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2013.9~2014.9)간 국내 방송 시장은 급변했다. 시장은 넓어졌고, 다채널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영역의 방송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왔다.
드라마 부문에서 가장 주목할 키워드는 '중국'이다. 일본의 한류 시장이 주춤하자 중국이란 더욱 강력한 시장이 떠올랐다. 과거 한류콘텐츠의 인기와 다른점은 실시간의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시장이란 점이다. SBS '상속자들'과 '별에서 온 그대' 등 드라마는 중국 젊은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두 드라마 모두 TV채널이 아닌, 포털사이트 중계를 통해서 소비됐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의 인기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드라마 속 한국의 패션·식음료·주류 등 다양한 문화들이 동시에 수출효과를 누렸다.
예능 파트에선 외국인·비연예인 출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어떤 스타가 나오는지 보다는 얼마나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잘 형성하는 포맷인지가 흥행을 결정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언론과 보도 방향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그 어느 해 보다 높았다. 채널이 늘고 방송사간 보도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청자들은 얼마나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하는지를 지켜봤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방송가의 변화와 성장을 이끈 파워브랜드는 무엇일까. 일간스포츠가 창간 45주년을 맞아 지난 1년 동안 방송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거나 활약이 돋보였던 파워브랜드를 조사했다. 방송사·제작사·홍보사·소속사·평론가 등 방송가 파워 피플 100인에게 직접 설문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1일부터 24일까지 전화와 직접 만남을 통해 2주간 진행했다. 각 참여자가 파워브랜드를 세 개씩 추천했다.
▶공동 6위 tvN'꽃보다' 시리즈 (예능프로그램) (5%·15표)
CJ E&M의 대표 브랜드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으로 이어진 '꽃보다' 시리즈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배낭여행'이란 단순한 소재에 인생과 청춘의 의미를 담으며 웃음을 넘어선 감동이란 코드를 예능에 입혔다. 단순한 소재라도 누가 만들고,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에 따라 예능의 차원이 달라질 수 있단 걸 보여줬다. 예능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중장년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초반부터 화제를 모으는 데도 성공했다.
▶공동 6위 tvN '응답하라 1994'(드라마) (5%·15표)
CJ E&M 예능 부문에 '꽃보다' 시리즈가 있다면 드라마 부문은 단연 '응답하라' 시리즈다. 지난해 방송된 '응답하라 1994'는 시즌1격인 '응답하라 1997'의 인기를 뛰어넘었다.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90년대 복고 트렌드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정우·고아라·유연석 등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제작사 관계자는 "시즌2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후속작이 성공하는 게 쉽지 않은데 워낙 작가와 연출진의 호흡이 훌륭했다. 제작진의 역량이 배우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낸 좋은 예"라고 분석했다.
▶8위 나영석(CJ E&M PD) (3.3%·10표)
드라마·예능·교양 PD를 모두 합쳐 톱10 안에 유일하게 랭크된 PD다. 사람을 향한 따듯한 시선이 느껴지는 나영석 PD 특유의 예능색깔이 돋보인다. KBS '1박2일'의 흥행이 운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CJ E&M 이적 후 내놓은 '꽃보다' 시리즈로 '넘사벽' PD가 됐다. 예능 PD 1순위엔 항상 MBC 김태호 PD가 올랐지만, 나영석 PD가 앞지르기 시작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꽃보다' 시리즈의 흥행 일등공신은 단연 나영석PD다. 상대를 괴롭히거나 우습게 만들면서 끌어내는 웃음이 아닌, 인간애가 담긴 예능이 그의 전매특허"이라며 극찬했다.
▶공동 9위 JTBC '비정상회담'(예능프로그램) (2.6%·8표)
'외국인 예능'의 트렌드를 만들며 톱10에 들었다. 외국인 패널 11명으로 이뤄진 신선한 포맷이 제대로 통했다. 그동안 토크쇼와 유사한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에 지쳐있던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방송이 시작된 지 이제 겨우 세 달째인데 자체 최고 시청률 6.8%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도 제압했다. 인기에 힘 입어 출연진에겐 다른 예능과 광고에서 섭외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소속사 관계자는 "지상파에서 긴장하는 무서운 예능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짧은 기간에 예능 트렌드를 바꿨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공동 9위 중국시장(트렌드) (2.6%·8표)
한류 최대 소비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시장'을 꼽은 이들도 많았다. 일본 한류 시장이 죽으면서 활로를 찾던 방송관계자들이 중국 시장의 등장에 반색하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다. 설문에 참여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방송시장의 수준과 위치가 중국시장 덕분에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사 국장급도 "지난 1년간 방송가 트렌드를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바로 '중국시장'이다. 예능과 드라마의 포맷과 판권 등을 중국에 수출하면서 국내 방송 시장이 놀랍게 성장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