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태권도 세계랭킹 1위 주정훈(춘천시장애인체육회)이 다시 한번 금빛 발차기를 준비한다. 이번에는 정상 수성을 넘어 젊은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주정훈은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 일원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장애인아시안게임(APG)에 출전한다. 직전 2022 항저우 대회 남자 80㎏급에서 APG 태권도 초대 금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2연패에 도전한다.
주정훈에게 태권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만 2세 때 경남 함안의 시골집에서 소여물을 자르는 기계에 오른손을 넣었다가 큰 사고를 당했다. 이후 접한 태권도에서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주변의 시선에 상처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의 꿈을 접기도 했지만, 태권도가 패럴릭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을 듣고 2017년 다시 도복을 입고 국가대표까지 됐다. 이후 그는 2020 도쿄 패럴림픽 동메달, 2022 항저우 APG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마음 한편에는 늘 할머니가 있었다. 어린 시절 사고 때 잠시 집을 비웠던 할머니는 손자를 향한 죄책감을 안고 살다가 2021년 세상을 떠났다. 주정훈은 2024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금메달과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소고기를 싸 들고 묘소를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파리에서 동메달을 따낸 주정훈의 금빛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6일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태권도의 주정훈이 훈련을 마치고 땀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덧 30대 베테랑이 된 주정훈은 "최근 다른 선수들과 겨뤄보면서 많이 맞기도 했다. 다음에는 어떻게든 이겨야겠다는 도전하는 마음이 생겼다. 제 열정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들과 똑같이 훈련하면서 체력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면서도 "후배들에게 본받을 게 없는 형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 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끝까지 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6일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태권도의 주정훈(가운데)이 훈련을 마치고 후배 이동훈-이평강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태권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훈련해 왔다. 금메달에 도전한다기보다 지난 대회 때의 저를 이긴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세계랭킹 1위지만 올라가야 할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는 어머니와 형도 처음으로 경기장을 찾아 응원할 예정이다. 그는 "가족들에게 좋은 하루를 만들어 드릴 수 있는 시합이 될 것 같다"며 "웃으면서 경기장을 나오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