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스타
뮤직

이승철과 윤종신이라는 현재… 노래는 추억을 타고, 가수는 세월을 넘는다 [RE스타]

‘희야’와 ‘오래전 그날’이 사랑받던 시절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노래의 힘은 변함없다. 각각 데뷔 40년, 36년을 맞은 이승철과 윤종신. 추억 속 이름에 머무는 대신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신곡을 내놓는 두 사람의 시간은 닮아 있다.두 사람의 긴 시간을 보여주는 건 무엇보다 노래의 생명력이다. 이승철과 윤종신의 노래는 발표 당시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은 층에게도 익숙하다. 추억 속에만 갇혀 있지 않고 방송과 리메이크, 노래방과 각종 무대를 거치며 새로운 듣는 이들에게 계속 전해진 덕이다.1986년 부활의 보컬로 데뷔한 이승철에게는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마지막 콘서트’,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말리꽃’, ‘인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까지 시대마다 대표곡이 있다. 2002년 부활과 다시 만난 ‘네버 엔딩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특정 시기에 그치지 않고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꾸준히 대표곡을 만들어왔다는 점이 그의 40년을 보여준다.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이승철은 지난달 30일 우즈와 함께한 신곡 ‘우리만의 이야기’를 발표했다. 우즈가 직접 작사·작곡해 선물한 곡으로, 후배 가수들이 참여하는 40주년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곡이다. 후배 음악가와 새 노래를 만들어 선보이는 과정 역시 이승철다운 40주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40주년 앨범 음감회에서도 그의 관심은 지나온 시간보다 현재에 가 있었다. 이승철은 “레전드보다는 항상 옆에 있는 현역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40년 동안 무대에 섰다는 사실보다 지금도 노래할 수 있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최근 행보도 이 말과 맞아떨어진다. 이승철은 대학 축제 무대에 올라 수십 년 어린 관객들과 함께 노래했고, 오는 11월 광주를 시작으로 대전, 대구, 서울, 인천, 부산 등을 도는 전국투어 ‘더 보이스: 이승철’을 이어간다. 내년에는 월드투어도 준비 중이다. 40년 차에도 그의 일정표는 새 노래와 공연으로 채워져 있다.윤종신 역시 ‘오래전 그날’, ‘환생’, ‘본능적으로’ 등 오랫동안 불린 노래를 여럿 남겼다. 특히 2017년 발표한 ‘좋니’는 그의 긴 경력에서도 특별한 곡이다. 발매 약 두 달 뒤 차트 정상에 올랐고 윤종신에게 데뷔 27년 만의 첫 음악방송 1위를 안겼다. 이미 수많은 대표곡을 가진 가수가 활동 20년을 훌쩍 넘긴 시점에 다시 대중적인 히트곡을 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윤종신도 올해 데뷔 36년을 맞았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서울에서 전국투어 ‘가을냄새’의 막을 올렸고, 오는 10일 인천을 시작으로 수원, 고양, 부산, 경주, 대전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음원 발표도 꾸준하다. 2010년 시작한 ‘월간 윤종신’을 16년째 이어오며 지난달에도 9월호 ‘원 오브 뎀’을 냈다.윤종신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는 일간스포츠에 “‘가을냄새’ 공연은 지나간 일들과 다가올 계절의 그리움 등 가물거리는 감상을 윤종신의 목소리와 이야기로 담아내고자 했다”며 “김광진, 정준일, 박재정 등 ‘월간 윤종신’을 함께한 아티스트들이 게스트로 참여해 시너지를 더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랜 시간 세대를 넘어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는 만큼, 앞으로도 진심 어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가수의 세월은 결국 어떤 노래가 남았는지로 완성된다. 지금의 관객과 함께 부르는 수십 년 전 노래 위로 새로운 음악과 무대가 계속 쌓여간다. ‘희야’와 ‘오래전 그날’ 같은 대표곡부터 최근의 ‘우리만의 이야기’와 ‘가을냄새’까지, 두 사람의 노래는 여전히 현재의 관객과 만나고 있다.유화연 기자 ohwayo@edaily.co.kr 2026.10.09 08:00
스타

최립우·강우진, 둘이기에 가능한 플레어 유 [RE스타]

한 번의 아쉬움이 꽤 반가운 만남으로 돌아왔다. Mnet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에서 마지막까지 데뷔를 꿈꿨던 최립우와 강우진은 당시 같은 데뷔조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대신 두 사람은 플레어 유로 다시 만났다. 당시의 아쉬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플레어 유를 만날 수 있었고, 각자의 매력이 분명했던 두 사람을 이제 한 팀으로 오래 지켜볼 수 있게 됐다.최립우는 ‘보이즈 2 플래닛’ 당시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슈가 하이’ 등을 거치며 부드러운 음색과 안정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곡의 분위기에 맞춰 표정과 목소리를 다채롭게 활용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강우진은 노래 자체에 강점을 가진 참가자였다. 오디션 전부터 고교 밴드부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았고 신촌과 홍대 등에서 버스킹을 하며 무대 경험을 쌓았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지금 널 찾아가고 있어’ 등에서 노래 실력을 보여줬고 경연이 이어질수록 자신의 장점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같은 무대에 섰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에 이어 데뷔 콘셉트 배틀 ‘슈가 하이’에서도 함께했다. 당시에는 경쟁자로 만났지만, 몇 달 뒤 플레어 유라는 이름 아래 다시 나란히 서게 됐다.방송이 끝난 뒤 최립우는 먼저 솔로 가수로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첫 싱글 ‘스위트 드림’을 발표했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팬미팅을 열며 활동을 이어갔다. 강우진에게 플레어 유는 정식 데뷔의 시작이었다. 기타를 치고 직접 곡을 만들며 음악을 가까이해온 만큼, 두 사람이 한 팀으로 어떤 음악을 보여줄지도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플레어 유는 두 사람이 함께할 때 생기는 시너지가 분명하다. 밝고 풋풋한 분위기가 닮아 한 화면에 섰을 때 잘 어울리고, ‘청춘 듀오’라는 수식어도 잘 맞는다. 보컬에서는 각자의 장점이 또렷하다. 최립우는 재즈의 느낌을 살리는 특유의 창법이 매력적이고, 강우진은 허스키한 음색으로 아련한 감정을 잘 살린다.지난 5월 발표한 첫 미니앨범 ‘유스 에러’는 이런 두 사람의 매력을 처음 보여준 앨범이었다. 서로 다른 시행착오를 겪는 두 청춘의 이야기를 타이틀곡 ‘웨이 투 유’를 비롯한 6곡에 풀어냈다. 플레어 유는 이후 음악방송과 페스티벌, 해외 일정 등을 소화하며 함께 무대에 서는 시간을 늘려왔다.5개월 만에 돌아오는 두 사람은 이번에도 청춘의 한 장면을 노래한다. 오는 14일 발매되는 미니 2집 ‘러브후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마주한 소년의 시간을 담은 앨범이다. 타이틀곡 ‘너의 계절이 찾아와’를 비롯해 ‘백일밤’, ‘폴스 알람’, ‘매들리 인 러브’, ‘윈도우 뷰’, ‘잠시 너를 잊었어’까지 사랑의 여러 순간을 담은 6곡이 실린다. 데뷔 앨범에서 서툰 청춘의 시간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그 안에 찾아온 사랑을 이야기한다.지금 플레어 유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청춘, 소년, 청량이다. 데뷔 5개월 차인 만큼 지금의 모습만으로 이 팀을 다 설명하기는 이르다. 최립우의 섬세한 표현력과 강우진의 허스키한 음색, 두 사람이 함께할 때 살아나는 풋풋한 분위기까지 플레어 유만의 강점은 이미 분명하다. 음악적으로 더 많은 것을 시도하고 싶어 하고, 무엇보다 이 팀을 오래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도 단단하다. 지금의 장점을 품은 채 얼마나 다양한 음악과 무대를 보여줄지, 앞으로 더 선명해질 플레어 유의 시간이 기대된다.유화연 기자 ohwayo@edaily.co.kr 2026.10.05 10:17
영화

‘부활남: 더 레드’ 김시아, 잘 큰 아역의 정석 [RE스타]

잘 큰 아역, 열 배우 안부럽다. 배우 김시아가 ‘부활남: 더 레드’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데뷔작 ‘미쓰백’에서 어린 나이답지 않은 섬세한 연기로 단숨에 눈도장을 찍었던 그가 이제는 감정 연기에 액션까지 더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부활남: 더 레드’는 자신감이 유일한 스펙인 취준생 석환(구교환)이 죽은 뒤 72시간이면 부활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의문의 추격을 당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시아는 친동생은 아니지만 가족으로서 석환을 사랑하는 동생 예린 역을 맡았다. 예린은 어리지만 철없는 오빠보다 어른스러운 인물로, 식탁 앞에서는 석환과 티격태격하면서도 번번이 면접에서 낙방하는 그를 걱정해 면접 연습을 해주는 등 누구보다 오빠를 챙긴다. 김시아는 겉으로는 툭툭거리면서도 속으로는 누구보다 석환을 생각하는 예린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인물의 감정 변화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깔끔하게 그려내는데 탁월하다. 여기에 특유의 쓸쓸하면서도 독보적인 마스크가 더해져 자연스럽게 시선을 끈다. ‘부활남: 더 레드’에서는 액션까지 소화하며 장르적인 영역도 한층 넓혔다. 이후에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넓혀왔다. 영화 ‘우리집’, ‘백두산’, 넷플릭스 ‘길복순’ 등을 거쳐오며 각각 다른 캐릭터를 맡아 점차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 ‘열일’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기리고’에서는 어플리케이션의 저주를 시작하는 도혜령 역으로 짧은 등장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고, 영화 ‘여름의 카메라’와 ‘비광’에 이어 ‘부활남: 더 레드’까지 연이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꺼내보이며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는 과정을 차근 차근 밟고 있는 중이다. 600대 1을 뚫었던 어린 ‘미쓰백’ 소녀는 이제 어느덧 한 작품의 한 축을 책임지는 배우로 성장했다. 섬세한 감정 연기에 액션까지 하나씩 무기를 늘리고 있는 김시아가 ‘부활남: 더 레드’를 통해 또 한 번 ‘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김시아는 예린 역할에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연출을 맡은 백 감독은 “김시아는 뭔가 쓸쓸한 얼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오디션을 했을 때는 아이의 모습이었는데 그런 것들이 잘 어우러져서 캐릭터와 잘 매칭된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6.10.02 06:00
뮤직

이래서 영케이 영케이 하는구나 [RE스타]

과연 독보적인 솔로 행보다. 밴드 데이식스의 영케이가 음악은 물론, 방송 예능과 유튜브 콘텐츠 등 분야를 가리지 않은 전천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솔로 정규 2집 ‘영기스트’ 발표 이후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솔로 투어의 첫 발을 인스파이어 아레나 3회 전회차 매진이라는 뜨거운 열기 속 시작한 그는 지난달 초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에 솔로로서 처음으로 헤드라이너로 나섰다. 당시 뜨거웠던 무대는 밴드신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영케이는 한층 단단해진 보컬 역량과 유려한 무대 매너로 공연형 아티스트로의 성장을 보여준 것은 물론, 소속 밴드 데이식스의 것에 준하는 파워풀한 면모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예능에서 활약도 돋보인다. 고정 출연 중인 tvN ‘놀라운 토요일’을 비롯해 SBS ‘틈만나면,’ 등 게스트로 출연하는 예능마다 남다른 존재감으로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라디오 DJ, 유튜브 호스트로 활약하며 쌓은 재치와 순발력, 진솔한 소통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의 내공이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한다는 평이다. 여기에 유승호, 허남준 등 ‘찐친’ 케미를 비롯한 스타들과의 관계성도 훈훈함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SNS에 왕홍 메이크업 사진을 올려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영케이는 이에 대해 팬 소통 라이브를 통해 “(상하이) 일정이 끝나고 시간이 있었다. 온라인에서 (왕홍 메이크업을)본 적이 있어서 해보기로 했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하니까 가장 아름답고 귀엽게, 있는 거 다 해달라고 요청했다. 평생 추억으로 남기자고 (스태프들과) 다같이 함께 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하며 뜨거운 관심에 쑥스러워하기도 했다. 다수의 콘텐츠에서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에 매료된 대중이 영케이의 본업인 무대에서 보여주는 폭발적 에너지를 한 번이라도 접하면 애정도가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다양한 활동의 이상적인 선순환을 보여주고 있는 것. 여기에 그 스스로도 도전과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거나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하면서도 즐기는 애티튜드는 업계 관계자들도 극찬하는 대목이다. 롤링홀 김천성 대표는 “영케이와 현장에서 함께 하면서 느낀 건, 기본적인 예의나 스태프들과의 소통이 좋다는 점이다. 리허설이나 공연 준비 과정에서도 본인이 필요한 부분을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무대 위 퍼포먼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김 대표는 “무대에서는 본인이 가진 에너지를 정말 아낌없이 보여주더라.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도 적극적이었고, 본인 무대에 대한 책임감이나 집중도가 굉장히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전반적으로 무대 안팎에서 굉장히 성실하고 배려가 있는 아티스트라는 인상이 강했다. 특히 본인이 하는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질만큼 공연에 대한 애착 그리고 센스 넘치는 무대매너, 관객과 함께 음악으로 소통하는 밀착도의 에너지가 넘치는 아티스트였다”고 호평했다.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일궈낸 음악적 성장도 높이 평가했다. 정 평론가는 “영케이의 솔로 2집은 싱어송라이터로서 상당한 진일보를 이룬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예뻐 보이기 위해 깔끔하고 정돈된 음악을 낸다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잘 보여주는,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으로 보인다”면서 “그룹에 속한 솔로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앨범에서 자아실현을 하고,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측면에서는 최고의 모습”이라고 평했다. 솔로 아티스트 영케이의 활약은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내년 3월까지 총 9회 규모로 예정된 솔로 투어 ‘영기스트’ 여정이 기다리고 있으며 11월 7,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6 KGMA’의 첫째 날 라인업에 솔로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리고 다시 한 번 뜨거운 가을밤을 예고했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6.10.01 05:00
드라마

남녀는 물론, 남남도 가능…박서함 매력에 ‘다이브’ [RE스타]

말갛고도 우직한 첫사랑 남주의 얼굴이 보인다. 박서함이 새 드라마 ‘너에게 다이브’로 남녀 모두 사로잡을 로맨스를 소화한다.지난 26일 첫 공개된 디즈니플러스·채널A 새 드라마 ‘너에게 다이브’는 모종의 사고로 쌍둥이 오빠와 영혼이 뒤바뀐 톱배우가 과거로 돌아가 첫사랑의 죽음을 막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서함은 극중 남자 주인공 정우재로 분했다.박서함이 연기하는 정우재는 극중 유도 유망주 출신으로 현재는 첫사랑 윤하나(김지연)의 경호원으로 일하고 있다. 1회부터 윤하나를 지키다 사망하는 전개로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기며 작품을 각인시켰다.독특하게도 남녀 모두의 시선에서 ‘첫사랑’처럼 그려지는 역할이다. 윤하나가 과거로 타임슬립할 때 쌍둥이 오빠 윤하루(장세혁)의 몸에 불시착하면서다. 정우재와 절친인 윤하루가 되어도 윤하나의 애틋하고 애정 어린 시선이 여전하니, 남녀 멜로는 물론 남남 케미까지 정우재의 몫이 됐다. 박서함에겐 장점과 새 매력을 둘 다 보여줄 기회다. 첫 회에선 30대 정우재가 윤하나를 향해 오래 감춰온 순애보를 툭 풀어놓는 장면으로 깊어진 감정선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정과 사랑 사이 줄을 타는 10대 정우재의 풋풋함을 입어냈다.쌍둥이 남매에게 있어 애틋한 절친이자 첫사랑이기에 초반부에선 다소 피사체처럼 수동적으로 비치지만, 사실 이 삼각구도의 축을 쥔 정우재다. 박서함 또한 김지연과 장세혁을 상대로 우정과 사랑을 놓고 본격적으로 줄을 타며 재미를 배가할 예정이다. 박서함은 사실 ‘연기돌’ 출신이다. 지난 2016년 보이그룹 크나큰으로 데뷔한 그는 3년 만에 웹드라마 ‘한입만’ 시즌2를 통해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소규모 로맨스물에 다수 출연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브로맨스로 배우로서 존재감을 먼저 드러냈다. 2021년 그룹 활동을 종료하고 만난 첫 드라마 ‘시멘틱 에러’가 이에 해당한다. 당시 국내 드라마계에서 생소했던 BL(보이즈 러브) 장르임에도 박서함은 호연을 펼쳐 큰 사랑을 받았다. 극장판까지 제작돼 스크린 데뷔까지 이뤘고, 쉽게 갖지 못할 분야 한가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너에게 다이브’의 바디체인지 장면에서 남남 간 묘한 기류를 형성하는 것도 박서함의 매력에 기대어 있다. 이후 약 3년 간 공백기를 가진 박서함은 사극 정극 ‘탁류’의 정천 역으로 복귀 후, 다시 올초 ‘우주를 줄게’를 통해 로맨스로 돌아왔다. 엄친아로 통하는 최연소 팀장이었지만, 그의 사랑이 이뤄지진 않는 서브남주 포지션이었다.데뷔 7년 차 배우가 된 박서함이 마침내 만난 로맨스 주역이 ‘너에게 다이브’다. 말수는 적어도 눈으로 상대는 물론, 시청자와 밀당할 수 있게 됐다.‘너에게 다이브’ 소재현 감독은 “피지컬과 외모도 완벽한데 눈빛에 서사도 있다”며 “드라마를 볼 때 박서함 배우의 눈빛을 따라가며 감정선을 읽어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6.09.30 09:47
스타

[RE스타] 잔향이 더 깊은 향수처럼…볼수록 좋아지는 리센느

“처음 스친 그때 이 향길 기억해 줘.”리센느의 노래 가사처럼, 처음에 은은하게 퍼지던 이들의 음악이 마침내 가요계에 짙은 잔향을 남기고 있다. 좋은 음악과 다섯 멤버의 매력, 볼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주는 콘텐츠까지. 올해의 리센느는 알면 알수록 깊이 빠져드는 팀이었다.이들의 상승세는 올해 음원 차트에서 가장 확실하게 증명됐다. 2024년 8월 발표한 ‘러브 어택’은 지난 7월 멜론 톱100 1위에 오르며 화려한 역주행의 시작을 알렸고, 뒤이어 선보인 카라의 리메이크곡 ‘프리티 걸’ 역시 발매 직후 상위권에 안착했다. 특히 ‘프리티 걸’은 7월 MBC ‘쇼! 음악중심’에서 1위를 차지하며 데뷔 후 첫 지상파 음악방송 트로피라는 뜻깊은 결실을 맺었다. 이 열기는 식지 않고 이어져, 8월 멜론 월간 차트에서 ‘러브 어택’이 1위, ‘프리티 걸’이 5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이러한 성과의 바탕에는 꾸준히 쌓아온 완성도 높은 음악이 있다. 리센느는 팀명처럼 곡마다 각기 다른 향을 떠올리게 하는 독창적인 스펙트럼을 구축해왔다. 몽환적인 ‘데자부’, 청량한 멜로디의 ‘러브 어택’, 경쾌하게 달리는 ‘런어웨이’까지 분위기는 저마다 달라도,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언제나 다섯 멤버의 맑고 선명한 음색이었다. 지난해 발표한 ‘글로우 업’이 영국 음악 매체 NME의 ‘2025년 최고의 K팝 25곡’에 이름을 올린 것 역시 이들의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이러한 음악적 내공은 최근 시상식 무대에서 펼쳐진 새로운 편곡을 통해 더욱 빛을 발했다. 저지클럽 버전으로 과감하게 변주한 ‘데자부’부터, 지난 19일 ‘더팩트 뮤직 어워즈’에서 선보인 오케스트라 버전의 ‘러브 어택’까지. 익숙한 곡 위에 덧입혀진 새로운 사운드는 리센느 특유의 맑은 음색과 몽환적인 아우라를 한층 또렷하게 살려냈다. 팬들 사이에서 “리센느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찬사가 흘러나온 이유다. 음악 밖에서 드러나는 친근한 매력과 개성 또한 팬층을 견고하게 끌어모으는 동력이 됐다. 그 중심에 있는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부’)는 신선한 기획력으로 매번 화제를 모은다. 10년 뒤인 2036년 톱스타가 된 원이와 수행원으로 변신한 리브의 상황극, 미나미와 리브가 데뷔 전 각각 18kg, 13kg을 감량했던 기억을 솔직하게 풀어낸 ‘살과의 전쟁: 20kg의 진실’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추석을 맞아 막내 제나가 ‘용두산 엘레지’, ‘빵빵’, ‘내 나이가 어때서’, ‘녹아 버려요’, ‘어머나’, ‘초혼’을 가창력 있게 소화한 트롯 메들리까지 보태지며, 멤버별 캐릭터를 다채롭게 살려내는 콘텐츠의 힘을 보여줬다.‘향을 통해 다시 떠올린다’는 뜻을 지닌 이름 리센느. 올해 내내 가요계를 매혹하며 짙어진 이들의 향은 오는 11월 3일 새 앨범을 통해 또 한 번 만개할 예정이다. 음악적 성과와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기대를 확신으로 바꾼 올가을, 리센느가 새롭게 남길 음악적 잔향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유화연 기자 ohwayo@edaily.co.kr 2026.09.25 06:00
스타

가을엔 밴드, 밴드는 루시…‘아일랜드’는 더 커진다 [RE스타]

좋은 공연은 다음 공연을 부른다. 밴드 루시는 지난 5월 처음 케이스포돔에 입성한 뒤 국내외 무대를 거치며 공연 규모를 계속 넓혀왔다. 2020년 데뷔 후 차근차근 키워온 루시의 ‘아일랜드’가 올해 더 커졌다.올해 ‘아일랜드’는 출발부터 규모가 컸다. 루시는 지난 5월 16일과 17일 이틀간 서울 케이스포돔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고 약 2만5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앞서 블루스퀘어, 예스24라이브홀, 올림픽홀, 핸드볼경기장 등에서 차례로 단독 공연을 열었던 루시에게 케이스포돔 입성은 지난 6년간 커진 공연 규모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순간이었다.루시가 공연장에서 꾸준히 호응을 얻은 데는 노래의 힘이 크다. ‘개화’, ‘조깅’, ‘히어로’, ‘놀이’처럼 청춘과 계절을 담은 곡들은 관객이 함께 부르기 좋다. 여기에 신예찬의 바이올린이 더해지면서 기타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밴드와 확실히 구분되는 소리를 만든다. 밝고 벅찬 곡부터 ‘못 죽는 기사와 비단 요람’처럼 서사가 짙은 곡까지 한 공연 안에 담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지난 4월 발표한 정규 2집 ‘차일디시’도 곧바로 공연으로 이어졌다. 2022년 정규 1집 ‘차일드후드’ 이후 약 4년 만의 정규앨범이자, 신광일 전역 후 처음 선보인 완전체 앨범이다. 삭막한 현실 속에서도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자신다움을 지켜가는 이야기를 담았고, 타이틀곡 ‘전체관람가’에서는 신예찬의 바이올린 연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차일디시’는 초동 판매량 10만 장을 넘기며 자체 기록도 새로 썼다. 앨범 발표 한 달 뒤 열린 케이스포돔 공연에서는 신곡들이 기존 대표곡과 함께 세트리스트에 올랐다. 새 음악을 발표하면 곧바로 공연장에서 직접 연주해 들려주고, 그렇게 쌓인 레퍼토리가 다시 다음 공연의 바탕이 되는 흐름이 루시에게 자리 잡았다.페스티벌 무대도 빼놓을 수 없다. 루시는 데뷔 후 여러 페스티벌을 오가며 밴드 라이브를 꾸준히 보여줬다. 바이올린이 전면에 나서는 구성과 관객이 함께 뛰고 부를 수 있는 곡이 많아 야외 무대에서도 루시의 특징이 또렷하다. 단독 콘서트에서 팬덤을 다지고, 페스티벌에서는 새로운 관객을 만나며 공연 경험을 쌓아왔다.케이스포돔 이후에는 첫 대구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타이베이와 요코하마에서도 ‘아일랜드’를 선보였다. 오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앙코르 공연을 연 뒤 11월에는 홍콩과 싱가포르, 방콕으로 향한다.서울에서 출발한 섬이 어느새 여러 도시를 품었다. 루시가 좋은 노래와 공연으로 넓혀온 ‘아일랜드’의 현재 모습이다.유화연 기자 ohwayo@edaily.co.kr 2026.09.24 10:00
연예일반

“’포핸즈’ 환풍 역할”... 장규리, 송강·이준영 사이 피어난 ‘햇살 여주’ [RE스타]

연기가 자욱한 고깃집에서 환풍기를 ‘탁’ 튼 기분이다. 아무리 고기가 맛있어도 공기가 탁하면 손님들은 눈이 따갑거나 기침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적절한 환기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법인데, tvN 토일 드라마 ‘포핸즈’ 역시 마찬가지다. 배우 장규리를 여자 주인공으로 투입해 적재적소에서 ‘환기’를 시키고 있다.‘포핸즈’는 음악 천재들만 모인 예술고등학교에서 만난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 경쟁과 성장을 그리는 드라마다. 지난 13일 방송에서 7.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를 경신, 펀덱스 TV-OTT 부문에서도 꾸준히 1위에 이름을 올리며 핫한 드라마로 부상했다.여기서 장규리는 비올리스트 홍재인 역을 맡았다. 타고난 ‘귀’ 감각 덕분에 천재 피아니스트 최정요(이준영)를 일찌감치 알아보고, 특유의 ‘햇살’ 같은 성격으로 예민한 피아니스트 강비오(송강)마저 활짝 웃게만든다.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사실 ‘포핸즈’에서 장규리의 비중은 크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워낙 도파민 터지는 소재들이 많아 처음에는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포핸즈’가 다루는 것들은 대략 이렇다. 17살 때부터 이어진 비오와 정요의 우정과 질투, 그리고 경쟁. 이들을 둘러싼 어른들의 탐욕, 비오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할아버지 강승운(정진영)과 묘하게 쎄한 그의 새 아내 윤선주(서재희), 아들을 자신의 트로피처럼 여기는 비오의 극성 엄마 강지혜(윤세아)까지. 나열만 했을 뿐인데 머리가 지끈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을 ‘포핸즈’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정병(정신병의 줄임말) 드라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이처럼 지독하게 얽혀 있는 서사 속에서 장규리가 다소 묻힐 수는 있어도,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부잣집 외동딸 같은 통통 튀는 표정과 목소리 톤, 특히 17살 때부터 비오를 짝사랑하면서도 자격지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성격 덕분에 일방적인 사랑도 마냥 부담스럽지만은 않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장규리 보면 볼수록 귀엽다”, “버석까칠 두 남주 사이 피어난 햇살 강쥐”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장규리는 재인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일단 목소리 톤부터 높였다. 평소 팬들 사이에서는 다소 걸걸한 말투와 털털한 성격으로 ‘규리 형’이라 불리지만, ‘포핸즈’에서는 영락없는 ‘규리 언니’다. 이전 필모그래피에서는 낮은 목소리 탓에 일부 대사의 발음이 뭉개져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한층 높아진 목소리 톤이 오히려 대사 전달력을 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극중 성인이 된 후에는 재인의 목소리 톤을 전보나 낮게 잡았다. 하지만 밝은 성격은 그대로다. 비오의 매니저가 되며 제대로 ‘덕업일치’에 성공한 재인의 모습도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그려낸다. 젖살이 빠질 때로 빠져 어떤 의상을 입어도 한층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규리의 비주얼을 구경하는 맛도 쏠쏠하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6.09.21 04:00
드라마

안희연, 사생활 이슈 딛고 ‘본업’으로 증명... ‘사랑이 온다’로 다시 웃었다 [RE스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배우 안희연이 사생활 이슈를 마침내 연기로 지워냈다. ‘사랑이 온다’ 제작발표회에서 담담하게 밝힌 각오처럼, 말보다 연기로 답했다. 안희연은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이 온다’에서 여자 주인공 한규림 역을 맡았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생기를 잃지 않는 당찬 반찬가게 직원이다. 이번 작품은 2023년 2월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사랑이라 말해요’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이다.복귀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안희연은 2024년 9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웅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나, 같은해 5월 양재웅이 원장으로 있는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결혼식은 무기한 연기됐고, 안희연 역시 ‘여자친구’라는 이유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안희연은 사건 직후 출연 예정이던 방송에서 하차하고 SNS 활동도 중단하는 등 2년 가까이 스스로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기약 없이 이어진 공백 속에서 만난 ‘사랑이 온다’는 그에게 한 줄기 희망과도 같았다. 대본을 읽으며 큰 위로를 받은 안희연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대중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그가 선택한 ‘사랑이 온다’는 깨진 가족의 파편을 모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인생 한 상을 차려낸다는 의미를 품은 작품이다. 안희연이 연기하는 한규림 역시 수많은 상처를 홀로 삼켜온 인물이다. 사랑했던 김무진(하석진)과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고, 뒤늦게 알게 된 임신과 유산의 아픔까지 혼자 감당한다. 그러던 규림에게 친구가 낳고 떠난 한결이가 찾아온다. 규림은 한결이를 자신의 아들로 품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어떻게 보면 규림은 ‘착한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이다. 자신의 감정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선택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여기에 그룹 EXID로 데뷔해 배우로 전향한 안희연을 향해 다소 ‘정석적인 연기’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하지만 연기는 ‘톤’으로만 완성되는 게 아니다. 때로는 한마디 대사보다 눈빛 하나가 더 많은 감정을 전한다.16회에서 그 힘이 제대로 빛났다. 자신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한결에게 규림은 “네가 나를 살리려고 왔다”며 진심을 다해 엄마의 사랑을 전했다. 담담하게 시작해 끝내 무너지는 안희연의 눈빛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건드렸다. 해당 장면이 담긴 하이라이트 영상은 KBS 드라마 유튜브 채널 공개 이틀 만에 조회수 30만 회를 넘어섰고, 시청률 역시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16.6%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이처럼 긴 공백 끝에 선택한 작품에서 안희연은 조금씩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고 있다. 극중 규림에게 한결이가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됐듯, ‘사랑이 온다’ 역시 안희연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6.09.17 05:00
스타

한 명의 소란, 다시 ‘소란’을 피울 참 [RE스타]

사랑에 빠진 설렘도, 이별 뒤 엉킨 마음도 소란의 노래에서는 한결 가볍게 흘러간다. 슬픔을 억지로 짜내지 않는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말에 산뜻한 리듬을 붙이고, 고영배의 선명한 목소리로 툭 건넨다. 소란은 16년 동안 이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려왔다.2010년 미니앨범 ‘그때는 왜 몰랐을까’로 데뷔한 소란은 ‘리코타 치즈 샐러드’, ‘살빼지 마요’, ‘퍼펙트 데이’, ‘너를 공부해’ 등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촘촘한 연주와 귀에 붙는 멜로디, 일상을 재치 있게 비트는 노랫말이 소란 음악의 뼈대다. 라이브 무대에서도 강점을 보이며 ‘페스티벌의 황제’라는 수식어를 얻었다.소란의 사랑 노래를 들으면 이들의 장점은 더욱 또렷해진다. 2016년 10CM 권정열과 함께 부른 ‘너를 보네’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면서 연애와 고백을 상상하는 마음을 노래했다. 고영배와 권정열의 개성 있는 음색이 번갈아 나오고, 경쾌한 멜로디가 막 사랑에 빠진 들뜬 마음을 전한다. 거창한 표현 대신 상대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자신을 가끔 생각하는지 궁금해하는 순간을 포착한 점도 소란답다.지난해 발표한 ‘사랑한 마음엔 죄가 없다’는 소란에게 흔치 않은 이별 노래다. 떠난 사람을 미워하면서도 끼니를 걱정하고, 결국 사랑했던 자신까지 미워하는 마음을 따라간다. 하지만 노래는 끝내 “사랑했던 마음엔 아무 잘못도 없다”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미디엄 템포의 모던 록 사운드와 담백한 보컬 덕분에 이별은 처절하기보다 차분한 여운을 남긴다.올해 2월 공개한 ‘사과 하나를 그려’도 무거운 마음을 다루는 소란의 방식을 잘 보여준다. 시작조차 겁나는 순간에서 출발해 일단 작은 것부터 해보자고 용기를 준다. 통통 튀는 리듬과 힘 있는 멜로디 위로 불안과 응원이 교차한다. 고영배가 노랫말을 쓴 이 곡은 1인 체제가 된 소란이 처음 선보인 신곡이었다. 소란은 2025년 10월 이태욱과 서면호가 2026년 1월 단독 콘서트를 끝으로 팀 활동을 마친다고 알렸다. 앞서 드러머 편유일이 팀을 떠나면서 3인조로 활동해온 소란은 지난 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 단독 콘서트 ‘드리머’를 끝으로 고영배 1인 체제로 전환했다. 새로운 멤버를 채우는 대신 ‘소란’이라는 이름을 고영배가 이어가는 길을 택했다.한 명이 된 뒤 소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변화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폭이다. ‘사과 하나를 그려’에서는 작곡가 황현과 작업했고, 가수 10CM와 서로의 곡을 바꿔 부른 프로젝트에 이어 ‘딜리버리’, 그룹 아이들 미연이 참여한 ‘세리머니’까지 잇달아 선보였다. 오랫동안 고정된 멤버들의 합으로 곡을 완성해온 데서 나아가 이제는 곡마다 다른 연주자와 가수가 소란에 합류한다. 고영배의 목소리와 노랫말을 중심에 두되 만드는 방식은 한층 유연해졌다.오는 18일 발매하는 새 미니앨범 ‘레이어’는 소란의 2026년을 집약한 음반이다. 1인 체제 전환 후 처음 내놓는 미니앨범으로, 올해 발표한 싱글들과 신곡을 한데 묶었다. 서로 다른 순간이 포개져 하나의 결과물이 된다는 앨범명처럼 지금의 소란을 이루는 여러 층을 보여준다.고영배는 일간스포츠에 “1인 체제로 전환한 뒤 올 한 해 부지런히 싱글을 발표했다. 이번 미니앨범 ‘레이어’는 그중 세 곡과 신곡 두 곡을 묶은 앨범”이라며 “열심히 달려온 한 해를 잘 마무리한 것 같아 뿌듯하고, 팬분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계속 활동하겠다는 약속도 지킨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말했다.이어 “멤버들과 함께할 때나 지금이나 소란이 밴드로서, 또 공연을 잘하는 뮤지션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같다. 그걸 계속 이어가기 위해 ‘소란’이라는 이름을 지키기로 했다”며 “기존 소란의 색을 이어가면서도 음악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이 이번 앨범에 담겼다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유화연 기자 ohwayo@edaily.co.kr 2026.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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