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데뷔 첫 20세이브를 달성한 두산 베어스 이영하. 잠실=김수민 인턴기자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 투수 이영하(29)의 시선은 더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올 시즌 누구보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선발 투수'라는 목표가 남아 있다.
이영하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팀의 3-1 승리를 지키며 데뷔 첫 20세이브를 기록했다. 9회 초 선두 타자 출루 과정에서 수비 실책이 나오며 위기를 맞았지만, 이영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냈다. 팀 에이스 곽빈의 시즌 10승도 지켜낸 완벽한 마무리였다.
경기 직후 이영하는 동료들의 물세례를 맞았다. 흠뻑 젖은 채 인터뷰에 나선 그는 "그동안의 업보를 돌려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20세이브를 달성한 소감을 묻자 이영하는 "최대한 잘 막자고 던졌는데 그게 그냥 이렇게 이어져 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영하의 종전 한 시즌 최다 세이브는 2020년에 기록한 6세이브. 한 시즌 세이브 기록을 3배 이상 끌어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그의 보직이 마무리였던 것은 아니다.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고 있는 이영하. 두산 제공 이영하는 올 시즌 선발 투수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며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4월 15일에야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선발 투수로 나선 첫 경기에서는 3이닝 5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7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셋업맨으로 역할을 바꿨다.
기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기존 마무리 투수였던 김택연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김원형 두산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이영하는 4월 30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고, 이후 마무리 자리를 지켰다. 김택연이 부상에서 복귀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영하가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가면서 두산은 그대로 그에게 9회를 맡겼다.
그렇다고 이영하가 선발에 대한 꿈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그는 "사실 제 궁극적인 꿈은 선발 투수"라며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영하는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이 안 채워지는 것도 있다"며 "(최)민석이랑 (곽)빈이가 10승하는 걸 보면 되게 부럽다"고 말했다.
23일 잠실 롯데전에서 3연속 탈삼진을 잡아내고 포효하는 이영하. 두산 제공 이영하는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느끼는 압박감을 이겨내는 경험 역시 향후 선발 투수로 돌아갔을 때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내가 그런 압박감 속에서도 이겨내야 선발 나가서도 잘하지 않겠는가"라며 웃었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두산과 4년 최대 52억원에 잔류한 이영하는 팀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4년 동안 노예 생활하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웃으며,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개인적인 꿈이 있지만, 당장은 팀의 필요를 우선한다. 이영하는 "팀이 원하는 게 있으면 맞추고 내 욕심은 계속 어필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현재 시선은 30세이브를 향한다. 그는 "블론세이브를 안 하는 게 첫 번째"라며 "그러다보면 세이브 숫자는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