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은창 감독이 인터뷰 도중, 동메달 시상을 마치고 나온 김성옥-양복순 조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도요타(일본)=윤승재 기자·대한장애인체육회
"감독님 최고!"
정은창(57·대전장애인체육회) 한국 장애인탁구 대표팀 감독을 향해 선수들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 감독도 환한 미소와 하이파이브로 화답했다. 역대 아시안패러게임(APG)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선수들과 감독의 끈끈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정 감독이 이끄는 한국 장애인탁구 대표팀은 2026 아이치·나고야 APG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23일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금메달 12개와 은메달 7개, 동메달 8개 등 총 27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대회를 마쳤다.
당초 목표는 금메달 7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1개 등 총 24개였다. 하지만 금메달을 목표보다 5개나 더 따내면서 전체 메달 수도 27개로 늘렸다. 특히 금메달 12개는 역대 단일 대회 최다 기록이. 종전 최다는 2018 인도네시아와 2022 항저우 대회에서 수확한 금메달 9개였다.
역대 아시안패러게임 최고 성적을 거둔 탁구 대표팀.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대회를 마치고 만난 정은창 감독은 "선수들이 힘들게 훈련한 성과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나와 솔직히 가슴이 찡하다"라며 "선수들이 무사히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쳐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정 감독에게는 금메달 12개보다 더 중요했던 목표가 있었다. 바로 '올메달'이었다. 대표팀에 선발된 모든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정 감독은 "목표는 전체 선수가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모두 메달을 따는 것이었다. 아쉽게 한 명이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지만, 이것만으로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대 최고 성적의 배경에는 정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기존 복식 조합을 전면 개편한 것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탁구 3관왕에 오른 김현욱과 윤지유.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정 감독은 "예전에는 평가전 없이 복식 조합을 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제가 들어오자마자 선수들을 모두 다시 평가하고 복식과 혼합복식 조합을 다 바꿨다"라며 "처음에는 반발도 있었지만 전력 분석과 영상 촬영까지 거쳐 조합을 새로 짰다. 선수들도 결국 이를 인정하고 훈련에 매진했고, 그 결과가 이번 대회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훈련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정 감독의 철학은 '양보다 질'이다. 훈련할 때는 강하게 몰아붙이되, 휴식할 때는 확실하게 쉬도록 했다. 이번 대회 3관왕에 오른 윤지유(26·성남시청)는 "운동할 때는 바짝 운동하고, 쉴 때는 쉬자는 분위기다. 감독님이 '원팀'을 많이 강조하셔서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훈련량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일상적인 훈련만 하려고 하면 강하게 끌어당겨 세부 훈련까지 시킨다"라면서도 "운동 강도를 끌어올린 뒤에는 회복할 시간도 준다. 휴식도 훈련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도 효과를 봤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는 일정이 워낙 빡빡했다. 선수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 경기와 이동을 마치면 밤 10시 반이 된다. 하루 15~16시간을 휠체어에 앉아 버티는 셈"이라며 "그런데 대회를 모두 마치고 선수들을 봐도 엄청 지친 선수들이 없더라. 평소 체력을 최대한 끌어올렸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기태.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입식으로 경기를 하는 Class 11(지적장애)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 뒤에도 전문 트레이너와 서킷트레이닝을 소화하며 체력을 크게 끌어 올렸다. 정 감독은 "처음에는 선수들이 정말 힘들어했지만, 주기적으로 훈련하면서 체력이 좋아졌다. 김기태도 이번 대회에서 하루 3경기를 뛰고도 괜찮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한국보다 하나 많은 1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정 감독은 "휠체어 부문에서는 우리가 중국보다 앞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도 우리에 대비해 전략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도 중국이 강한 스탠딩 부문의 경쟁력도 강화해 다음 패럴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훈련할 때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강하게 몰아붙였다"라며 "그걸 다 참고 인내하며 훈련에 집중해 줬다. 그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마지막에 선수들을 보면서 울컥했다. 정말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정은창 장애인탁구 대표팀 감독이 금메달 '12개'를 의미하는 손가락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요타(일본)=윤승재 기자·대한장애인체육회
정 감독은 이번 대회 성과를 발판 삼아 다음 달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경쟁력을 점검하고, 2028 로스앤젤레스(LA) 패럴림픽에서 더 큰 성과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정 감독은 "지금까지 패럴림픽에서 계속 금메달 1~2개를 따고 있다"라며 "이번 LA 대회에서는 5개를 목표로 한다"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제가 금메달 5개를 목표로 한다고 하면 다들 놀리기도 하지만, 일단 그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