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았던 챔피언스필드가 요동쳤다. 벼랑 끝에 몰렸지만, 승리 기운이 되살아난 것 같았다.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오즈의 2026 KBO리그 플레이오프(PO) 3차전 9회 말 상황이다. 9회 초까지 4-6로 끌려가던 홈팀 KIA는 상대 투수 김태훈을 상대로 2사 뒤 박재현이 안타를 쳤고, 대타로 나선 한준수까지 볼넷으로 출루하며 2사 1·2루를 만들었다.
타석엔 김도영(23)이 들어섰다. 슈퍼스타가 동점 주자를 두고 나섰다. 그가 정규시즌 홈런왕(45개)이기에, 이미 3회 솔로홈런을 치는 등 올가을에만 4번 아치를 그렸기에 KIA 홈팬들은 '끝내기' 홈런 기대감을 높였다.
삼성 벤치는 이 상황에서 구위가 좋은 사토시를 투입했다. 승부는 1구로 갈렸다. 김도영은 초구 140㎞/h 포크볼에 배트를 냈고, 빗맞은 공이 3루수 앞으로 흘렀다. 경기 종료.
김도영은 올가을 자신이 왜 슈퍼스타인지 증명했다. LG 트윈스와의 준PO 1차전에서는 멀티포를 쐈다. 3차전에서는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 거리(145m) 중월 홈런을 만루에서 때려냈다. 이날 3차전에서도 2-2 동점이었던 3회 말 상대 투수 배찬승이 바깥쪽(우타자 기준) 보더라인에 걸친 공을 던졌는데, 그걸 밀어 쳐 담장을 넘겼다.
클러치 상황에서 더 강한 타자. 그게 김도영이다. 하지만 KIA가 시리즈(PO) 2패째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린 이날 3차전에서는 외로웠다. 7회까지 그의 앞에는 한 번도 주자가 없었다. 급격하게 타격감이 식은 박재현, 원래 수비형 외야수인 김호령이 테이블세터로 나섰지만 첫 세 타석에서 모두 침묵했다.
그렇게 김도영은 3회는 솔로홈런을 치며 스스로 득점을 만들었고, 5회는 1사 뒤 볼넷으로 출루했다. 7회 역시 2사 뒤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후속 타자에 기회를 만들어줬지만, 정작 자신은 타점 올릴 기회가 없었다.
이 경기에서 유일하게 주자 2명을 두고 나선 타석이 9회였다. 이미 3출루를 기록한 그가 또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욕심이었다. 한 야구팬은 3루 땅볼에 그친 뒤 허공을 향해 절규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이내 선배 김선빈에게 위로를 받는 김도영의 사진을 올렸다. '자책하지마'라는 문구와 함께.
뜨거웠던 호랑이 군단의 기세가 꺾였다. 돌아보면, 김도영과 나성범, 해럴드 카스트로 등 몇몇 타자들의 뜨거운 타격감 덕분에 준PO에서 스윕을 하고, PO에서도 1차전을 잡으며 돌풍을 이어갔다. 하지만 다른 타자들과의 화력 차이는 컸고, 약점이었던 불펜도 민낯을 드러냈다.
현재 KIA도 김도영 의존도가 너무 높다. '해줘' 야구를 탈피해야 5차전이 열릴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