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장항준 감독이 수년간 준비한 영화가 무산됐던 아픔을 털어놓으며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이었다고 밝혔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의 오프닝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고상지의 아름다운 반도네온 선율이 행사장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 가운데, 이어진 ‘WAY 길이 되는 이야기’의 첫 순서인 기조대담 ‘어쩌다보니, 여기까지’에는 장항준 감독과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가 참석했다.
이날 장 감독은 지금의 성공을 이루기까지 겪었던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을 돌아봤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 무산됐을 때만큼은 쉽게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10여 년 전 3~4년 동안 준비했던 영화가 엎어진 적이 있다. 청춘을 송두리째 빼앗긴 기분이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함께 준비했던 연출부 친구들도 돈을 받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장 감독은 아내 김은희 작가, 연출부 직원들과 함께 무산된 영화를 떠나보내는 송별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는 직원을 오히려 위로했던 그는 귀갓길에 뜻밖의 순간을 맞았다. 영화의 엔딩곡으로 사용하려고 준비해뒀던 노래가 차 안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장 감독은 “그 노래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은희가 자기 무릎에 누우라고 해서 정말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슬픔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다. 그는 불과 일주일 뒤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장 감독은 “가수 하림의 노래 중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가 있다. 작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나가 엎어지면 다른 작품을 하면서 잊게 된다”며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때의 설렘이 힘든 순간들을 견디게 해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의 낙천적인 태도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신혼 시절에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신혼 때 가스가 끊기고 쌀도 없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냥 둘이 재미있었다”며 김은희 작가와의 추억을 꺼냈다. 이어 “돌이켜보면 그때가 인생의 여름방학 같았다. 출근할 필요도 없으니 매일 술을 마시고 동네에서 배드민턴을 치면서 은희와 재미있게 놀았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태훈 칼럼니스트 역시 “당시 감독님과 술을 여러 번 마셨지만 그렇게 힘든 상황인지 몰랐다. 워낙 낙천적이고 주변을 밝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었다”고 거들었다.
장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삶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일이었다. 가난했던 신혼 시절을 행복한 추억으로, 오랜 준비가 물거품이 된 경험을 새로운 도전의 계기로 떠올리는 그의 이야기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휴먼스토리: 우리를 잇는 당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열렸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삶에서 겪은 도전과 선택, 실패와 성취의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