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데일리 장항준 감독과 산악인 김영미가 각자의 인생에서 겪은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장항준은 실패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와 성공을 대하는 여유를, 김영미는 정상을 포기하면서 깨달은 용기와 남극에서 느낀 응원의 소중함을 들려줬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의 오프닝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고상지의 아름다운 반도네온 선율이 행사장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 가운데, 이어진 ‘WAY 길이 되는 이야기’ 세션에는 장항준 감독과 산악인 김영미가 연사로 나섰다.
먼저 장항준 감독은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와 함께 기조대담 ‘어쩌다보니, 여기까지’에 참여했다. 장 감독은 오랜 시간 준비했던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차 안에서 우연히 영화 음악을 듣고 아내 김은희 작가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지만, 일주일 뒤에는 다시 새로운 작품을 준비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설렘이 그를 다시 움직이게 한 것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여유가 드러났다. 장 감독은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큰 성취를 얻었다며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높은 곳에 올라가 봤으니 이제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듯 천천히 구경하면서 내려오면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재미있게 살아갈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이어 강연 ‘남극 1786㎞, 무엇이 나를 걷게 했나’에 나선 김영미는 20대 대부분을 히말라야에서 보냈던 시절을 돌아봤다. 당시 그에게 성공은 정상에 오르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네 차례나 도전했던 산에서 다른 원정대의 구조 요청을 받고 등정을 포기한 일이 그의 생각을 바꿨다.
김영미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보다 되돌아서는 한 걸음에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며 “히말라야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후 남극으로 향한 김영미는 영하 35도의 추위 속에서 100㎏에 가까운 썰매를 끌며 70일간 1786㎞를 걸었다. 홀로 대장정을 마친 그는 “혼자 먹고 혼자 자고 걸었지만 세상에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극이나 히말라야에 가야만 탐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한계를 조금이라도 밀어내는 일이 탐험”이라며 관객들의 하루를 응원했다.
두 사람은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얻은 삶의 지혜를 나눴다. 장 감독은 다시 시작하는 설렘과 삶을 즐기는 마음을, 김영미는 옳은 선택을 하는 용기와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을 강조하며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휴먼스토리: 우리를 잇는 당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열렸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삶에서 겪은 도전과 선택, 실패와 성취의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