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구 삼성-KT전 도중인 9회 말, 눈물을 흘리는 최원준(오른쪽)을 다독이는 장성우(왼쪽). 사진=중계화면캡처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은 지난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3회 초, 양 팀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선두타자로 나선 KT 최원준이 볼넷을 골라 출루하는 과정에서 방망이를 거칠게 내던진 것이다. 이후 자신의 장비까지 벗어 던지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올 시즌 안타왕에 도전 중인 최원준으로선 정면승부를 피한 상대 배터리의 승부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였다.
최원준이 1루로 걸어 나갈 때는 포수 강민호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불러 세우는 듯한 장면도 있었다. 그러나 최원준은 뒤돌아보지 않고 1루로 향했고, 강민호는 한동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리를 지켰다. 1루에 도착한 최원준을 삼성 1루수 류지혁이 토닥이며 달랬지만, 최원준의 불편한 기색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앞서 2회에도 양 팀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다. KT의 스퀴즈 번트 성공에 이어 삼성 선발 아리엘 후라도의 빈볼성 투구가 나오자 이강철 KT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오는 장면이 연출됐다. 가뜩이나 긴장감이 감돌던 상황에서 최원준의 감정적인 행동까지 겹치면서 그라운드의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3회 종료 후, 선수단을 소집해 이야기를 하는 KT 주장 장성우. 사진=중계화면캡처
이때 KT 주장 장성우가 나섰다. 3회가 끝난 뒤, 장성우가 선수들을 불러 모아 강한 어조로 질책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희미하게 들리는 현장음과 입 모양으로 정확한 발언을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으로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질책하는 듯했다. 중계 화면에 잡힌 최원준은 고개를 숙인 채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후 최원준은 4회 초 세 번째 타석에서도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앞선 타석과 달리 별다른 감정 표현 없이 1루로 향했다.
장성우의 역할은 질책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 막판에는 더그아웃에서 최원준을 다독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앞서 선수단 앞에서 호통쳤던 주장은 이번에는 후배를 따뜻하게 감쌌다. 최원준은 눈물을 흘리며 장성우의 위로를 듣고 있었다. 장성우는 경기 후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삼성 포수 강민호와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 도중 불거진 양 팀의 미묘한 감정을 풀기 위한 행동으로 보였다.
KT 장성우. KT 제공
경기 중에는 단호하게 질책하고, 경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눈물을 흘리는 후배를 다독였다. 여기에 상대 선수와의 대화로 불필요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까지 막았다. 주장의 품격이 빛난 순간이었다.
한편, 장성우의 위로에 눈물을 흘린 최원준도 자신의 경솔했던 행동을 돌아봤다. 장비를 거칠게 벗어 던지는 과정에서 불편을 끼친 볼보이를 경기 직후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배팅 장갑을 선물했다. 이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사과문을 올리며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