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이 설욕에 나선다. 플레이오프(PO) 1차전 패배를 돌아보며 개선할 점을 일기장에 적었다. 다시 찾아온 기회는 사흘 휴식 후 등판하는 4차전. 페덱은 삼성의 한국시리즈(KS) 진출을 확정지을 결정적인 무대에서 설욕을 다짐했다.
페덱은 30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PO(5전 3승제) 4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1차전을 내준 뒤 2, 3차전을 연이어 잡은 삼성은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 있다. 한 경기만 더 이기면 한국시리즈에 오른다.
삼성 선발 페덱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지난 26일 대구에서 열린 1차전에서 4⅔이닝 동안 94구를 던지며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정규시즌 KIA전 2패에 이어 가을야구에서도 KIA에 패배를 당한 페덱. 이번 경기는 삼성의 KS행 뿐만 아니라, 페덱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29일 3차전 전에 만난 페덱은 “팀의 에이스에게 기대하는 건 마운드에 나가 이기는 것이다. PO 같은 중요한 무대에서 결과를 내지 못해 무척 속상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인생은 짧고, 빨리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다음 등판 준비에 나섰다.
페덱은 “시리즈 후반부를 대비해 내가 개선해야 할 점들을 일기장에 적어 내려가며 스스로를 돌아봤다”고 전했다. 이어 “KIA를 상대로 3전 3패에 그쳤다는 점은 개인적인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 마운드에 설 때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삼성 페덱. 삼성 제공
페덱이 1차전 후 사흘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29일 3차전 승리 뒤 “정규시즌은 관리해주며 치르는 장기 레이스지만, 포스트시즌은 상황마다 엔트리에 있는 전력을 다 쏟아야 하는 단기 레이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페덱에게 이런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본인도 1차전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어 복수하고 싶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몸 상태에 문제만 없다면 충분히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료 원태인과 나눈 농담도 현실이 됐다. 원태인은 1차전 뒤 페덱에게 일찍 내려오는 바람에 자신이 세이브를 올리지 못했다며, 다음에 만회할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는 격려를 건넸다. 이후 원태인은 2차전 마지막 이닝을 책임졌고, 3차전에서도 구원 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은 2연승을 거뒀고, 페덱에게 시리즈를 마무리할 기회가 돌아왔다.
페덱도 원태인의 헌신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자발적으로 나서서 오래 하지 않던 보직을 소화해 낸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며 “2차전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내 시리즈 첫 승을 지켜낸 건 팀에 엄청난 의미였다”고 말했다.
삼성 페덱. 삼성 제공
원태인도 이에 화답했다. 29일 3차전 후 만난 원태인은 “크리스 페덱이 1차전과는 전혀 다른 피칭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꼭 설욕해줬으면 좋겠고,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페덱이 잘 던지고 타자들이 잘 쳐서, 깔끔하게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힘을 아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한편, 페덱은 팬들의 응원도 힘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페덱은 “점수와 상관없이 홈과 원정 팬 모두가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에서 선수들이 에너지를 얻는다. 확실히 미국보다 한국의 응원 소리가 더 크다”고 전했다. 이어 “압박감은 곧 특권이다. 1차전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삼성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해 주며 보내준 에너지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이제 그 응원에 승리로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