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훈(30·KIA)은 23일 짧은 머리로 광주구장에 나타났다. "안 자를 수가 없는 분위기입니다." 전날 KIA 선수단은 '단체 삭발'을 감행했다. 하지만 조영훈은 동참하지 못했다. 미묘한 '차이'를 발견한 KIA에서의 첫날. 조영훈은 22일 김희걸과 트레이드 돼 대구에서 광주로, 삼성에서 KIA로 옮겼다.
KIA에서의 둘째날. 조영훈은 차이를 줄여나갔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연패 탈출'이라는 같은 꿈을 꿨다. 그리고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23일 광주 SK전서 6번 1루수로 선발출장한 조영훈은 2회말 첫 타석에서 1루 땅볼에 그쳤다. 전날 4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조영훈의 KIA에서의 타율은 0. 조영훈은 고개를 푹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조영훈은 22일 "트레이드는 기회다.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린 것이기도 하다. 기회를 주신만큼 악착같이 달려들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4회말 2사 1루, 드디어 안타가 나왔다. 조영훈은 SK 오른손 최영필의 2구째를 공략했다. 투수 옆을 빠르게 지나가는 중전안타. 조영훈의 표정이 밝아졌다. 6회는 삼진. 이날의 승부처였던 8회에 조영훈은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4-2로 앞선 8회말 무사 1루, 조영훈은 번트 자세를 취했다. 볼 2개를 차분히 고른 뒤 파울. 다시 볼을 참아냈다. 볼카운트 3B-1S서 조영훈은 자세를 바꿨다.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조영훈이 잡아당긴 공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흘렀다. 2루 베이스 커버를 위해 2루쪽으로 몸을 기울인 SK 유격수 최윤석은 공을 잡지 못했다. 이날 조영훈의 두번째 안타. 조영훈은 안치홍의 우중간 2루타 때 홈까지 내달리는 기민한 주루 플레이까지 선보였다. KIA로 트레이드 된 후 첫 득점.
조영훈은 이날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KIA는 3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경기 뒤 KIA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조영훈의 모습에 낯설음을 발견할 수 없었다.
-KIA 이적 후 첫 안타를 쳤다.
"운이 좋았다. 코스가 좋아서 안타가 됐다. 사실 타격감은 어제가 더 좋았다. 그래도 역시 안타가 나와야 기분이 좋지 않겠나."
-8회 상황은 어떠했는가.
"번트 사인이 나왔다가 볼카운트가 3B-1S으로 유리해지자 사인이 바뀌었다. 볼은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 더 집중했다. 다행히 유격수가 2루쪽으로 움직였고, 아웃이 될 수도 있는 타구가 안타로 연결됐다."
-KIA, 광주 생활에 익숙해져가고 있는가.
"형들이 정말 잘해 주신다. 마음이 편하다. 연패 중이지만 팀 분위기가 처져 있지 않다. '꼭 이기자'라는 의욕만 있었다. 더구나 오늘 연패를 끊었다. 팀 선후배들과 같이 승리 세리머니를 할 수 있어 기쁘다."
-머리를 짧게 잘랐다.
"사실 오늘은 정신이 없었다. 타격훈련이 예정돼 있어 평소보다 빨리 경기장에 나와야 했다. 일찍 일어나서 윤완주와 함께 머리칼도 잘랐다. 선수는 팀과 함께 움직여야 하지 않나."
-다음 경기 목표는.
"안타를 쳤고, 팀도 승리했다. 이제는 '시원한 것 한방'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나."
광주=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