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프로야구의 관중 수는 840만 명이다. 출범 원년(1982년) 기록한 143만 명보다 약 6배가 늘었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은 2016년 700억 원을 넘어섰다. 시행 첫 해인 2000년에 기록한 총액은 24억 5000만 원. 25배 수준이다. 중계권은 이보다 더 가파른 상승 추이를 보여왔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중계권료는 3억 원(이하 추정 금액)이다. 당시엔 지상파 방송국인 KBS와 MBC에서 절반씩 분담 했다. 당시 중계 방송이 간절한 쪽은 KBO와 구단이었다. 당시를 회고하는 프로야구 관계자는 "당시엔 구단이 방송사의 광고 수주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래야 한 경기라도 더 중계가 되고, 프로야구 인기도 높아진다는 이유에서 였다"고 말한다. 현재는 방송 권리만 360억 원으로 추산된다. 뉴미디어 부분까지 합치면 500억 원이 넘는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매년 높아졌다. 외연도 확대됐다. 원하는 경기를 어디서든 보고싶어 하는 팬들의 욕구는 커졌고, 미디어는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중계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KBO와 방송사 사이 협상은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다. 중계 대행사가 존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중계권료가 급격하게 상승 곡선을 그린 지점이 있다. 출범 뒤 꾸준히 상승하는 인기와 발을 맞췄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10억 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해태·LG·롯데 등 인기 구단이 차례로 우승을 차지하던 시절이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 하며 40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그사이 SBS가 개국하며 3사 체제가 된 상황도 이에 일조했다. 2사의 양분 구도에서 3사 체제가 됐다. 방송사가 갖고 있던 주도권이 서서히 넘어가던 시기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지상파 3사에 스포츠 전문 케이블위성 방송국이 앞다퉈 개국했다. 늘어난 중계 경기 수와 함께 중계권료도 70억 원을 넘어섰다. 관중 수는 1996년부터 감소 추세였다. 국제구제금융 IMF가 나라에 들이닥쳤고, 이는 곧바로 극장과 경기장 같은 서비스 산업에 타격을 입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승엽이 주도하던 '홈런쇼' 덕분에 체감 인기만 식었을뿐, 야구 열기는 그대로 였다. 어느새 중계권료도 90억 원까지 올랐다.
상승 곡선만 그린 건 아니다. 프로야구는 2004년 관중 233만 명을 동원했다. 198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였다. 중계권료도 10억 원 수준이 삭감됐다. 변곡점은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이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김인식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이 연달아 일본을 격파하며 그야말로 전국민 스포츠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은 여성과 어린이 팬의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다시 야구 인기에 불이 지펴진 셈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결승전서 쿠바를 꺾으며 전승으로 금메달도 땄다. 이후 인기 구단 롯데의 성적까지 좋아지자 경기장을 향한 발걸음도 늘었다. DMB 등의 뉴미디어를 통해 야구를 즐기는 팬들도 많아졌다.
프로야구는 다시 과거의 인기를 되찾았다. 중계권료는 2008년 최초로 100억 원을 넘어섰고 2011년에는 180억 원을 찍었다. 2015년에는 방송 중계권만 2배가 뛰었다. 10구단 kt가 1군 무대에 진입하는 첫 해였다. 역대 최다인 팀당 144경기 체제가 시작됐다. 높아진 인기, 늘어난 경기 수가 두루 반영됐다.
지금까지는 관중의 증가, 이에 따른 중계권료의 상승으로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미 한국에 도래한 심각한 인구절벽 시대를 감안하면 800만 관중을 넘어서 1000만 시대까지 도달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중계를 담당하는 방송사들은 공히 뉴미디어의 폭발적인 발달로 인해 '전통적인' 중계 수익모델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디어 콘텐트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중 증가→중계료 상승→구단 수익분 증가의 단순 순환 구조로만 향후의 중계권료를 가늠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도 인기구단이지만, 과거 최고의 실력과 인기를 구가했던 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의 한 마케팅 홍보 담당자는 푸념 조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솔직히 우리 팀 입장에선 야구 중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태가 경기를 치르면 만원에 가까운 관중이 몰리는데 우리는 오히려 중계를 할 수록 손해 아니냐. 집에서 TV를 통해 보면 입장수익 또한 줄어들지 않는가. 야구단은 오히려 TV중계에 있어 소극적 자세를 취하는게 맞다."
지금 누구도 이 말이 현명한 견해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야구 관전이 가능한, 십 여 개 가까운 미디어 디바이스가 탄생하고 발전하고 있는 2018년 세상이다. 프로야구 관객 증가, 그리고 산업으로서 성장은 아무리 소극적으로 정의해도 '매일 5경기 모두' 볼 수 있게 된 중계 미디어의 증가와 발전에 크게 덕봤던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