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이 가히 대작이라 자신하던 토일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이 2회 만에 7%대에 들어서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전작 ‘포핸즈’보다 높은 시청률 추이로 정말 ‘대작’ 탄생에 청신호를 켰다.
◇ 김유정, 역시
사진=tvN 제공 드라마는 1932년 경성을 배경으로 하며,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 이가경(김유정)이 독립운동 조직의 제안으로 조선총독부에 잠입하는 내용이다. 실제 1932년은 해방 13년 전으로, 일제의 경성 통제가 공고해지는 동시에 지하실 깊은 곳에서는 독립을 향한 비밀스러운 움직임이 고개를 들던 시대다.
작품은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 한가운데 “조선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라고 말하는 생계형 소매치기 이가경을 넣었다. 가경은 대단한 독립의 뜻보다는 개인의 꿈(미국행)을 위해 구국단의 밀정이 된다.
‘구르미 그린 달빛’, ‘해를 품은 달’, ‘마이 데몬’, ‘친애하는 X’ 등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은 김유정이 딱 적당한 온도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능청스러움과 시대의 무게감을 함께 표현하는 건, 오로지 그의 재량이다.
◇ 김현주, 다크호스
사진=tvN 제공 극중 김현주는 항일단체 구국단의 저격수 유소란을 맡았다. 소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아픔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눈앞에서 일본 경찰들에게 어린 딸이 목숨을 잃었고, 설상가상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남편과도 13년 동안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지낸다. 소란은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진선규)를 암살하기 위해 조선계 미국인 특파원 유필립(이무생)의 아내로 신분을 위장한다.
2화는 김현주 연기 차력쇼라 해도 무방했다. 신이치와의 만찬 자리에서 헤어졌던 남편 금석중(감우성)과 마주하며 계획에 차질을 빚었는데, 그를 발견한 순간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눈빛과 딸 서희를 잃었던 당시 몸이 끊어져라 오열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특히 중국인 아내인 척 신이치를 속여야 한다는 설정 때문에 조선어를 어눌하게 하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 박진영, 연기 변신
사진=tvN 제공 이번 작품으로 첫 시대극에 도전한 박진영의 첩보 로맨스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박진영은 조선총독부의 통역관 사토 히데오를 연기한다. 조선 이름은 김태웅으로, 어릴 적 소매치기를 하다 사토의 눈에 띄어 그의 양아들로 입양된다. 독립에 대한 의지가 있지만, 하나뿐인 가족 양아버지 사토에게 인정받고 싶어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3회부터 조선총독부에 잠입한 가경과 엮이게 되면서 극의 입체적인 서사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그간 ‘유미의 세포들’, ‘미지의 서울’, ‘샤이닝’ 등 몰캉몰캉한 로맨스에서 두각을 보였던 박진영이 그려낼 짙은 시대극 로맨스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