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반지 네 개를 가진 선배도 간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KT 위즈 김상수가 옛 동료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의 ‘우승 반지 양보’ 부탁에 단호하게 답했다. 삼성도 김상수도 마지막 우승으로부터 12년이 흘렀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건 김상수도 마찬가지였다.
김상수는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2차전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승 반지) 양보는 없다. 나도 우승 안 한 지 오래됐다”며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꼭 우승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구자욱은 지난 1일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승리해 KS 진출을 확정한 뒤 김상수에게 유쾌한 부탁을 건넸다. 삼성에서 함께 뛰었던 선배와 우승을 다투게 된 그는 “상수 형은 우승 반지가 많아서 이번에는 좀 양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9년 삼성에 입단한 김상수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네 차례 KS 우승을 경험했다. 반면 2015년 처음 KS 무대를 밟은 구자욱에게는 아직 우승 반지가 없다. 이번만큼은 자신도 정상에 서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투수 원태인 역시 "양보보단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우리가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 시절 구자욱-김상수. 삼성 제공
이에 김상수는 “공교롭게도 삼성의 마지막 우승이 나의 마지막 우승이었다. 2014년이 마지막이니까 벌써 12년이 된 것”이라고 돌아봤다. 삼성의 우승을 기다린 후배들만큼이나 그도 오랜 시간 다음 반지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KT 유니폼을 입고 그 기다림을 끝내려 한다.
김상수는 “어렸을 때는 팀이 매년 우승했고, 가을야구도 매년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상에서 내려온 뒤 다시 올라가는 길은 멀었다. 소위 암흑기라는 불리는 시절을 지나며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하는 시간도 겪으면서, 한 시즌의 마지막까지 야구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 그는 “이런 기회가 진짜 자주 오는 게 아니고,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너무 많이 느끼면서 야구를 했다”며 거듭 “양보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수는 친정팀을 상대하는 특별한 감정보다 지금 소속팀에 대한 책임감이 앞선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과 KS에서 맞붙는 소감을 묻는 말에 “물론 삼성과 인연이 있지만, 지금은 KT 선수이기 때문에 저희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승부를 앞둔 만큼 옛 인연에 관한 이야기에 무게가 실리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2012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7대0으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승엽(왼쪽)이 김상수에세 샴페인을 뿌리고 있다. IS포토
정규시즌 1위로 KS에 직행해 상대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달라진 자신의 역할도 돌아봤다. 삼성에서 우승을 경험하던 시절에는 선배들을 따라가는 막내였지만,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고참이다. 김상수는 “정규시즌 우승을 저도 오랜만에 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며 “그때는 막내였고 지금은 고참이 됐다. 선수들도 잘 이끌어야 하니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고 전했다.
선수단이 함께 마음에 새긴 건 평정심이었다. KT는 3일 열린 1차전에서 8-7로 승리하며 먼저 한 걸음을 내디뎠지만, 김상수와 KT는 앞으로의 '3승'에 더 무게를 뒀다. 그는 “선수단에서도 한 경기 이겼다고 너무 흥분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차피 먼저 4승을 해야 끝나는 것”이라며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오프도 봤다”고 설명했다.
우승을 확정할 장소에도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대구와 수원 중 어디에서 우승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김상수는 “그런 건 없다. 그냥 빨리 우승하고 싶다”며 “날씨도 추워지기 때문에 더 빨리 끝내고 싶다. 오늘 경기도 이겨야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네 개의 반지를 모은 뒤 12년을 기다렸다. 옛 후배의 부탁을 들어주기엔, 다섯 번째 반지를 향한 김상수의 마음도 간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