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아시안패러게임(APG) 3관왕에 오른 윤지유(26·성남시청)가 감독과 코치, 선수촌 트레이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자, 옆에 있던 '14살 언니' 서수연(40·광주광역시청)이 장난스럽게 끼어들었다. 윤지유가 "감사합니다"라며 웃자 서수연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치열한 접전 끝에 금메달을 합작한 두 선수의 유쾌한 금빛 호흡이었다.
윤지유-서수연 조는 2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스카이홀 도요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APG 탁구 여자복식(스포츠등급 WD5) 결승에서 태국의 칠치트파리악 부트완시리나-다라랏 아사유트 조를 게임 스코어 3-1(11-3, 11-4, 4-11, 11-2)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지유는 여자 단식(Class 3)과 김현욱(31·경기도장애인체육회)과 호흡을 맞춘 혼합복식(XD4)에 이어 세 번째 금메달을 수확, 생애 첫 APG 3관왕에 올랐다. 서수연은 여자 단식(Class 2)과 여자복식을 제패하며 2관왕을 달성했다. 직전 2022 항저우 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던 서수연은 이번에도 3관왕을 노렸지만 윤지유와 맞붙었던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래도 금메달 2개를 수확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윤지유-서수연.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금메달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두 선수는 중국의 황즈루이-류징 조와 준결승에서 게임 스코어 3-2(11-9, 11-3, 8-11, 9-11, 12-10)로 진땀승을 거뒀다. 첫 두 게임을 따낸 뒤 내리 두 게임을 내줬지만, 마지막 5게임 듀스 접전 끝에 승리했다.
특히 서수연은 경기 도중 팔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빡빡한 경기 일정까지 겹치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상당했다. 서수연은 "서로 실수가 나오고 몸도 잘 안 맞으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내가 이쪽을 더 커버할게', '네가 이쪽으로 더 해라'라고 이야기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고 돌아봤다.
경기 후에도 서수연은 "지금 너무 힘들어서 정신이 없다. 집중력을 다 쓴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취재진이 여전히 쌩쌩하지 않느냐고 농담을 건네자 "쌩쌩하다니, 만신창이다"라며 웃었다.
윤지유는 "처음 3관왕을 해봐서 기분이 좋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도와주셔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이천선수촌에서 매일 운동을 봐주신 트레이너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때 서수연이 "나한테는 안 고맙냐?"며 농담을 건넨 것이다.
서수연-윤지유.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두 선수는 서로 다른 사연을 안고 탁구를 시작했다. 모델을 꿈꾸던 대학생 서수연은 2004년 자세 교정을 받던 중 의료사고로 경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재활을 위해 시작한 탁구에 흥미를 붙였고, 국가대표로 성장해 한국 장애인 탁구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생 윤지유는 세 살 때 혈관기형으로 하반신에 장애가 생겼다. 취미로 시작한 탁구에서 재능을 발견한 그는 한국 장애인탁구의 간판으로 성장했고, 이번 대회에서 첫 3관왕이라는 결실을 봤다.
두 선수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을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수연은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꿈을 이루고 삶을 이어 나가고 있다"라며 "꼭 스포츠가 아니어도 좋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꿈을 이뤄 나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수연-윤지유.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윤지유의 대답은 짧고 강렬했다. "저는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라'는 마음으로 살아요"라며 다른 장애인들도 용기를 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모델을 꿈꾸던 대학생은 한국 장애인탁구의 전설이 됐고, 취미로 라켓을 잡았던 2000년생 후배는 첫 3관왕을 달성했다. 14살 차 선후배가 함께 만든 금메달. 두 선수의 도전은 이제 세계선수권으로 이어진다. 서수연은 "11월에 세계선수권이 있는데, 거기서도 다관왕 할테니까 그때 또 기대해달라"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