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류지혁이 생애 첫 가을야구 홈런에 활짝 웃었다. 평소에는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도 전력으로 달렸지만, 이번에는 방망이에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2년 전 한국시리즈 패배의 아쉬움을 삼켰던 광주에서, 이번에는 짜릿한 손맛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류지혁은 지난 29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에 8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 5회 역전 2점포를 가동해 팀의 6-4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거두며 한국시리즈(KS)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경기 뒤 만난 류지혁은 홈런 순간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는 “원래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가 아니라서 시즌 중에 홈런이 나와도 항상 전력으로 뛴다. 넘어가는지 안 넘어가는지 아직 그 손맛을 잘 모른다”며 “오늘은 이상하게 맞자마자 ‘어, 이거 갔는데’ 싶어서 타구를 좀 봤다. 기가 막히더라”며 웃었다.
삼성 류지혁. 삼성 제공
류지혁의 첫 포스트시즌(PS) 홈런. 그는 “PS 때 치는 홈런은 이런 느낌이구나 알 수 있었다. 야구 인생 끝나기 전에 한 번 쳐볼 수 있어서 기분이 되게 좋다”고 덧붙였다.
광주에서 거둔 승리라 의미도 남달랐다. 류지혁은 2024년 이곳에서 KIA에 KS 우승을 내준 뒤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흘렸다. 다만 그 아픔을 이번 승부까지 가져오지는 않으려 했다. 그는 “KS에서 지고 나서 그 감정을 잊었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다. 그런데 그걸 여기까지 끌고 오지 않으려고 혼자 생각하고 다짐했다”며 “그때는 2024시즌이고 지금은 2026시즌이니까, 이번 PS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친정팀을 상대한다는 부담도 내려놨다. 류지혁은 “전 소속팀이 KIA라고 해서 더 이를 갈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순히 PO 상대 팀이라고 생각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전력 분석을 하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눈앞의 승부에 집중하려 했다.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그는 “그런 걸 신경 쓰면 몸이 더 굳는 것 같더라. KIA에 있을 때 (이전 소속팀인) 두산전을 할 때도 그랬고, 삼성으로 넘어와 첫 시즌에 KIA를 상대할 때도 너무 잘하려다 보니 더 안 됐다”며 “스스로 생각을 바꿔보려고 했다. 전 소속팀이 아니라, 나머지 9개 구단 중 한 팀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류지혁. 삼성 제공
경기 중 아쉬운 장면에도 오래 매달리지 않았다. 이날 류지혁은 2회 안타 후 주루 과정에서 상대 외야수의 송구에 아웃됐다. 이후 KIA가 득점하면서 흐름이 넘어갔다. 잠시 마음이 쓰였지만, 류지혁은 다음 타석에서는 다시 자신의 타격에 집중했다. 그는 “내가 아웃되고 이닝을 교대한 뒤 바로 점수를 주는 바람에 ‘나 때문에 분위기가 넘어갔나’ 하는 생각은 했다”며 “그다음 타석까지 영향이 가지는 않았다. 별다른 생각 없이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자, 집중하자’는 생각만 했다”고 돌아봤다.
승리 뒤에는 동료와의 유쾌한 뒷이야기도 꺼냈다. 지난 27일 2차전 당시 있었던 최형우의 외야 보살 때 그에게 '보살 기념구'를 챙겨주려다 타박을 받은 사연이었다. 류지혁은 “마지막 보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챙겨드리려고 했는데 한 대 맞았다. 필요 없다고 해서 그냥 갖다 버렸다”며 웃었다. 이어 “앞으로 PS을 하다 보면 형이 또 보살을 할 수 있으니까, 그때는 내가 소장하고 있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