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을 마친 순간, 아리엘 후라도가 크게 포효했다.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던 그는 기다리던 포수 강민호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물러설 곳 없는 마지막 승부에서 7이닝을 책임졌다. 삼성 라이온즈가 가장 절실했던 순간, 에이스가 다시 힘을 냈다.
후라도는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26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5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져 5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에서 맞은 최종전. 한 번의 흔들림이 시즌의 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무대에서 자신의 몫을 해내며 팀의 6-1 승리와 한국시리즈(KS)행을 이끌었다.
이미 한 차례 삼성의 가을을 구한 후라도였다.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열린 PO 2차전에서도 6⅔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시리즈 첫 승을 이끌었다. 1차전 패배로 기선을 내준 삼성은 후라도의 역투를 발판으로 반격했다. 나흘을 쉬고 다시 등판한 그는 더 긴 이닝을, 더 적은 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번 PO 두 차례 등판에서 남긴 성적은 13⅔이닝 3실점이다.
순탄하기만 한 투구는 아니었다. 야수 실책이 거듭 나왔고, 주자를 내보내며 고비도 맞았다. 그래도 후라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병살타 두 개를 유도하며 위기를 지웠고, 가장 위험했던 6회 1사 1·2루 위기에서는 김선빈과 한준수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실책으로 시작된 위기를 직접 끝내며 동료들의 부담까지 덜었다.
삼성 후라도. 삼성 제공
긴 이닝을 책임졌다는 점도 값졌다. KS를 앞둔 삼성으로선 마운드 소모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마지막 5차전까지 치르는 상황에서 후라도가 7회를 버텨주면서 벤치도 불펜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95구로 아웃카운트 21개를 잡아낸 효율적인 투구였다.
타선이 두 점을 더 보탠 뒤 오른 7회에도 후라도는 임무를 완수했다. 마지막 타자 박재현을 초구 땅볼로 처리한 뒤에야 뜨겁게 감정을 드러냈다. 8회 시작과 함께 이승민에게 마운드를 넘긴 그의 뒤로 팬들의 박수가 따랐다. 첫 승이 필요했던 날에도, 마지막 승부에서도 삼성의 버팀목은 후라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