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와 에이클라가 사실상 한 몸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이들은 2006년의 파트너 시작 관계를 주목한다. 한 방송사의 B관계자는 "에이클라가 처음 업계에 들어와서 (KBO를 위해) 궂은일을 많이 했다. 야구판에서 손발이 돼 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근무했던 C관계자는 "프로야구가 침체기에 빠져 있을 때, KBO가 힘들 때 홍원의 사장이 많은 도움을 줬다. 관계를 끊어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고 추측했다. KBO가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에이클라를 잊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후 KBO와 에이클라가 손을 붙잡는 사업은 점점 늘어났다. 파트너십이 더욱 견고해졌다. A관계자는 "KBO가 그동안 많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우선 협상사(에이클라)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업체의 진입 장벽을 막은 게 사실이다. 사실 규모가 큰 사업의 대행사를 선정할 때는 응찰을 하는 게 정석인데 그러지 않았다"며 "특별한 응찰 없이 12년 가까이 특정 사업을 한 곳에 맡기는 것이 큰 문제다"고 주장했다.
KBO는 2016년이 돼서야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공고를 내고 있다. KBO의 방송 관련 입찰공고가 나올 때마다 관련 업계 종사자 및 경쟁사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이걸 우리가 낼 필요가 있나. 어차피 들러리다. (입찰서 떨어진 경쟁사의) 개별 견해로 치부하지 말아 달라. 십여 년간의 관계가 모두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나"라고 답했다.
에이클라는 KBO의 사업권을 점점 추가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워 갔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계기로 KBO 리그의 인기가 높아지며, 수익도 늘어났다. 특히 황금알을 낳는 뉴미디어 권리까지 큰 어려움이나 경쟁 없이 손에 넣었다. KBO로부터 얻은 사업권을 재판매 등을 통해 수익도 크게 올렸다. 이제는 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거대 스포츠 마케팅사가 됐다. A·B·C관계자는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에이클라의 한 해 매출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C관계자는 "'에이클라의 재판매 수익이 지나칠 정도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7년 비디오판독시스템 선정 과정에서의 잡음(1월 17일 자 보도 예정)이 밀착 의혹의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이다.
B관계자는 "어느 순간에 공정한 경쟁이 깨졌고, 무조건 에이클라가 사업자로 선정됐다"면서 "이제는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안일함 속에 매너리즘이 생겼다. 그래서 정리가 필요하다. 현재의 관계나 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E구단 담당자는 "회계 법인을 통한 컨설팅을 실시하면 '중계권 대행을 맡기는 게 맞지 않다'고 하더라"며 "대행사 체제를 몇 년간 운영했지만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KBOP가 직접 협상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KBO 내부에도 이 같은 상황에 의구심을 갖고 변화를 모색하려는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부 논리'에 의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에이클라를 부정적으로 보던 내부 인사가 수년째 이어진 협력 관계 덕분에 무던한 입장으로 변해 버린 이들도 있다고. 정운찬 신임 KBO 총재는 중계권 재평가를 우선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2019년까지 유착이 의심되는 업체와 계약이 돼 있다. 정운찬 총재는 변화와 개선 의지가 그다지 크지 않은 '내부의 실무자'와도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