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채널 '웍크샵' - 일의 기쁨과 슬픔 캡처 최근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안무 창작자의 권리를 알리고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고자 ‘보이는 건 동작, 담긴 건 창작’을 주제로 ‘안무도 저작권’ 챌린지를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안무가 리아킴, 아이키 등 대표 안무가들이 참여한 캠페인 영상이 공개되며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안무 저작권에 대한 논의는 2021년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흥행과 함께 본격화됐습니다. 이어 2024년 한국안무저작권협회(KCCA)가 출범하고 초대 회장에 김혜랑(리아킴)이 취임하면서, 표준계약서 도입 추진 등 음악 분야 수준의 저작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안무 저작권이 ‘있다’ ‘없다’를 둘러싸고 여전히 혼선이 큽니다. 실제 2023년 안무가 리아킴은 경제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의 ‘B주류 경제학’에 출연해 ‘안무 저작권이 없다’며, 자신이 대표로 있는 ‘원밀리언’ 채널의 구독자가 2000만 명이 넘지만 수익 정산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Mnet ‘월드 파이터 디렉터스 워(스디파)’에 출연 중인 안무가 레난 역시 2025년 유튜브 채널 ‘웍크샵’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 나와 안무 저작권료의 유무를 묻는 질문에 “안무는 저작권이 없다”고 답하며 “무에서 유를 창작해야 하고 타인의 기호와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거치는 직업인 만큼, 안무에도 반드시 저작권이 있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이들이 말한 ‘안무 저작권이 없다’는 표현은 법적 권리의 부재라기보다 크레딧 표기와 추가 보상·정산 시스템의 부재를 포괄적으로 지칭한 것에 가깝습니다. 현행 저작권법상 안무는 엄연한 저작물에 해당하지만, 현장의 유명 안무가들조차 저작권의 법적 존재 유무를 오인할 만큼 안무 저작권을 둘러싼 법리와 현실의 갭은 상당합니다.
이러한 현장의 혼선을 바로잡고 법적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2025년 ’K팝 안무의 저작권 보호와 법적 과제’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해 온 디지털지식재산연구소 소장 김현숙 박사(법학)에게 안무 저작권의 현주소를 물었습니다.
◇ 안무저작권은 존재하는가?
김현숙 박사는 필자와 인터뷰에서 ‘안무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는 대상인 것은 맞다’며 ‘이미 안무는 (저작권법의)보호를 받고 있으며, 연극 저작물 안에 들어가있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다양한 춤 동작을 창의적으로 변형·배열하여 창작성을 인정한 ‘샤이보이’ 사건(서울고등법원 판례)을 언급하며, K팝 안무가 저작물이 될 수 있다는 점 자체는 법리상 다툼이 없음에도, 현장에서 “안무 저작권이 없어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오해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다만 김 박사는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 저작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전제를 덧붙였습니다. 즉 널리 알려진 포인트 동작 하나를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것은 아니며, 일정 수준 이상의 길이와 독창적인 창작성이 결합해 하나의 완성된 흐름을 이룰 때 비로소 저작권 보호의 대상으로 검토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안무가 리아킴은 앞서 언급한 유튜브 채널에서 “어떤 안무 몇초 이상, (혹은) 30초 이상 등 일정 길이 이상의 안무 배열을 기준으로 고유의 창작권을 인정해 주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단순한 시간 기준 적용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일정 수준의 길이와 창작성이 가미돼야 보호받는 것은 맞지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 분량을 ‘음악은 몇 초 이상이어야 한다’ 등의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고, 결국 개별 사건에 대한 법원의 구체적 판단을 거쳐야 할 영역이라는 지적입니다.
◇ ‘성명표시권’과 그 너머의 과제
강석원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안무를 즐기는 과정에서 창작자의 이름과 저작권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과 함께 ‘안무도 저작권’ 챌린지를 통해 안무를 만든 창작자가 존중받는 문화 조성을 당부했습니다.
실제로 현장 안무가들이 가장 시급하게 요구하는 것 역시 저작자의 이름이 명시되는 ‘성명표시권’(크레딧)입니다. 리아킴은 과거 MBN과 인터뷰에서 ‘내가 짠 안무임을 명시해달라는 당연한 권리를 요청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고, 최근 Mnet ‘스디파’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안무가들 역시 이 ‘크레딧’의 중요성을 입을 모아 강조했습니다. 안무가 인규는 ‘역할 분담과 크레딧이 명확해진다면 저작권 인식도 높아질 것’이라 전했고, 안무가 백구영 또한 ‘(안무가들이) 크레딧을 얼마나 원하고 소중히 여기는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며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누구를 크레딧에 올릴 것인지는 안무가들 스스로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름 오기재 역시 성명표시권 침해가 될 수 있으며, 제3자의 권리 주장이나 누락 위험은 방송사 입장에서 실질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객관적 현실을 짚은 것입니다.
이는 매주 방송 프로그램의 음악 저작물 크레딧을 직접 검수하는 필자의 실무 경험과도 일치합니다. 현장에서는 크레딧을 예명으로 표기할지 본명으로 표기할지부터 민감하게 검토합니다. 오래된 음원은 수십 년 전 LP의 표기까지 일일이 대조하고, K팝의 경우 예명 속 알파벳 대소문자나 숫자, 특수기호 하나까지 엄격하게 구분합니다. 결국 안무가들 역시 스스로 기준을 확립하고 명확한 권리관계를 공표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안무가의 성명표시 호소가 창작자 존중의 출발점이라면, 안무 영상에 사용되는 ‘음악’의 창작자는 어떻게 표시되고 있을까요? 구독자 2600만 명을 보유한 원밀리언 유튜브 채널의 경우, 공개된 다수의 영상에서 안무가의 이름은 분명히 명시돼 있지만, 사용된 음악의 작사·작곡자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안무 창작자의 성명표시를 강조하는 만큼, 타 저작물 창작자에 대한 표시 역시 같은 기준에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나아가 안무 저작권을 다룰 때 그보다 앞선 단계, 즉 안무가 어떤 선행 저작물을 이용해 만들어지는지는 충분히 검토돼 왔을까요? 안무는 일반적으로 음악의 흐름, 가사, 리듬 등 음악적 표현과 어울리는지를 중심으로 대중에게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는 K팝 안무가 어떠한 선행 저작물을 이용하여 창작되는가에 대한 검토 없이 안무를 독립 저작물로 전제하는 데서 생기는 논리적 공백을 우선적으로 짚어보고자 합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