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칸을 찾은 박찬욱 감독이다. 이번에는 어느 작품의 감독이 아닌 '심사위원 박찬욱'이다. '깐느박'이라는 애칭의 정점을 찍는 행보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박찬욱 감독이 아닐 수 없다.
박찬욱 감독은 심사위원 자격으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 17일부터 28일까지 치러지는 칸 영화제 전 기간동안 현지에 머무르며 심사위원으로서 참석해야 하는 공식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것은 물론,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들을 평가한다.
올해 칸 영화제는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윌 스미스, 제시카 차스테인, 판빙빙, 영화감독 아네스 자우이, 마렌 아데, 파올로 소렌티노, 작곡가 가브리엘 야드, 그리고 박찬욱 감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이에 따라 박찬욱 감독은 일찌감치 칸으로 출국, 공식 개막식 전 날인 16일(현지시간) 심사위원들이 참석한 오후 만찬 현장에서 포착되는가 하면, 17일에는 포토콜과 심사위원 기자회견, 레드카펫 등 모든 개막식 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내 한국 영화인의 자존심을 곧추 세웠다. 특히 오후 2시30분 영화제 본부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은 심사위원으로서 각오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박찬욱 감독은 여성 동성애 영화 '아가씨'를 연출한 것과 관련해 "폭넓은 심사 기준을 기대해도 되냐"는 외신 기자의 질문을 맏았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나라도 여성 영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편견 없이 심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박찬욱 감독은 한국인으로서는 네 번째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故) 신상옥 감독이 1994년에 한국인 최초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9년에는 이창동 감독, 2014년에는 배우 전도연이 심사위원으로 칸을 찾았다.
박찬욱 감독이 공식적으로 칸을 방문한 것 역시 네 번째.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후, 2016년 한국 영화로는 4년 만에 '아가씨'를 경쟁부문에 진출시키면서 완벽한 칸 영화제의 터줏대감이 됐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가 싶었지만 작품을 출품시키지 않은 올해는 심사위원으로 부름을 받은 것. 어느 때보다 많은 한국 영화들이 칸의 초청을 받은 만큼, 박찬욱 감독을 주축으로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은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으로 세계 영화인들 앞에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