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에서 연장 혈투 끝에 3대2로 승리한 삼성 디아즈가 박진만 감독에게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안타를 때리고 결승 득점까지 올렸지만,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의 마음은 무거웠다. 자신의 실책 하나로 팀이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는 생각 때문. 연장 12회 혈투가 삼성의 승리로 끝난 뒤, 디아즈는 박진만 감독을 찾아가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승리의 기쁨에 앞서 사과부터 했다.
디아즈는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2차전에 5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 6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으로 삼성의 3-2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한국 무대 첫 3루타와 함께 2루타와 안타까지 다 쳤다. 홈런 하나만 치면 KBO 포스트시즌 최초의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할 수 있었지만, 대기록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대신 '느린 발'로 삼성의 득점을 이끌었다. 2회 3루타로 선취점을 올렸고, 이후 내야 땅볼 때 홈으로 쇄도했지만 추가 득점을 만들지는 못했다. 12회 초엔 무사 1루에서 2루수 쪽 땅볼을 친 뒤 전력 질주했고, 비디오 판독 끝에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아 병살을 피했다. 이어진 1사 1·2루에선 상대 실책을 틈타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려 귀중한 결승 득점을 만들었다. 삼성이 기록한 세 점 모두 그의 방망이와 발에서 나왔다.
하지만 디아즈는 반성부터 했다. 경기 후 만난 디아즈는 “승리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경기 후반에 안 좋은 일이 있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수비 실책부터 돌아봤다.
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연장 10회말 1사 1,2루 kt 힐리어드 땅볼 때 실책을 범하며 만루 위기를 만든 디아즈가 이닝을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10회 초 김지찬의 득점으로 삼성이 2-1로 앞선 10회 말 1사 1·2루, 디아즈는 샘 힐리어드의 땅볼을 병살로 연결하려다 공을 떨어뜨렸다. 이닝을 끝낼 수도 있었던 타구가 1사 만루 위기로 바뀌었다. 결국 원태인이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면서 점수는 다시 2-2가 됐다.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지만, 승부는 12회까지 흘러갔고, 디아즈에게는 동료들을 벼랑 끝에 몰았다는 자책이 남았다.
경기 후 디아즈는 박 감독에게 인사한 이유를 묻자 “다행히 승리했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감독님께 인사했다. 수비 실책에 대한 책임 때문에 사과했다. 지금도 책임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실책하기 직전까지는 수비에서도 타격에서도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팀이 패배 직전까지 몰리게 돼 너무 미안했다”며 “경기 마지막까지 그런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감정은 아무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디아즈의 사과 인사를 받은 박 감독은 “호수비보다 기본기에 따라서 수비해줬으면 한다. 수비 코치에게 한마디 해야겠다”며 농담을 섞어 기본기의 중요성을 짚었다.
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연장 12회초 1사 1,2루 삼성 이재현 타격 때 디아즈가 홈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디아즈의 우선순위는 팀이었다. 덕아웃에서는 동료들이 홈런 하나면 사이클링 히트라는 사실을 계속 알려줬지만, 정작 그는 그 생각을 지우려 했다. 디아즈는 “그 생각을 머리에 넣으면 나쁜 공에 손이 나갈 것 같았다”며 “이렇게 팽팽한 경기에서는 주자가 쌓이는 게 중요하다. 최대한 출루하기 위해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려고 했다. 물론 홈런을 치면 가장 좋겠지만, 의식하면 될 것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첫 3루타 때의 전력 질주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베이스를 돌면서 외야를 봤는데 공이 바닥에 있더라. 죽기 살기로 뛰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했고 살아서 좋았다”고 돌아봤다.
디아즈는 자신의 4안타보다 동료 투수들의 버팀에 공을 돌렸다. 선발 크리스 페덱이 7이닝 1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불펜도 위기를 견디며 연장 12회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그는 “페덱이 7이닝을 버텨주고 불펜 투수들도 막아줘서 이길 수 있었다. 투수들을 매우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네 번의 안타와 결승 득점에도, 디아즈에게 이날 승리는 자신의 실수를 동료들이 함께 만회해준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