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보다 되돌아서는 한 걸음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산악인 김영미가 히말라야에서 정상 등정을 포기하고 다른 산악인들을 구조했던 경험을 전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돌아보게 했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의 오프닝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고상지의 아름다운 반도네온 선율이 행사장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 가운데, 이어진 ‘WAY 길이 되는 이야기’의 두 번째 순서인 강연 ‘남극 1786㎞, 무엇이 나를 걷게 했나’에는 산악인 김영미가 연사로 나섰다.
이날 김영미는 20대 대부분을 히말라야에서 보냈던 시절을 돌아봤다. 2003년부터 약 10년간 매년 200일가량을 히말라야에서 지냈던 그에게 당시 성공의 기준은 오직 정상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세 번의 도전 끝에 올랐다. 처음에는 정상을 불과 400m 남겨두고 돌아서야 했다”며 “당연히 내가 정상에 설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런 김영미의 생각을 바꾼 사건이 있었다. 네 차례나 도전했던 또 다른 산에서 마지막 등정을 준비하던 중 외국 원정대의 구조 요청을 받은 것이다. 정상에 올랐던 대원들이 돌아오지 못했다는 소식에 김영미와 동료들은 고민 끝에 등정을 포기하고 구조에 나섰다.
그는 “네 번이나 도전한 산이었고 구조를 요청한 사람들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며 “무사히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면서도 솔직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김영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뜻밖의 위로였다. 현지 직원들이 따뜻한 물을 건네며 “네가 이곳에서 가장 대단한 산악인이다. 네가 진짜 산악인이다”라고 말해준 것이다. 김영미는 “그때 알았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보다 되돌아서는 한 걸음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이라며 “히말라야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 법을 배웠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후회가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등반을 끝으로 김영미는 8000m급 히말라야 등반을 마무리했다. 이후 새로운 도전의 무대로 선택한 곳은 남극이었다. 그는 “히말라야에서 내려와 남극으로 방향을 바꿨다.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에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영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도전의 의미도 새롭게 정의했다. 그는 “남극이나 히말라야에 가야만 탐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한계를 조금이라도 밀어내는 일이 탐험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이 바라는 꿈과 희망이 아주 높고 멀리 닿기를 응원한다”고 전했다.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휴먼스토리: 우리를 잇는 당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열렸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삶에서 겪은 도전과 선택, 실패와 성취의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