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종잡을 수 없지만 번뜩인다. ‘1690만 감독’ 장항준의 입담이 핸들을 쥔 SBS 새 토크 예능 ‘거장항준’이 오묘한 운행을 시작했다.
지난 15일 첫 방송한 ‘거장항준’은 장항준 감독이 자신의 자전적 영화에 출연할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은밀하게 오디션을 진행하는 콘셉트의 토크쇼다. 장항준이 중심이 되어 송은이가 제작사 대표, 김풍이 조감독 역을 맡아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끌어낸다.
올초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첫 천만 관객축포를 터뜨리며 ‘거장’으로 돌아온 장항준이 곧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다. 1회부터 봉준호 감독의 “팬입니다”와 박찬욱 감독의 “부럽다. 샘난다”를 축전으로 제시했듯 장항준을 놀리기도, 장항준의 입담에 놀아나기도 하면서 예측불가한 토크가 진행된다. 사진=SBS 첫 회 게스트인 유재명과 이선빈의 활동 연대기를 들으면서 장항준이 “배우라는 직업이 어렵고, 외롭게 느껴진다”는 평소 현장에서 감독으로서 느낀 바를 진솔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두 분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 순 없지만 끌어내릴 순 있어”라고 폭탄 발언을 던지는 식이다.
의식의 흐름 같기도, 감독답게 즉흥 연출하는 것 같기도 한 장항준의 토크도 이 ‘예능’의 편집점을 만든다. 유재명이 어릴 적 노동회관에서 연극을 보고 배우를 꿈꾸게 됐단 이야기가 무거워지려 하면 “좌석 밑에 바퀴가 달렸을 것 같다”는 무리수를 던지고, 이선빈이 오디션을 보지 않고 캐스팅되는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는 말에 “이야기 흐름 상 고생한게 나와줘야 한다”고 치고 들어온다. 사진=SBS 올초 천만 흥행과 함께 덩달아 주목받았던 ‘항준적 사고’도 곳곳에 묻어난다. 연출력이 없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 스스럼 없이 “긴가민가해서 긁힌다”고 소탈하게 인정한다. ‘잘되면 내탓 안되면 운 탓’의 다른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은 그의 사고방식은 보는 이도 편안하게 한다.
장항준의 아주 솔직하고,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퍼스널리티가 프로그램의 구성과 만나니 희한하다. ‘그것이 알고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해 온 이동원 PD는 그간 예능계에선 입담 치트키로 활약해 온 장항준을 ‘감독’으로 소환해 배우를 만나게 했다. 사진=SBS ‘가상 오디션’이란 콘셉트를 통해 게스트와 장항준 모두 자신이 걸어온 길과 가치관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판을 깔았지만, 상황극이기에 웃음을 놓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았다. 여기에 AI 재연 화면의 활용과 배우들의 즉흥 연기가 더해졌는데 ‘거장항준’의 ‘희한한’ 지점이다. 1회에선 장항준이 아내 김은희 작가의 경제력에 기댔던 일화를 ‘여왕과 사는 남자’로 풀어내면서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지켜보는 MC들도 발칙한 대본에 헛웃음이 새기도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지만 감독과 배우, ‘그들만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아야 한단 점이 숙제다. 앞서 흥행 목표치를 3%대로 잡았던 ‘거장항준’은 1회에서 1.6%(닐슨코리아 전국 가구)로 출발, 최고 2.6%까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