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 아이키, 바타. Mnet ‘스트릿 우먼/맨 파이터’ 시리즈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댄서들이다. 그간 K팝 스타의 무대를 채우는 조력자에 머물렀던 댄서들은 ‘스트릿’ 시리즈의 흥행을 계기로 무대의 중심에 섰다. K팝 아이돌이 신곡을 발표하면 어떤 댄서와 크루가 안무 제작에 참여했는지 찾아보고, 원안과 실제 무대를 비교해 보는 문화 역시 이들이 바꿔놓은 K팝 신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스트릿’ 시리즈가 이번에는 판을 한층 넓혔다. 안무가를 넘어 무대 전체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디렉터들의 진검승부다. 타이틀부터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이하 ‘스디파’)다. 지난달 18일 첫 방송 이후 펀덱스 화제성 지표 상위권을 지키며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 400명을 움직여라... ‘잘 추는 댄서’ 넘어 ‘무대 만드는 디렉터’로
사진=Mnet 제공 ‘스디파’는 익숙함과 신선함의 조화가 돋보인다. 바다, 시미즈, 나인, 인규 등 기존 시리즈의 흥행 주역에 더해 K팝 팬들에게 친숙한 레난, 캐스퍼, 백구영이 출연한다. 여기에 프로 배틀러 베이비주, 다인원 크루 ‘컴히어’의 수장 해쉬, 2004년생 막내 정민준이 합류했다. 상대적으로 미디어 노출이 적었던 이들의 등장은 업계 관계자는 물론 시청자들의 호기심까지 자극했다.
‘1:1 시그니처 400’은 이러한 뉴페이스들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미션이었다. 참가자들이 400명의 메가크루 댄서를 이끌고 1대1로 맞붙는 첫 대형 작품 미션이다. 사전 유튜브 투표로 진행된 시그니처 안무 쟁탈전에서는 시미즈와 나인 등 대중에게 익숙한 참가자들이 표를 대거 선점했다. 그러나 400명을 통솔하는 본 무대 ‘라스트 런’에서는 예상 밖의 결과가 잇따랐다.
레난은 자신의 안무를 빼앗기는 불리한 조건으로 출발했지만, 400명에 달하는 메가크루의 대형을 정교하게 통제하는 디렉팅 역량을 앞세워 시미즈를 꺾었다. 베이비주 역시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우승 리더 출신 나인을 상대로 승리하며 디렉터 크레딧을 따냈다. 사진=Mnet 제공 가장 눈에 띄는 반전은 정민준이었다. 방송 초반 거침없는 언행으로 혹평을 받았던 그는 이번 미션으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라스트 런’에서 립제이 등을 전격 영입하고 대규모 인원을 활용한 독창적인 공간 구성과 폭발적인 서사를 선보였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 채널 ‘더 춤’에서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80만 회를 넘어섰다.
제작진은 “‘1:1 시그니처 400 미션’에서는 자신의 안무를 만드는 것을 넘어 상대의 시그니처 안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작하는지, 그 작품에 적합한 댄서를 어떻게 선택하고 활용하는지를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미션은 플레이어로서의 기량과 디렉터로서의 역량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안무 창작뿐 아니라 인원 배치, 공간 활용, 서사 설계까지 평가하며 ‘잘 추는 댄서’와 ‘무대를 만드는 디렉터’의 경계를 드러냈다. ‘머리로 싸우고 몸으로 증명하라’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직관적으로 구현했다.
◇ 승자가 다음엔 꼴찌로... ‘선택과 책임’까지 겨룬다
사진=Mnet 제공 반전은 지난 8일 방송된 ‘타이틀 시퀀스 필름’에서도 이어졌다. ‘1:1 시그니처 400’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참가자들이 이번에는 고배를 마셨다. 백구영이 최종 디렉터로 선정된 가운데 정민준, 레난, 캐스퍼는 최하위권에 머물며 디렉터 후보에서 제외됐다.
앞선 미션의 성적이 다음 미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스디파’가 디렉터의 역량을 바라보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타이틀 시퀀스 필름’은 동일한 음악과 조건 아래 각 디렉터가 어떤 콘셉트와 방향성을 선택하고 하나의 영상으로 구현하는지를 평가했다. 제작진은 “같은 조건에서도 디렉터의 판단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K팝 퍼포먼스에서 디렉터의 역할은 안무 창작에 그치지 않는다. 음악과 아티스트를 해석해 방향을 세우고, 작품에 맞는 댄서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무대와 카메라까지 고려해 구상을 최종 결과물로 구현해야 한다.
‘스디파’도 미션마다 평가 방식과 주체를 달리하며 이러한 과정을 보여준다. 참가자들이 서로의 디렉팅을 평가하는가 하면 실제 아티스트나 각 분야 전문가가 결과물을 심사한다. 춤 실력이나 안무 난도만이 아닌 콘셉트 해석, 댄서 활용, 구성과 연출, 완성도 등 디렉팅 전반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여기에 제작진은 ‘선택과 책임’도 중요한 디렉팅 역량으로 보고 있다. 한 작품을 이끄는 디렉터라면 자신의 판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매 미션 순위가 뒤바뀌는 경쟁 구도 역시 디렉팅에 요구되는 복합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장치다. 사진=티빙 제공 탈락 위기에 놓인 참가자들에게는 다시 한번 자신의 역량을 증명할 기회가 주어진다. ‘스트릿 월드 파이터: 디렉터스 워 - 라스트 스테이지: 24H’는 24시간 안에 안무 창작부터 본무대까지 완성하는 과정을 담은 총 4부작 콘텐츠로, 오는 12일 티빙에서 독점 공개된다.
‘스트릿’ 시리즈가 그동안 실력파 댄서들을 무대 뒤에서 대중 앞으로 끌어냈다면, ‘스디파’는 한발 더 나아가 K팝 무대를 설계하는 디렉터라는 존재를 전면에 세우고 있다. 미션마다 순위가 뒤집히고 새로운 얼굴이 부상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누가 ‘제2의 가비·아이키·바타’가 돼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