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귀여운 아역 꼬마가 10년 만에 한국 단거리 육상의 핵심 주전으로 변신해 대중의 시선을 싹쓸이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2016년 흥행작 ‘태양의 후예’에서 온유(이치훈 역)를 향해 “신발 대신 염소를 사달라”며 엉뚱하고 해맑은 연기를 선보였던 아역 ‘블랙키’ 역의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이다.
현재 태극마크를 달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트랙을 가르고 있는 그는 지난 2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치러진 남자 100m 결승선에서 10초17을 찍고 최종 4위로 골인했다. 3위와의 격차는 불과 0.06초.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40년 넘도록 메달 침묵이 이어지던 한국 남자 100m 잔혹사를 끊어낼 독보적 재목임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이 같은 눈부신 질주와 함께 그의 반전 과거사도 단숨에 입소문을 탔다.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는 당시 송중기, 진구 등이 출연한 대표작 '태양의 후예' 속 온유와의 호흡 장면이 다시 공유되며 "그 꼬마가 한국에서 제일 빠른 스프린터 중 한 명이라니 놀랍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성장사"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2006년생 다문화 가정(나이지리아인 부친, 한국인 모친) 출신인 조엘진은 과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어린 시절 접했던 낯선 시선들을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력으로 국가대표가 되면 사람들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는 부모의 당부를 이정표 삼아 피나는 훈련을 견뎌냈고, 마침내 국내 최고 스프린터 반열에 올랐다.
다만 26일 치러진 남자 200m 예선 4조에서는 뜻밖의 난관을 만났다. 레이스 도중 다리에 쥐가 나면서 부상 방지를 위해 트랙 위에 멈춰 섰다.
전날 밤늦게 100m 결승을 마친 뒤 새벽까지 도핑 검사를 받느라 피로가 극에 달한 상태에서 곧바로 오전 레이스를 뛰다 발생한 근육 경련이었다. 육상연맹 측은 즉시 정밀 처치에 나섰으며, 선수 보호 차원의 기권인 만큼 남은 단체전 출전에는 지장이 없도록 회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전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조엘진은 이제 팀의 사기가 걸린 남자 400m 계주와 혼성 계주를 향해 다시 신발 끈을 조인다. 화면 속 '염소 소년'에서 한국 단거리의 자존심으로 거듭난 그의 발끝에 뜨거운 응원이 모이고 있다.
김도정 기자 dojeo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