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제공) “저희집도 일간스포츠를 구독했었어요. 야구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 빅경기 다음 날이면 일간스포츠 1면의 임팩트를 기대하면서 집 문을 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 신문에 난 연예인 사진들이나 인터뷰를 보면서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기기도 하고 팬이 되기도 했던 기억이 있네요.”(최정훈)
“저도 일간스포츠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져요! 어릴 적 제가 살던 아파트 문 앞에 놓여 있던 일간스포츠는 저에겐 인생의 한 챕터, 그 일부분인 것 같습니다.”(김도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룹사운드 잔나비가 창간 57주년을 맞은 일간스포츠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떠올렸다.
1969년 창간한 일간스포츠가 달려온 시간은 변화와 도전의 여정이었다. ‘신문 황금기’로 불리던 아날로그 시대부터 디지털·온라인 시대를 지나 현재의 AI 시대에 이르기까지. 일간스포츠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시도해 온 불굴의 여정은 흡사 한국 대중음악의 변화의 역사와도 닮아있다. 데뷔 전, 음악을 사랑하는 리스너이던 시절부터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에서 한 신을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우뚝 선 현재의 잔나비가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변화 속에서도 그 중심에는 흐트러짐 없이 임할 수 있던 그들만의 특별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제가 그 안에 속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한국의 대중음악 신은 많이 커졌어요. 이 신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편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음악 자체의 힘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습니다. 원초적이고 단순한, 그리고 아날로그적인 고민인데요, 그리고 그 방식 자체에 향수를 느끼기도 해요. (우리의 음악을)듣는 이들도 그렇게 되겠지라는 믿음이 있어요.”(최정훈)
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제공) 10대부터 60대 이상, 7080까지. 잔나비의 음악은 세대를 초월한 리스너를 품는다. 그 비결에 대해 묻자 최정훈은 “그냥 우리는 열심히 한다. 그게 최고의 덕이라고 생각한다”는 슴슴한 답변과 함께 말을 이어갔다.
“음악에 그런 정성들이 묻어나길 바라면서 작업해요. 그런 모습들은 세대 구분 없이 마음이 가잖아요. 어릴 적부터 저희는 세대 구분 없이 열괄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들이 끌렸었는데, 우리의 취향이 (음악에도)고스란히 보인 것 같아요.”
김도형 역시 “늘 들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많이 고민하고 진심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진심으로 노래가 너무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세상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소박한 진심을 전했다.
스스로를 ‘밴드’ 아닌 ‘그룹사운드’라 소개하는 소신에 대해서는 “그룹사운드라고 소개하는 것 자체가 ‘우리는 과거를 소재로 한다’는 선언 같기도 했다”며 “우리는 향수를 자아내는 것에 특출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을 하긴 한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곡을 한 음 한 음 써 나갈 때, 그게 채택이 되느냐 마느냐의 기준은 주로 ‘내가 이 음, 이 사운드를 통해 어떠한 향수를 느끼고 있는가?’다”라면서 “레트로라 불리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 덧붙였다.
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제공) 올 여름엔 특별한 작업물이 세상에 나왔다. 대선배 이소라의 ‘너의 얼굴 다 잊을게’의 곡 작업에 참여한 것. 해당 협업은 이소라가 직접 잔나비에게 곡 작업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는데, 이에 대해 최정훈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이소라 선배님이라니. 몇 곡을 쓰고 지웠는지 모르겠다”며 “두 곡을 보내드렸고 두 곡 다 마음에 들어하셨는데 여름에 발매를 하고 싶으셨던 덕에 그 계절과 어울리는 ‘너의 얼굴 다 잊을게’ 곡이 채택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사를 다 쓰시고 전화상으로 한 번 읊으며 불러주셨었는데 그 순간은 정말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설레는 감정을 드러냈다.
최근 성공적으로 마친 아시아 투어의 소회도 밝혔다. “많은 걸 느꼈고, 감사함이 가장 컸다”고 밝힌 최정훈은 “첫 투어이기도 했고 온전한 공연을 펼치기엔 공연장마다의 이슈들도 있어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을 되뇌이며 시작했던 투어였는데, 끝날 때 쯤엔 ‘이게 마지막이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만큼 멋진 날들이었다. 한 두개 꼽으라고 해도 절대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기억에 가득찼다”고 눈을 반짝였다.
“우리 음악을 다른 언어의 다른 세계에 들려줄 수 있다니? 너무나 멋진 일이잖아요. 가능하게 만들어준 JF(잔나비 팬)에게 감사합니다.”(최정훈)
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제공) “많이 들었던 말인데,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가장 많이 생각났어요. 멋진 말이지만 너무 당연한 듯 들어와서 크게 공감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투어를 하면서 이 말이 온몸에 와닿았습니다. 후회 없도록 더 성실하게 음악을 만들어야겠어요. 우리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했어요.”(김도형)
오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KSPO돔에 다시 오르는 각오도 덧붙였다. “이것도 역시 감사함 뿐입니다. 우리가 이 일들을 얼마나 마음 깊이 감사하게 생각하는지. 그걸 무대 위에서 음악으로 표현하기만 한다면 최고의 공연이 되겠죠? 그렇게 만들어보겠습니다.”(최정훈)
사회 전반을 파고든 바야흐로 AI의 시대. 그 속의 잔나비의 마음가짐도 궁금했다.
“AI 를 사용하는 음악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멤버 도형이는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AI로 즉흥 곡을 만들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요. 이렇게 저렇게 각자만의 방식으로 애용한다는 주변 음악인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도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아날로그는 이제 그냥 ‘킹’이 됐습니다. 그걸 어느 정도 구현하는 AI도 있지만, 그럴수록 진짜 아날로그는 각광받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런 아날로그 광신도 중 하나이지만서도, 도구로서의 AI의 새 힘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최정훈)
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제공) “AI는 사람의 실수, 그리고 그 속의 따뜻한 마음을 담을 수 없어요. 그래서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밴드 음악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 같습니다. 저는 아주 긍정적으로 봅니다. 하나의 음악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기계들을 거치게 되는데, 이게 고장도 잘 나서 시간을 참 많이 뺏깁니다. 앞으로는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AI가 만들어 줄 거에요.”(김도형)
인터뷰 말미, 잔나비가 2026년의 일간스포츠처럼 57살이 됐을 때 어떤 모습이길 소망하는지 묻자 최정훈은 “그때가 되면 무릎이 시릴 우리 JF들을 위해 지팡이 엠디를 준비해야겠다”고 너스레 떨며 “우리도 건강히 멋진 음악 잘 만들고 있기를 소망한다”고 미소를 보였다.
“영원히 지금처럼 터질 듯 뛰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분명 우리는 최선을 다할 거고, 그때는 지금과는 또 다른, 그 이상의 뜨거움이 있는 무대를 해낼 거라 믿습니다.”(김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