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네일이 17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심판을 향해 손가락 4개를 펼치며 자동고의4구 사인을 보내고 있다. 사진=티빙 제공 마운드에 서 있던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이 손가락 4개를 폈다. LG 트윈스 오스틴 딘을 자동고의4구로 출루시키겠다는 의미였다. 이례적인 장면이다.
네일은 지난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네일이 17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구단 제공 승부처는 6회였다.
네일은 팀이 2-1로 앞선 6회 초 선두 타자 박해민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출발했다. 후속 타자 오스틴과 승부에서 3볼-0스트라이크에 몰렸다. 그러자 네일이 직접 자동고의4구 사인을 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범호 KIA 감독이 뒤이어 손가락 4개를 펴, 심판진에 의사를 전달했다.
대개 자동고의4구는 선수가 아닌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기 마련이다. 오히려 외국인 투수는 벤치의 자동고의4구 지시에 불만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네일은 KIA의 에이스다. 외국인 투수와 외국인 타자의 맞대결이라면 정면승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네일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영리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설계는 완벽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네일은 후속 문정빈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문보경은 4-6-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했다. 이후 7회 삼자범퇴로 막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네일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포효하고 있다. 사진=구단 제공 경기 후 네일은 "내 강점은 삼진과 땅볼 유도 능력"이라면서 "이를 계산하고 (자동고의4구 결정을) 내렸다. 승부처라 판단해 더 집중해 던졌고, 우리 내야진의 수비력을 믿었다. 덕분에 큰 위기를 넘겼다"고 돌아봤다.
이범호 감독이 1차전 선발로 네일을 점찍었던 이유다. 올해 정규시즌과 LG전 성적만 놓고 보면 네일보다 아담 올러가 더 낫다. 네일은 정규시즌 13승 7패 평균자책점 3.49, LG전 3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4.58를 기록했다. 반면 올러는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13, LG전 5경기 2승 1패 2.40를 올렸다.
이범호 감독은 "네일이 큰 경험이 더 많고, 2024년 한국 야구의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 막판 휴식 후 포스트시즌(PS)에 돌입한다면 네일을 (1선발로) 정한 상태였다"며 "올러의 구위도 좋지만, 네일이 던지는 걸 보고 준PO 2차전에 나간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네일이 후반기 평균자책점 3.14로, 올러(4.12)보다 더 안정적인 점도 고려했다. KIA 김도영(왼쪽)과 네일이 17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광주=이형석 기자 2홈런 4타점을 몰아친 3루수 김도영은 "1회부터 네일의 공이 정규시즌과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 우리가 빨리 리드를 잡으면 승기를 잡겠다고 여겼다. 네일이 너무 멋있었다"고 말했다.
네일은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라며 "미국에서 이렇게 큰 경기를 치러본 적 없어 2024년 한국시리즈는 낯설고 긴장됐다. 올해 포스트시즌(PS)은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보다 즐길 수 있는 선수가 됐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