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실전을 대비하는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울 만한 경기는 아니었다. 앞선 필리핀 팀들은 점수 차가 벌어지면 일찍이 경기를 포기하는 성향이 보였다는 후문이다. 15일 LG와 붙은 엔렉스(필리핀)는 기량이 출중한 팀으로 알려졌지만, 거듭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거칠게 나왔다.
2026~27시즌을 앞두고 전술, 전략을 가다듬어야 하는 LG로서는 엔렉스의 감정적인 경기 운영이 달갑지 않을 만했다.
LG와 엔렉스 선수단이 충돌한 모습. 사진=IS 포토 이날 LG는 1쿼터에 아셈 마레이를 비롯해 윤원상, 정인덕, 양홍석, 양준석을 스타팅으로 내세웠다.
초반부터 경기는 다소 거칠었다. 마레이가 힘으로 밀고 들어가는 경우가 잦았다. 열띤 경기 속 양홍석은 상대 빅맨을 막아서며 조상현 감독에게 박수받았다. 양홍석은 공격 때 빠르게 외곽에 자리 잡아 과감하게 3점을 쐈다.
2쿼터부터 마레이-아치 굿윈 조합이 가동됐다. 굿윈은 속공 상황에서 빠르게 드리블해 양홍석에게 적절히 볼을 뿌려주면서 벤치의 박수를 끌어냈다.
LG는 수비 시에 5명 모두 재빠르게 내려와 상대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았다. 2쿼터 초반 3분 가까이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엔렉스는 더 거칠어졌다. 42-29로 크게 벌어진 2쿼터 중반에는 마레이와 엔렉스 선수가 충돌했다. 양 팀 선수들은 곧장 코트로 나와 신경전에 가세했다.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굿윈도 상대의 거듭된 비매너 플레이에 폭발했다. 엔렉스의 에노쉬 발데스와 충돌했고, 두 번째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결국 심판진은 3쿼터를 앞두고 굿윈과 발데스의 퇴장을 명령했다.
LG의 계획은 틀어졌다. 새 시즌 정규리그 2, 3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을 기용할 수 있는 만큼, 이번 3쿼터는 마레이와 굿윈 조합을 실전처럼 활용해 볼 기회였다. 그러나 상대의 신경질적인 플레이에 이은 벤치 클리어링 탓에 그 기회를 놓쳤다.
LG와 엔렉스의 연습 경기 장면. 사진=IS 포토 그럼에도 조상현 감독은 경기 후 “(이런 경기도) 무조건 도움 된다”면서 “한국에서 정규리그 54경기를 치르다 보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 선수들이 이겨냈으면 좋겠다. 결국 (농구는) 몸이 부딪치는 운동이다. 흔들리지 말고, 우리가 준비한 대로 가야 한다. 그런 걸 신경 쓰면 경기를 망치는 것”이라고 짚었다.
리그에서는 상대의 신경전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몸소 깨달은 한판이었다. 조상현 감독은 “누군가 한 명이 중심이 돼서 잡아줄 수 있는 역할도 필요하다. 그게 마레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LG는 116-89로 이겼다. 12분씩 4쿼터 경기를 치르면서 실점을 80점대로 묶은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를 막아야 하는 양홍석의 악착같은 수비가 나왔다는 것도 수확이었다. 이날 양홍석은 31분 16초간 뛰면서 25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조상현 감독은 “(양)홍석이 역할이 쉬운 게 아니다. 그저 고맙다. (양홍석 외에도) 많은 선수가 수비를 잘해줬다”고 평가했다.