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넷플릭스 시리즈 ‘D.P’는 군대 내 가혹행위를 고발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이 작품이 군필자뿐 아니라 수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단순히 군 내부의 부조리를 폭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가장 빛나는 청춘을 바친 평범한 청년들이 조직과 사회로부터 어떻게 소모되고 방치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작품이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국가는 자신의 의무를 다한 청년들에게 무엇을 돌려주었는가였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군인을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희화화와 조롱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군 복무는 자랑이 아니라 손해가 됐고, 군인은 국가를 지키는 시민이라기보다 불편한 존재처럼 취급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군 내부의 잘못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군 조직을 비판하는 것과 군인의 희생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회학은 공동체가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를 ‘희생에 대한 존중’이라고 설명한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려 하지 않는다. 희생이 손해가 되고 헌신이 조롱받는 순간 사회는 신뢰를 잃고, 공동체는 조금씩 해체되기 시작한다.
심리학도 같은 결론을 내린다. 사람은 자신의 희생이 인정받을 때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반면 희생이 무시되면 냉소와 무관심이 자리 잡는다. 국방은 총과 전투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가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겠다는 사람들의 자긍심이 있어야 비로소 안보도 유지된다.
역사는 이를 수없이 증명해 왔다.
고대 로마는 시민의 군 복무를 최고의 명예로 여겼던 시절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다. 그러다 군인이 존중받지 못하고 용병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국가에 대한 충성은 돈에 대한 충성으로 바뀌었고, 제국은 내부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늘의 대한민국 역시 이 질문 앞에 서 있다.
수많은 청년들이 학업과 직장, 가족을 잠시 뒤로한 채 국가를 위해 복무한다. 그렇다면 국가는 그 희생에 합당한 예우를 해야 하고, 사회는 감사와 존경으로 응답해야 한다. 군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다.
군인의 인권과 군인의 명예는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군인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인권이다. 그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하는 순간, 평화 역시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다.
국가는 군인에게 총을 맡기기 전에 먼저 존엄을 보장해야 한다. 희생이 조롱받는 공동체에서 헌신은 사라진다. 국방은 무기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믿고 자신의 청춘을 기꺼이 맡길 수 있다는 신뢰 위에서 완성된다.
군인의 희생을 예우하지 않는 국가는 언젠가 그 국기를 지켜줄 사람도 잃게 된다. 그런 국가는 역사 속에서 한 번도 살아남은 적이 없었다.
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 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