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국민의힘이 싱가포르국제영화제(SGIFF)에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구했으나, 영화제 측은 작품을 하나의 창작물로 본다며 예정대로 상영하기로 했다.
SGIFF는 7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제작진이 영화에 담은 창작의 방향을 존중하며, 이 작품은 제37회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암살자(들)’의 예술성과 아시아 영화계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독립적인 심사를 거쳐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진이 이 작품을 실제 역사적 사건에 허구의 인물과 상황을 더해 만든 영화적 상상력의 결과물로 설명해왔다고 전했다. 또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내리거나 사실을 왜곡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제작진의 입장도 함께 밝혔다. SGIFF는 “우리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 작품을 하나의 창작물로 선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영화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으면서 불거졌다. 극중에서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 등이 가설로 제시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제작진은 영화 속 가설을 역사적 사실로 단정한 것이 아니며, 실제 사건에 허구를 더해 만든 작품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 의원 20명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 상영 중단과 SGIFF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구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제레미 추아 SGIFF 집행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소속 의원 109명의 뜻이라며 개막작 선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영화가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며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현대사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관객에게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될 경우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에 SGIFF는 철회 요구 하루 만에 공식 입장을 내고 기존 결정을 유지했다. 영화제 측은 ‘암살자(들)’을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이 아니라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창작물로 소개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SGIFF는 “영화제의 역할은 싱가포르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의미 있는 영화를 소개하고, 관객들이 다양한 이야기와 관점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암살자(들)’은 예정대로 제37회 SGIFF 개막작으로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