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현장의 보직 이동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감독직에서 물러난 인물이 코치로 돌아오는 사례에 이어 단장 출신까지 코치로 현장 복귀를 앞두면서, 올겨울 프로야구의 인사 흐름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허문회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손혁 전 한화 이글스 단장이다.
2021년 5월 갈등설 속에 롯데 사령탑에서 물러났던 허문회 전 감독이 이동욱 신임 감독을 보좌할 수석 코치로 롯데 복귀를 확정했다.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던 인물이 같은 구단, 그것도 경질된 구단의 코치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직 감독이 다시 현장 지도자로 활동하는 사례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 복귀는 프로야구 현장에서 감독과 코치의 역할 구분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손혁 전 단장의 행보는 더 이례적이다. 한화와 계약이 만료된 손 전 단장은 일찌감치 수도권의 한 구단과 이미 고액의 코치 계약을 끝냈다. 구단 운영의 방향과 선수단 구성 등을 책임지는 단장직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현장 지도자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 야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단장 출신이 별도의 공백 없이 코치로 이동하는 사례는 구단 운영팀 관계자들에게도 예상 밖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감독 출신의 코치 복귀는 이전에도 있었다. 양상문 전 롯데 감독과 김한수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 등 사령탑을 경험한 인물들이 이후 코치로 활동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감독직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현장 지도자로서의 경력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감독과 코치 사이의 이동은 점차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이번 겨울에는 이동의 폭이 한층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감독에서 코치로의 이동을 넘어 단장에서 코치로 직책을 바꾸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기존의 경력과 보직만으로는 인사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말 그대로 '예측불허'이다.
한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보직 이동의 벽이 희미해진 것은 맞다"며 "미국식(메이저리그)으로 보면 앞으로 그 경계가 더욱 옅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조금씩 나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변화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결국 결과가 좋아야 이런 흐름도 더 빠르게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