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됨에 따라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 '옥자(봉준호 감독)'와 '그 후(홍상수 감독)' 역시 박찬욱 감독의 평가를 받게 됐다.
올해 칸 영화제는 '역대급'이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영화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후(홍상수 감독)', '옥자(봉준호 감독)'가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악녀(정병길 감독)' '불한당(변성현 감독)'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 감독)'은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으로 상영되는 것.
특히 경쟁부문 진출 작품은 자동적으로 폐막식 당일 진행되는 시상식 후보에 올라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그 중심에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홍상수 감독이 있다. 물론 100% 미국 넷플릭스에서 출자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는 미국 영화로 분류되지만 한국·미국을 떠나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옥자' '그 후'는 두 작품 모두 박찬욱 감독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워낙 절친한 사이로 유명한데다가 '설국열차' 제작자와 감독으로 호흡 맞춘 전례도 있다. 또 '그 후' 여주인공은 지난해 '아가씨'로 함께 칸을 찾았던 김민희다.
박찬욱 감독 성격상 자국 영화라고 조금 더 감정을 동요시킬리 없다. 때문에 영화 팬들도 단순한 결과보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서 관람한 '옥자' '그 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궁금해 하고 있다. 물론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은 철저히 비밀리에 부쳐진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봉준호 감독은 국내에서 진행된 '옥자'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 중 한 분이 박찬욱 감독님이다. 나와 잘 아는 사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표현을 쓰지 않나"라며 "하지만 박찬욱 감독님이 워낙 공명정대한 사람이고, 본인의 취향도 섬세한 분이기 때문에 본인 소신대로 심사하리라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실제 나도 심사의 과정을 잘 알고 있는데, 내 경험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섬세하고 취향있고 예민한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보는 것이다. 어느 누가 선동한다고 해서 쏠리는 건 없다. 다들 고민하면서 순진무구하게 영화보고 자기 의견 얘기하는 과정이다.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일어나는 곳은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옥자'는 개막식 당일 진행된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부터 논쟁의 중심에 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작품으로 처음 칸 영화제에 초청된 만큼 초청 소식이 전해진 직후 프랑스 영화계가 '옥자'의 칸 초청이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
심사위원의 의견도 엇갈렸다.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디지털 플랫폼은 영화를 보는 새로운 방식이고, 그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플랫폼이 극장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없는 영화는 황금종려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 윌 스미스는 "넷플릭스가 극장 관람을 대체하지는 않는다"고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옥자'가 외부적 요인으로 왈가왈부 되는 논란을 겪고 있다면, 홍상수 감독의 '그 후'는 앞서 베를린의 선택을 받았던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이어 불륜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김민희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제2의 전도연'을 다시 한 번 노리게 됐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가 칸 영화제에 초청되고 김민희·김태리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자 "상을 받고도 남을 연기를 펼쳤다"고 극찬한 바 있다. '아가씨'에서 호흡 맞추며 배우 김민희를 경험한 박찬욱 감독이 '그 후' 속 김민희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도 관심사 중 하나.
한 관계자는 "경쟁부문에 포함된 한국 영화가 두 편이나 되는 만큼 수상에 대한 기대치도 상당하다. 그러나 결과를 떠나 그 중심에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이 존재감 있게 거론된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좋은 현상이다. 칸 영화제에서 이렇게까지 한국 영화가 중심에 섰던 적은 사실상 없다"며 "박찬욱 감독도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기분좋게, 하지만 냉철하게 심사를 하실 것으로 생각된다"고 귀띔했다.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제공=Gettyimages/이매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