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롯데 자이언츠의 대만 타이난 1차 스프링캠프 현장. 이전 2시즌(2024~2025) 연속 안타 1위에 오른 빅터 레이예스(32·롯데 자이언츠)에게 '3연패' 달성 의지를 묻자 그는 "나는 개인 성적보다 롯데 승리가 중요하다. 타이틀은 건강하게 매 경기 출전하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항상 같은 답변에 사과하면서도, 그게 자신의 가장 솔직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2026 KBO리그 정규시즌이 12일 막을 내렸다. 레이예스는 KT 위즈 최원준과 '역대급' 안타왕 경쟁을 펼친 끝에 승리했다. 2024년 자신이 세웠던 종전 단일시즌 최다 안타(202개) 기록을 140경기 만에 넘어섰고, 최종전이었던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4안타를 몰아치며 총 211개를 쌓았다.
같은 날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안타를 친 최원준을 2개 차로 제친 레이예스는 2001년 이병규(은퇴· 현 LG 트윈스 퓨처스팀 감독) 이후 25년 만에 안타왕 3연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외국인 타자로는 최초다.
팀당 162경기(정규시즌 기준)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근 2시즌(2025~2026) 연속 200안타를 넘긴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레이예스는 팀당 144경기를 소화하는 KBO리그에서 두 번이나 200안타를 넘겼다. 187개를 기록한 2025시즌 포함하면 최근 3시즌 합계 600안타를 쳤다. 같은 기간(3시즌) 기준으로 그보다 많은 안타를 친 선수는 역대 한 명도 없다.
안타 수만큼 특별한 의미를 갖는 기록이 있다. 바로 출장이다. 레이예스는 KBO리그에서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외국인 타자 최초로 3시즌(2024~2026) 연속 전 경기 출장을 해냈다. 같은 기간 432경기를 모두 채운 리그 야수는 박해민(LG)과 레이예스 2명뿐이다.
외국인 타자 대부분 KBO리그 활약을 발판 삼아 더 큰 무대로 가길 바란다. 부상 관리에 예민하고, 몸을 사리기도 한다. 한 시즌 전 경기 출장 사례도 드물다. 하지만 레이예스는 달랐다. 그는 자신의 말처럼 팀 승리에 헌신했고, 그렇게 매일 출전해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레이예스를 '똑딱이(단타만 많이 치는 선수)'라며 저평가 하는 시선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빠지지 않고 출전하면서 저렇게 안타를 많이 치는 용병이 있었나"라고 반문한다. 김 감독은 레이예스가 뛰어난 선구안을 갖췄고, 상체를 공에 가까이 두며 군더더기 없는 스윙 메커니즘을 갖춘 덕분에 타격 기복이 적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전했다.
레이예스는 12일 두산전이 끝난 뒤 "다음 시즌에도 롯데에서 뛰고 싶다"라고 했다. 그가 역대 최초 안타왕 4연패를 해내면 KBO리그 넘버원 '안타 장인'으로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