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역 은퇴를 발표한 KT 위즈 문상철. KT 제공
"제가 하면 누구든 할 수 있어요."
문상철(35·KT 위즈)이 자신의 야구 인생으로 증명한 말이다.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안긴 '늦게 핀 꽃' 문상철이 12년간의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고려대 4번 타자 출신 문상철은 2014년 KT 창단 특별 지명 전체 11순위로 입단했다. 고려대 4번 타자 출신으로 장타력을 갖춘 유망주였지만, 프로 무대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퓨처스(2군)리그에서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 재능을 드러냈지만, 1군에서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시간이 길어졌고, 2022년까지 1군 통산 타율은 0.218, 홈런은 17개에 머물렀다.
2023 한국시리즈 1차전 MVP로 선정된 문상철. KT 제공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문상철은 2023년 처음으로 1군에서 100경기 이상 출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는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상대로 역전 결승타를 터뜨렸다.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긴 그는 1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2024년에는 타율 0.256, 17홈런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해 5월 끝내기 홈런을 친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응원이었다.
문상철은 "내가 여기서 이렇게 야구를 할 수 있다면, 어떤 선수도 할 수 있다. 언젠가 올지 모르는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하다 보면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T 창단 멤버이자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문상철. KT 제공 문상철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기다림과 준비의 가치를 보여줬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기회를 기다리는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 바 있다.
문상철은 "기회는 자기가 원할 때 오는 게 아니고, 상황도 잘 맞아야 한다. 자책만 하고 포기해버리면 너무 아깝지 않나.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자기 야구를 후회 없이 하면 좋겠다"며 "기회는 언젠가 찾아온다. 나도 하지 않았나. 다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린 문상철. KT 제공 올 시즌 문상철은 1군 등록 일수가 17일에 그쳤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6경기 8타석을 소화하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마지막 타석은 홈런으로 장식했다. 지난 1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정규시즌 최종전. 9회 초 1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그는 삼성 마무리 김재윤의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팀 승리에 쐐기를 박은 시즌 첫 홈런이자 프로 통산 49호 홈런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마지막 타석이 됐다.
이제 더는 경기장에서 문상철의 응원가를 들을 수 없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KT 위즈 응원가 명곡을 꼽을 때 빠지지 않던 곡이다. 팬들이 그의 이름을 신나게 외칠 날은 끝났지만, 문상철이 보여준 끈기와 도전은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