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현수/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쉬는 것도 분명 필요한데, 촬영장에 있을 때만큼 제가 생기 있어 보이지 않더라고요.”
배우 유현수는 최근 휴식기를 보내며 자신이 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촬영장에서 사람들과 호흡하며 카메라 앞에 설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그의 말에서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함께 연기를 향한 묵직한 진심이 묻어났다.
최근 서울 일간스포츠 사옥에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2’(이하 ‘킬쇼2’)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유현수를 만났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킬쇼2’는 위험천만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쇼핑몰의 새 대표가 된 지안(김혜준)이 죽은 줄 알았던 삼촌 진만(이동욱)과 함께 세력에 맞서는 액션 시리즈다.
유현수는 극중 섬마을 하남도의 순박한 주민 김우진 역을 맡아 지안(김혜준)을 지키다 목숨을 잃으며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작품 공개 후에는 예상치 못한 주변 반응도 쏟아졌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시청했는데, 4회를 보시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셨다. 그렇게 깊이 몰입해서 보실 줄 몰라 저도 깜짝 놀랐다”며 “형과 형수님도 자랑스러워하시면서 제가 등장한 장면을 캡처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해 주셨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 소식이 뜸했던 사람들과도 다시 연락이 닿았다. 유현수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10년 만에 ‘작품 정말 잘 보고 있다’고 먼저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해외 팬분들에게도 셀 수 없이 많은 응원이 와서 작품의 인기를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극중 김우진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예측은 한때 뜻밖의 방향으로 흐르기도 했다. 후반부에 본색을 드러내는 반전 빌런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으나, 우진은 끝까지 순박한 인물로 남은 채 4회에서 서사를 마무리했다.
“‘끝까지 의심했는데 진짜 순박한 머글이었네’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만큼 제 캐릭터를 유심히 지켜봐 주신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4회에서 일찍 퇴장하긴 했지만 남은 이야기의 감정선을 잇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는 매우 만족스럽고 여운이 남는 퇴장이었습니다.” 배우 유현수/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유현수가 처음부터 배우만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자체를 유난히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어릴 때부터 마술 공연도 하고, 학교 장기자랑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을 만큼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어요. 춤도 좋아해서 막연히 예체능 쪽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춤 말고 무대 위에서 할 수 있는 게 또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연극부에 들어갔고, 연기를 배울수록 매력에 빠져 자연스럽게 입시까지 준비하게 됐어요.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진학하면서 배우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죠.”
배우로 첫발을 내딛은 지금은 다양한 작품을 찾아보는 일은 그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루틴이 됐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한강을 산책하거나 농구를 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등 잔잔한 시간을 즐기는 편이에요. 현장에서 연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도 더 많은 걸 보고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 시간이 취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즐거워졌어요.” 배우 유현수/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유현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나영석 PD의 예능을 즐겨본다는 그는 “‘지락실’이나 여행 예능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다양한 미션을 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프로그램에 꼭 출연해보고 싶다”며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정말 좋아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진솔한 제 생각을 함께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롤모델로는 배우 박해일을 꼽았다. 2006년 영화 ‘괴물’을 통해 처음 그의 연기에 매료된 이후, ‘헤어질 결심’에 이르기까지 출연작을 빠짐없이 챙겨봤다.
“박해일 선배는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주시면서도, 인물 깊숙이 본인만의 아우라를 담아내세요. 그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 역시 영화 ‘덕혜옹주’의 박해일 선배나 ‘동주’의 강하늘 선배처럼, 커다란 역사적 사건을 품은 서사 안에서 우직하면서도 따뜻한 인물을 연기해 보는 것이 꿈입니다.” 배우 유현수/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늘 밝고 에너지 넘치는 유현수지만, 스스로를 다잡는 기준만큼은 담담하고 단단하다. 그는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생각을 늘 한다”며 “좋은 일이 생겼다고 그 기쁨에 너무 취하지 않고, 반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오래 낙담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 중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그리고 있는 배우의 모습도 또렷했다.
“‘연기에 진심인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배우는 결국 작품 속 연기로 말할 때 가장 빛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유연하게 소화하는 스펙트럼 넓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면서 제가 얼마나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인지 작품으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