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AG)은 늘 쉽지 않았다. 이름값 높은 선수들로 명단을 꾸리는 한국도 늘 고비는 있었다. 그러나 대회 때마다 어김없이 ‘영웅’이 등장하며 우승을 이끌었는데, 이번엔 엄지성(24·스완지 시티)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엄지성은 지난 1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AG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한국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AG 4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은 최고의 출발을 알렸다.
엄지성 '전반전에 세골 넣었어요' (나고야=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D조 1차전 대한민국 대 카타르의 경기. 한국 엄지성이 해트트릭을 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6.9.15 mon@yna.co.kr/2026-09-15 22:14:29/ 연합뉴스 소속팀에서 날 선 감각을 뽐낸 엄지성은 와일드카드(연령 무관)의 자격을 증명했다. 2003년생이 주축인 이번 대회에서 한 살 많은 엄지성은 지난 6월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나섰을 만큼 출중한 기량을 지녔다. 이민성호에서도 그를 향한 기대가 컸는데, 첫판부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엄지성은 킥오프 7분 만에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카타르 골문을 열었다. 전반 20분에는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두 번째 골을 넣었고, 전반 추가시간에는 이승원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뒤 여유 있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해트트릭까지 딱 46분 걸렸다.
3년 전 2022 항저우 AG에서 정우영(27·우니온 베를린)의 활약과 닮았다. 당시 정우영은 쿠웨이트와 첫 경기에서 48분 만에 세 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어진 16강, 4강, 일본과 결승에서도 득점하며 한국의 금메달 사냥을 이끌었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황선홍호의 금메달을 이끌었던 정우영. 사진=대한축구협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황의조(34·알라니아스포르)가 주인공이었다. 그 역시 바레인과 조별리그 첫판부터 해트트릭을 일궜고, 연장 혈투를 벌인 우즈베키스탄과 8강에서도 세 골을 폭발했다. 황의조는 대회 7경기에서 9골을 몰아치며 김학범호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선수들의 병역 문제가 걸려 있는 한국은 AG 때마다 화려한 멤버를 꾸렸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선수들의 동기부여이면서도 미끄러지면 안 된다는 부담감을 주기도 했다. 그런 만큼 첫 경기부터 긴장감을 풀어줄 만한 압도적인 선수의 등장이 AG 제패의 필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엄지성의 세번째 골 (나고야=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D조 1차전 대한민국 대 카타르의 경기. 한국 엄지성이 세번째 골을 넣고있다. 2026.9.15 ksm7976@yna.co.kr/2026-09-15 20:24:46/ 연합뉴스 현재로서는 황의조, 정우영처럼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작성한 엄지성의 발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