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0홈런을 때려낸 홈런왕이다. 타점도 158타점으로 단일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이라는 신기원도 작성한 선수다. 하지만 감독은 지난해만큼의 활약은 바라지 않았다. '홈런왕'이 주춤한 순간, 오히려 그의 조급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조금 더 낮은 목표를 제시했다. 또 하나의 '면담 효과'가 나타났다.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르윈 디아즈가 사령탑의 굳건한 신뢰 속에 장타에 대한 강박을 지우고 후반기 도약을 준비한다. 전년도 '홈런왕' 타이틀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을 덜어낸 것이 타석에서의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디아즈는 지난 시즌 50홈런을 터뜨리며 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그러나 올 시즌 전반기에는 홈런 페이스가 예년만 못하다. 올해 83경기에서 16홈런만을 기록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시즌 종료 시 28홈런 123타점을 기록한다. 50홈런-158타점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땐 초라한 성적이다.
11일 올스타전에 출전한 삼성 디아즈. 삼성 제공
지난 11일 올스타전을 앞두고 만난 디아즈는 전반기 성적에 대해 "클러치 상황이나 득점 상황에서 좋을 때도 있었지만, 아닐 때도 많았다. 타격 사이클의 기복이 심했다"라며 냉정하게 자체 평가를 내렸다. 자연스레 이는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이 때 디아즈의 멘털을 다잡아준 사람이 박진만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디아즈의 부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홈런이 없어도 중요한 순간 해결사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디아즈가 올 시즌 20홈런에 100타점만 기록해도 팀에는 큰 힘이 된다"며 디아즈의 현재 팀 내 기여도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전반기 디아즈는 홈런은 적지만 리그 5위(팀 내 1위)에 해당하는 71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해 초반 디아즈가 1할대 타율에 허덕일 때도 '면담'을 통해 그의 심리적 압박을 덜어낸 바 있다. 그 결과 디아즈는 퇴출 위기를 딛고 홈런왕으로 거듭났다.
올해 역시, 감독의 배려는 디아즈에게 큰 힘이 됐다. 디아즈는 "시즌 초반 성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 때, 감독님께서 직접 내게 말해줬다. '우리는 네가 다시 50홈런을 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20홈런만 쳐도 충분히 훌륭한 활약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홈런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홈런을 치지 못한다고 해서 수비나 다른 플레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부담을 덜고) 주어진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삼성 디아즈. 삼성 제공
디아즈는 전반기 모든 경기에 출전하며 쉼없이 달려왔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어지럼증 및 일시적인 탈수 증세로 교체되면서 우려를 낳기도 했으나, 휴식 후 빠르게 회복해 후반기를 준비한다.
남은 시즌 디아즈의 목표는 명확하다. 화려한 홈런 숫자보다는 타석에서의 기복 없는 '일관성'이다.
디아즈는 "수치상 전반기 기록이 나쁘진 않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꾸준함(Consistency)"이라며 "클러치 상황에서의 기복을 줄이고, 타석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겠다"고 후반기 각오를 다졌다. 무조건적인 한 방을 노리는 무리한 스윙보다, 팀의 4번 타자로서 득점권 상황에 맞는 실용적인 타격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