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새해 벽두부터 '착한 포장' 정책으로 눈길을 끈다. '질소과자'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포장재를 줄이고, 가격 변동 없이 양을 늘리고 있다. 잊을 만하면 가격을 올리는 롯데제과·크라운해태 등 경쟁 업체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포장만 바꿨을 뿐인데, 양이 늘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에 간편대용식 '마켓오 네이처 오! 그래놀라' 3종에 대해 가격 변동 없이 용량을 10% 증량했다.
이에 따라 '오! 그래놀라 과일'과 '오! 그래놀라 야채'는 이달 생산분부터 기존 300g의 규격은 330g으로, 180g의 규격은 200g으로 늘어났다.
'오! 그래놀라 검은콩' 역시 기존의 330g·198g의 규격이 각각 363g·220g으로 증가했다.
이번 증량은 오리온이 2014년 11월부터 진행하는 '양은 늘리고 포장재는 줄이는' 내용의 '착한 포장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오리온 측은 올해도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이어 가겠다는 의지의 차원에서, 제과에 이어 간편대용식에서도 '착한 포장'을 이어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오! 그래놀라'의 경우 국산 쌀·콩·딸기·사과 등을 사용하는 만큼 원재료의 원가가 높은 제품이지만, 소비자 만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증량을 단행했다.
이번 증량으로 연간 약 20억원 이상의 가치에 해당하는 60t가량의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추가로 제공된다.
오리온은 소비자들이 과자업계에 제기한 이른바 '질소과자' 논란 이후 2014년부터 가격을 동결하면서 초코파이·포카칩·리얼 브라우니 등의 제품을 순차적으로 증량해 왔다. 이에 따라 총 14개 제품의 양을 늘렸다.가격 인상 없는 증량과 함께 포장재 개선에도 나선다. 포장재 빈 공간 축소, 디자인 단순화와 인쇄 도수 축소, 환경친화적 포장재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2017년 한 해 동안 오징어땅콩, 스윙칩, 포카칩 세 제품으로만 포장재 약 1.2㎢, 중량 83톤을 줄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 지난 5년간 흔들리지 않고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지속해 왔다"며 "윤리 경영의 일환으로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심화·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의 이 같은 노력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호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 한국법인의 영업익은 2016년 787억원에서 2017년 826억원, 2018년 3분기까지 819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상승 중이다.
경쟁 업체는 가격 올리기 '급급' 업계에서는 오리온의 이 같은 전략이 '역발상'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제과업체들이 원자재·인건비 부담 등을 호소하며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지난해 4월부터 빼빼로 권장소비자가격을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목캔디 가격을 케이스형 기준으로 기존 700원에서 800원으로 올렸다.
해태제과는 5월부터 오예스의 중량당 가격을 평균 17%, 맛동산은 평균 12.9%, 웨하스는 12.5%, 오사쯔는 8.3%, 미니자유시간은 9.5% 인상했다.
농심은 11월부터 출고가격 기준, 새우깡(90g)은 6.3%, 양파링(84g)·꿀꽈배기(90g)·자갈치(90g)·조청유과(96g) 등은 6.1%, 프레첼(80g)은 7.4% 올렸다.
이들 업체들은 한목소리로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제반 비용의 상승으로 원가 압박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오리온처럼 제반 비용의 최소화로 가격 인상의 요인을 상쇄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 가격만 올리려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가 압박을 이유로 꾸준히 가격을 올리는 업체가 있는 반면,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늘린 업체가 있다"며 "어느 업체든 쓰는 재료가 비슷하다면, 결국 경영 개선의 노력과 소비자와의 상생 마인드의 차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