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도 수원시 라다마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kt wiz 이강철 감독(왼쪽)과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 전에는 이강철이 전통 강호의 에이스였고, 박진만이 신생팀의 신인 유격수였다. 이번에는 자리가 바뀌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신흥 명문’을 이끌고,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전통 강호’의 자존심을 건다. 1996년 한국시리즈(KS)에서 투수와 타자로 만났던 두 사람이 2026년에는 사령탑으로 우승을 다툰다.
두 감독은 2일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26 KBO KS 미디어데이에서 30년 전의 기억을 꺼냈다.
먼저 이번 대결에 ‘전통 강호와 신흥 명문’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건 이강철 감독이었다. 그는 “KIA와 삼성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간 걸 TV로 보다가 어릴 때 만화가게에서 보던 야구만화가 생각났다. ‘전통의 강호’, ‘신흥 명문팀’이라는 표현이 많았다”며 “이번 시리즈는 전통의 강호(삼성)가 올라오고 우리가 신흥 명문팀(KT)이 되는 상황에서 좋은 신구 대결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이 선수로 맞붙었던 1996년에도 비슷한 구도가 있었다. 이강철이 몸담은 해태 타이거즈는 이미 여러 차례 정상에 오른 전통 강호였다. 반면 박진만의 현대 유니콘스는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해 그해 새롭게 출범한 팀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에 뛰어든 박진만은 현대의 주전 유격수로 첫 시즌부터 KS 무대를 밟았다.
1996년 한국시리즈 MVP 해태 이강철과 현대 시절 박진만. IS포토/외부
신인에게 해태의 잠수함 투수 이강철은 넘기 어려운 상대였다. KBO에 따르면, 1996년 KS에서 '현대 신인' 박진만은 '해태 베테랑' 이강철에게 6타석 5타수 무안타 2삼진, 몸에 맞는 볼 1개를 기록했다. 1차전에선 1타석 상대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지만, 이강철이 완봉승을 거뒀던 3차전엔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물러났다. 해태의 우승이 확정된 6차전에서도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박진만 감독은 “오락실에 가면 공이 오다가 없어지고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당시 감독님 공이 그랬다. 오다가 없어지더라”며 웃었다. 이어 “몇 년 뒤에도 KBO리그에서 가장 치기 어려운 공이 누구 것이냐고 물으면 항상 이강철 감독님이라고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신인 때 내가 타격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강철 감독님이 없었다면 3할까지 칠 수 있었는데 2할8푼(정규시즌 타율 0.283)을 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감독 역시 “박진만 감독이 신인 때부터 주전 유격수를 맡았던 거로 기억한다. 삼진을 많이 잡았던 기억이 난다”라고 웃으면서도, “수비는 워낙 출중했다. 타격도 시즌을 치르면서 성장했고, 나중에는 2006년 KS MVP까지 받았다. 그 성장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만(왼쪽) 삼성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 사진=구단 제공
1996년의 승자는 이강철이었다. 해태는 현대를 4승 2패로 꺾고 우승했다. 이강철은 5경기에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56을 기록하며 KS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3차전 완봉승에 이어 5차전에서는 세이브를, 6차전에서는 선발승을 거두며 우승에 앞장섰다. 이 감독은 “그렇게 받고 싶었던 MVP를 그해 받게 돼 기뻤다”며 당시의 승부를 떠올렸다.
준우승으로 첫 KS를 마쳤던 박진만도 이후 우승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현대에서 네 차례, 삼성으로 이적한 뒤 두 차례 정상에 오르며 선수 시절 우승반지 여섯 개를 모았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4년 연속 우승했다. 2006년에는 자신을 괴롭혔던 선배처럼 KS MVP의 영광도 안았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다시 만났다. 해태의 우승을 이끌었던 이강철은 KT가 명문 구단으로 자리 잡도록 이끄는 사령탑이다. 신생 현대의 도전을 함께했던 박진만은 삼성의 우승 역사를 이어가야 하는 감독이 됐다.
이 감독은 올해 구단 최초의 시즌 90승과 홈 관중 100만 명을 달성한 힘을 앞세워 “수원 시민과 함께 좋은 경기를 해서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감독은 “선수 때도 느꼈지만 우승과 준우승은 하늘과 땅 차이다. 2024년에도 준우승의 아픔을 겪었다. 프로에서는 1등을 해야한다”라며 우승의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