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가능한 사랑’을 통해 주춤했던 한국영화 사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극장에서 눈에 띄는 관객 동원력을 보여준 데 이어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시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던 영화 부문의 반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가능한 사랑’은 개봉일인 지난달 23일부터 8일 동안 15만 8204명의 관객을 모았다. 최다 스크린 확보작의 약 15%에 불과한 상영관에서 거둔 유의미한 성과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이 ‘버닝’(2018)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장편영화다. 해고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 서로의 삶과 내면에 자리한 욕망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당초 영화는 극장 개봉을 전제로 제작됐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15억원의 국고지원금도 확보했다. 그러나 작품의 성격상 상업적 흥행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이어지면서 후속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투자 파트너로 부상한 곳이 넷플릭스다. 국내 투자배급사와의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이창동 감독과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는 넷플릭스와 협의를 이어갔고,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을 반납한 뒤 넷플릭스를 최종 파트너로 선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넷플릭스가 기존 투자배급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던 중예산·작가주의 영화에 투자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작 중심으로 극장가의 투자 수요가 재편된 상황에서 기존 투자 시장이 충분히 품지 못했던 영역을 넷플릭스가 보완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가능한 사랑’ 스틸 /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러나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에게도 한국영화 사업의 반등을 위해 필요한 카드였다. 넷플릭스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한국영화 투자를 이어왔다. 이후 ‘낙원의 밤’, ‘카터’, ‘발레리나’, ‘황야’, ‘대홍수’, ‘무도실무관’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지만, 시리즈 대비 강한 화제성이나 흥행 성과를 확보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일부 작품은 작품성에서 혹평받으며 넷플릭스 내 한국영화 사업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지점에서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의 갈증을 정확히 충족해 주는 작품이다. 앞서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국제 영화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는 토론토, 뉴욕, 산세바스티안, 취리히, 밴쿠버 등 주요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되며 존재감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되며 오스카 레이스 준비를 시작했다. 최종 후보에 오를 경우, 오스카로 향하는 넷플릭스 첫 한국영화가 된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인디와이어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가능한 사랑’을 국제장편영화상뿐 아니라 여우주연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후보로도 캠페인할 계획이다.
결국 ‘가능한 사랑’은 위축된 한국영화 시장에서 새로운 자금 조달의 통로를 여는 동시에, 넷플릭스에도 영화적 성취와 브랜드 가치를 함께 끌어올릴 기회를 제공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넷플릭스에게도 분명한 실익이 있었다. 한국영화 사업의 폭을 넓히면서 새로운 관객층과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일종의 윈윈 사례”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