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유망주 타이틀을 내려놓고 외야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열고 있는 한지윤. 인천=배중현 기자
2006년생 외야수 한지윤(20·한화 이글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7일 처음 1군에 콜업된 한지윤은 그날 KBO리그 데뷔전까지 치렀다. 당시만 하더라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퓨처스(2군)리그로 내려가지 않고 1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6일 기준으로 15경기 타율 0.293(41타수 12안타), 득점권 타율 0.438(16타수 7안타)을 기록 중이다.
26일 인천 SSG전에서 타격하는 한지윤의 모습. 한화 제공
입단 당시 한지윤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경기상고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한 그는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2순위로 지명됐다. 포수 자원 가운데서는 이율예(SSG 랜더스·1라운드 8순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번이었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처음 소화한 2025년 스프링캠프에서 야구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훈련 도중 투수에게 던진 공이 제대로 날아가지 않았다. 이른바 '입스(Yips·각종 불안 증세 때문에 근육 등이 경직돼 경기력이 저하되는 증세)'였다.
한지윤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투수에게 사인을 낼 때부터 공을 (다시 투수에게) 안 던지고 싶으니까 계속 범타를 만들려고 집중했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까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공을 잡으면 이질감이 들었다. (입스의) 원인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최근 한화의 새로운 활력소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한지윤. 한화 제공
고심하던 한지윤은 지난해 여름, 손혁 한화 단장과의 면담 끝에 1루로 포지션을 바꿨다. 마음의 짐은 한결 덜었지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포지션이 낯선 탓인지 타격에서 좀처럼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5시즌 2군 타율은 0.224에 머물렀다. 외야수로 포지션을 재차 전환한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군 타율 0.220. 하지만 한화는 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지난 7월 콜업했다.
한지윤은 "잘 맞은 타구들이 계속 잡히더라. 처음엔 '괜찮아, 이렇게 잡힐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그 빈도가 늘어나니까 나도 모르게 안 좋은 공에 손이 나갔다"며 "기대하고 있지 않아서 (콜업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한지윤. 한화 제공
한지윤은 지난 7월 26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 20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부터 23일 대전 LG전까지 3경기 연속 2타점을 책임지기도 했다. 그는 "최대한 부담을 안 느끼려고 한다. 신인이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거 같기도 하다"며 "1군이라고 하면 긴장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재밌다. (응원) 소리도 크게 들리고 아드레날린도 올라온다. 부담되는 상황도 있지만 최대한 주눅들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포수로 뛰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입스에서도 벗어났다. 그러나 포수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한지윤은 "나이 차이가 많이 안 나는 (허)인서 형이나 (장)규현이 형처럼 팀에 좋은 포수가 있다. 포수보다 1루나 외야수로 뛰는 게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그는 "(입스를 겪으면서) 창피하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질책도 많이 했다. 그런데 현실을 인정하고 내려놓으니까 괜찮아지더라"며 "부상 없이 시즌을 끝까지 완주했으면 한다. 잠깐 반짝하는 선수가 아니라 '이 팀에는 이 선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팬들이 기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