제공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원태인(26·삼성 라이온즈) 곁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기록한 '레전드' 오승환이 낯선 보직에 나선 후배에게 조언과 믿음을 건넸다.
앞서 삼성은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개막을 하루 앞두고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를 맞았다. 이에 박진만 삼성 감독은 '토종 에이스' 원태인을 마무리로 기용하는 초강수를 뒀다.
원태인은 지난 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PO 2차전에서 팀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이 8-3으로 앞선 9회 초 등판한 그는 공 22개로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팀 승리를 지켰다. 낯선 보직에서도 깔끔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원태인의 보직 변경은 그 자체로 파격적이다. 그는 최근 5년간 정규시즌 160경기에 모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포스트시즌(PS)에서도 2021년 두산 베어스와의 PO에서 한 차례 구원 등판한 것이 전부다.
27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원태인. 대구=김수민 기자 낯선 역할인 만큼 원태인은 삼성의 레전드 마무리 투수 오승환에게 조언을 구했다. 원태인은 PO 2차전 경기 전 "25일 경기가 우천 취소된 뒤 (김)지찬이와 식사하러 갔는데 바로 옆이 오승환 선배가 운영하는 센터였다"며 "문이 닫혀 있어 아쉽게 조언을 듣지 못했는데, 2차전 시구를 승환 선배가 하는 만큼 조언을 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경기를 마친 뒤에는 오승환에게 들은 조언을 공개했다. 원태인은 "선배님께서 밸런스가 좋아 보인다고 하시면서 몸 상태부터 물어보셨다. 상태가 좋다고 말씀드리니 '가끔 운이 안 좋은 시즌도 있으나, 정규시즌은 잊고 가을에는 지난해의 마음으로 잘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며 "선배님의 기를 받아 9회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 28일 플레이오프 2차전 시구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오승환과 그의 아들 오서준. 오승환 역시 후배에게 굳건한 믿음을 보냈다. 그는 "원태인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 선수다. 올 시즌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승부욕이 강해 아마 이를 갈며 포스트시즌을 준비했을 것"이라며 "원태인은 강심장을 갖고 있는 선수다. 어느 상황에 나가든 자기 몫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승환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핵심 선수로 원태인을 꼽은 바 있다. 그는 "삼성이 우승을 하려고 하면 키 플레이어는 원태인"이라며 "본인 스스로도 보란 듯이 증명하고 싶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올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가을야구에서 만회하려는 원태인의 마음을 짚은 것이다.
원태인도 선배의 기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승환 선배님이 나를 키 플레이어로 뽑아주셨더라. 그런 걸 보면서 열심히 준비했다"며 "팀이 1등을 바라보는 시즌에 조금 아쉬운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가을에서라도 좀 만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많았다"고 털어놨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삼성 제공 각오도 분명했다. 원태인은 "선발로 나가든 마무리로 나가든 어느 상황에서든 제 몫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3차전 선발 투수로 최원태를 예고하면서도 4차전 선발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진만 감독은 "3차전에 원태인이 불펜으로 나설 수도 있다"며 "(원태인이 3차전에 미출전하면) 4차전에 선발 등판할 수도 있다. 4차전 선발은 3차전 종료 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원태인이 불펜에서 다시 힘을 보탤지, 선발로 돌아가 시리즈를 책임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원태인의 유연한 기용은 삼성의 PO 마운드 운용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레전드' 오승환의 조언과 믿음을 받은 원태인이 가을야구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