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용병술은 제한된 자원을 상황에 맞게 활용해 승률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엔트리·라인업 구성부터 투수 교체와 수비 배치, 대타·대주자 기용 등 모든 판단이 경기 흐름을 확 바꾼다. 한 가지 선택이 위기를 자초하기도, 극복하기도 한다.
KBO리그 플레이오프(PO)에서도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의 '인사 전략'이 대구 시리즈(1·2차전) 승패를 갈랐다.
1차전에서 두 감독의 지향점은 반대였다. 박진만 감독은 '수비 안정화'라는 단기전 정석을 따르며, 정규시즌 106타점을 기록한 최형우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타율 1위 구자욱이 햄스트링 부상에서 막 회복해 지명타자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 감독은 수비 범위가 좁아진 43세 최고령 선수 최형우에게 구자욱의 포지션(좌익수)을 맡기는 건 부담이 크다고 봤다. 그래서 박승규를 선발 좌익수로 투입했다.
반면 이범호 감독은 LG 트윈스와의 준PO에 이어 공격력 강화를 선택했다. 정규시즌 주전 중견수는 리그에서 커버 범위가 가장 넓은 김호령이었지만, 그 자리에 박정우를 넣었다. 또 장타 생산력을 갖춘 백업 포수 한준수를 지명타자로 썼다.
박승규 투입 효과는 크지 않았다. 한준수는 4회 초 크리스 페덱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 1차전은 KIA가 5-1로 이겼다.
야구팬이 주목한 건 박진만 감독의 빠른 대처였다. 득점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자, 2차전은 최형우를 좌익수로 기용해 화력 강화를 노렸다. 1차전에 무안타에 그쳤던 주전 외야수 김성윤을 빼고, 박승규를 2번·우익수로 전진 배치하기도 했다.
라인업을 크게 바꾼 삼성은 2차전에서 8-3으로 반격했다. 최형우와 박승규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최형우는 7회 말 솔로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감독은 공·수 밸런스를 고려해 라인업을 구성한다. 부상·부진 등 변수가 생겨도 결국 큰 고민은 한두 자리다. 염경엽 LG 감독은 준PO 1~3차전 모두 선발 우익수를 바꿀 만큼 여러 수를 찾았다.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이강철 KT 위즈 감독도 단기전에서 파격적인 투수 기용을 자주 보여줬다. 사령탑의 고심이 엿보이는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보면, 포스트시즌 재미가 더 커질 것이다. 가을 야구에도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